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영웅’ 정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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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수 기자 ss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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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어김없이 매일 오후 2시면 TV로 생중계되는 언론 브리핑을 한다. 지난 1월 20일부터 시작한 브리핑은 벌써 한 달째를 맞고 있다. 노란색 민방위복을 입고 코로나 19의 확진자 발생 여부 등 진행 상황을 발표하는 그의 입에 국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목소리 톤이 차분한 것이 인상적이다. 국내 코로나19 방역을 총괄하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얘기다.

처음에는 밝고 깨끗한 모습으로 TV에 나오던 정 본부장의 얼굴이 갈수록 초췌해져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윤기 나던 얼굴은 검게 변하고 수척해졌다. 최근에는 염색을 못해 머리 정수리 부분이 하얗게 센 것이 눈에 띈다. 그도 그럴 것이 정 본부장은 잠시 눈을 붙이는 시간을 제외하면 종일 긴급 상황실을 지킨다고 한다. 확진환자 현황을 집계하고 오후 2시 언론 브리핑 준비, 각종 화상 회의에 참석하려면 24시간이 부족하다. 매 끼니도 도시락이나 이동밥차로 때운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1965년생인 정 본부장은 우리 고장 광주가 고향이다. 전남여고를 나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의사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보건학)와 박사(예방의학)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5년 질병관리본부 전신인 국립보건원 연구관 특채로 공직에 입문한 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긴급상황센터장 등을 지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질병예방센터장 자격으로 언론 브리핑을 자주 했다. 이번 정부 들어 2017년 차관급인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첫 여성 질병관리본부장이다.

국내 코로나 19 확진환자가 며칠째 나오지 않아 수그러드는가 싶더니 서울 종로와 대구에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환자가 발생해 방역 당국을 다시 긴장시키고 있다. 그럴 때마다 현장에서 밤샘근무를 마다하지 않는 질본 관계자들의 애가 타들어간다. 그 정점에 정 본부장이 서 있다. 한국은 31번째 확진환자가 나왔으나 아직 사망자가 없다. 발원지인 중국은 물론이고 크루즈선 내 감염자가 속출해 우왕좌왕하고 있는 일본과 달리 비교적 잘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 19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면 민중은 누군가 영웅을 찾게 될 것이다. 그 사람이 바로 초췌한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아닐까 싶다.

박상수 주필 sspark@jnilbo.com

박상수 기자 ss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