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자연이야기

광주신세계갤러리 '자연'주제 신춘 기획전
27일~3월30일, '나와 자연 사이의 거리'
설박, 권세진, 전희경 등 작가 6인 참여
회화, 사진, 영상 통해 자연에 대한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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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진 작 '바다를 구성하는 247개의 드로잉' 편집에디터
권세진 작 '바다를 구성하는 247개의 드로잉' 편집에디터

지구온난화, 각종 환경오염과 방사능 유출, 여기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종 전염병까지…. 자연이 인류에게 던지는 경고는 사뭇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제도 개발돼 있지 않아 전 세계가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인류가 맞닥뜨린 공포는 무분별하게 자연을 이용한 것에 대한 대가이자, 인류가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자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다. 마침 봄을 맞아 자연과 인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전시가 광주신세계갤러리에 마련된다.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는 만물이 소생하는 만화방창(萬化方暢)의 계절, 봄을 맞아 생명의 근원인 ‘자연’을 주제로 한 신춘기획전 ‘나와 자연 사이의 거리’전을 개최한다. 27일부터 3월3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권세진, 김영태, 설 박, 이현호, 전희경, 최은정 등 여섯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 인간의 개입으로 변형된 인공의 자연, 우리가 꿈꾸는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의 자연을 표현한 여섯 작가들의 다양한 해석을 통해 지구의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기후변화(climate change)를 넘어 기후위기(climate crisis)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자연’에 대한 우리의 변화된 시각과 태도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전시다. 대립적 시각의 구조적 접근방식을 사유하는 서양철학과는 달리, 동양철학은 참과 거짓, 흑과 백, 하늘과 땅을 기준으로 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만물의 ‘관계’에 집중한다.

이번 전시의 작가들은 회화, 사진, 영상 매체를 통해 우리의 원초적 삶의 터전인 ‘자연’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다. 먹을 먹인 화선지를 해체하고 재조합한 설박 작가의 산수화에서 예부터 숭고한 대상으로 여겨진 자연의 에너지와 자연에 자신을 이입시키려는 작가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김영태 작가는 중첩된 산의 이미지로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 사진 속의 자연을 그림자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연의 품 안에서 체감한 개인의 기억을 다시 소환시켜 준다. 권세진 작가는 동일한 크기의 작은 종이 위에 먹의 농담(濃淡)만으로 구성된 흑백 바다를 보여준다. 먹과 물의 만남으로 생기는 우연의 효과로 자연스러우면서도 과학적으로 균형 잡힌 자연의 모습을 표현한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자연’은 이미 인간의 손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운 청정 자연의 모습이 아니다. ‘자연을 보호한다’, ‘자연의 균형을 맞춘다’는 표현들도 자연을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는 것이라기보다,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기준에 맞추어진 개념일 것이다.

사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물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현호 작가는 매일 오가며 마주치지만 이름도 없는 녹색 숲에 점점 침투해 들어오는 인공물에 대한 시각적 또는 심리적 불편함을 나타낸다. 최은정 작가는 인간이 설계한 기하학적 구조물에 갇혀버린 나무의 모습을 통해 잘 가꾸어놓은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담아냈다. 작가는 이렇듯 평범한 일상 속 주변에서 벌어지는 미세한 변화와 현상을 먼 거리에서 관찰하고, 그것을 화면으로 불러들인다.

자연의 구성원으로서 대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살아온 인간에게 자연은 이제 도시를 벗어나 잠시 찾아가는 유희공간 또는 소유하고 통제하고 싶은 대상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전희경 작가는 캔버스에 흩뿌려진 다채로운 색채의 향연을 통해 현실과 이상 간의 괴리 안에서 절망하지 않고, 또 다시 ‘봄’을 그리고 이상적인 ‘자연’을 소망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광주신세계갤러리 관계자는 “자연에 대한 인식의 변화처럼 작품 속에 나타난 자연을 바라보는 작가만의 시각과 그 사이의 거리는 서로 다르다”면서 “이번 전시가 우리에게 자연은 어떤 의미인지 다시 질문하고, 우리가 선택한 자연은 어떤 모습인지 스스로 그려 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희경 작 '그 조각들은 말없이 지나간다' 편집에디터
전희경 작 '그 조각들은 말없이 지나간다' 편집에디터
최은정 작 'Tropical city No.4' 편집에디터
최은정 작 'Tropical city No.4' 편집에디터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