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괄 콘텐츠 디렉터 김홍탁의 ‘인사이트’>오만한 인간, 바이러스의 판도라 상자를 열다.

바이러스의 창궐(pandemic)은 인간의 자연 생태계 파괴에서 비롯
인간의 몸이 바이러스의 숙주인 이상 바이러스 감염은 되풀이 된다
바이러스는 공포앓이라는 마음의 병도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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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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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에 서식하는 동물 중 인간만큼 진화가 빠른 것은 없다. 거의 혁명적이다. 이제 인간은 자신이 가진 지능만으론 성에 안 차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다.

 반면 인간을 제외한 다른 모든 동물은 최초에 생명을 얻었을 때 이후 그리 큰 진화를 이루지 못했다. 먹고, 싸고, 생식하는 본능에만 여전히 충실하다.

 종의 승리인 인간은 그러나 그 우월감 때문에 자충수를 둬 왔다. 원자폭탄을 발명해 동족을 학살했고, 가스실에 사람을 몰아넣고 한 종족을 전멸시키려 했다. 지구의 생명체 중 같은 종을 대량학살한 것은 오직 인간뿐이다. 게다가 무자비한 자원 낭비로 환경 생태계를 파괴했고, 그 보답으로 가뭄, 홍수, 쓰나미의 자연재난을 겪고 있다. 2020년 현시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역시 인간이 저지른 자충수의 목록에 들어간다.

 찬란한 이성을 담고 있는 인간의 몸은 또한 외계 생명체가 들어와 살 수 있는 숙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은 종종 이 사실을 잊고 산다. 내 몸에 기생하는 외계 생명체가 얼마나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는지 쉽게 잊는다. 그러다 보니 별생각 없이 다른 생명체를 함부로 다루고 그 죗값을 고스란히 치르는 일이 반복된다. 네이선 울프는 그의 책 에서 이 사실을 아주 명확하게 설명한다. “병원균의 관점에선 사냥과 도축은 최고의 친밀한 행위다.

어떤 종을 다른 조직과 긴밀하게 이어주기 때문이다. 그런 조직들 하나하나에 잠복된 병원균들에게는 다른 종으로 이동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바이러스 입장에선 숙주를 갈아탈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침팬지를 도살하면서 침팬지의 병원균이 인간에게 감염된 것이 에이즈 바이러스라는 게 정설이다. 낙타, 박쥐 등을 도살하면서 사스와 메르스, 에볼라,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졌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박쥐는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캐리어(carrier)기에 특별히 조심해야 할 대상이다. 콩고 주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에볼라 역시 서식지를 빼앗긴 야생동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새 서식지를 찾아 사람 곁으로 다가오면서 발생한 스필오버(spill over)로 인한 바이러스다. 또한 조류독감이나 메르스는 인간에게 발생하지 않는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었으나, 인간이 낙타와 조류의 생활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종간 장벽을 허물게 됐고 그들이 지닌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전파되기 쉬운 형태인 신종 바이러스가 됐다. 이처럼 인간의 사냥과 도축이 횡행할수록 신종 바이러스와 변종 바이러스가 창궐한다.

 인간의 생태계 파괴가 무분별하게 자행되다 보니, 근래 들어 다양한 바이러스를 접하는 빈도가 잦아졌다. 2003년의 사스를 시작으로 메르스, 돼지독감, 조류독감, 신종플루, 에볼라바이러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등장했다. 대략 3년 터울이다. 감기냐, 심한 독감이냐 정도로 분류되던 플루(flu)의 일반적 인식 체계에 이제 더 많은 바이러스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무서운 현실이다. 앞으로 2, 3년 사이에 또 어떤 바이러스가 창궐해 사람이 죽거나 고립되고, 도시가 폐쇄되고, 모임이 취소되고, 크루즈가 바다 한가운데 계속 정박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지 두려움과 걱정이 앞선다.

 결국 인간의 자연 생태계 파괴가 커다란 재앙을 불러오는 것이다. 인간의 자원 남용이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고 그로 인해 기후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잘 알려진 사실에 덧붙여, 이제 인간의 타생명 남획과 도살이 바이러스 창궐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상식으로 자리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환경 생태계 보존을 위해 플라스틱 용기를 쓰지 않고, 자연친화적 에너지를 개발하는 등 개인적, 조직적 노력을 기울였듯이, 야생동물의 남획, 도살과 비정상적인 가축 사육을 엄벌하고 방지하는 법적 제재와 사회운동이 국제적 공조로 펼쳐져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를 통해 우리가 마음속에 확실하게 새겨야 할 교훈이다.

 바이러스가 무서운 것은 전염되기 때문이다. 단 한 명만 감염돼도 큰 규모로 전염된다. 하나의 숙주가 판데믹(pandemic)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소름 끼치는 일이다.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을 통해 우리가 버추얼 세계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듯이, 지역 간 개인 간 교류가 빈번해진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하나’라는 팩트는 언제라도 우리는 같은 환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월드와이드바이러스웹(world wide virus web)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무서운 또 하나의 이유는 공포감을 퍼트리기 때문이다. 상해에 사는 한 외국인 친구는 거리는 텅 비어 있고 집안에만 처박혀 있는데 공황장애와 폐쇄공포증에 걸릴 것 같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강연으로 먹고사는 친구는 갑자기 날아오는 강연 취소 문자에 며칠을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한다. 기업과 관공서의 행사, 졸업식, 세미나를 비롯한 거의 모든 종류의 모임은 취소됐고, 군인의 외박 휴가도 취소 됐으며, 항공권 예약과 호텔 부킹도 취소됐다. 바이러스는 돌지만, 경제는 돌지 않는다. 판치는 가짜뉴스는 이 모든 공포감을 증폭시킨다.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을병을 앓게 된다는 공포감 외에도 이러한 다양한 공포감의 부작용을 경험한다.

 모든 종류의 악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악영향을 퍼트린다. 바이러스가 단지 질병의 문제만이 아닌 이유다. 마음의 병도 얻게 된다. 이 시점에서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세 들어 사는 여러 생명체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깊게 인식해야 한다. 함께 사는 다른 종에 대한 배려 없이는 자연으로부터 배려받지 못한다는 사실 역시 새겨야 한다. 인간은 거대한 자연 생태 사슬에 묶여 있다. 그 사슬을 무시하고 인간독존의 전체주의 생태계를 이루려 하는 것은 인공지능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까불지 말고 주어진 분수대로 살자.

 #코로나19바이러스 #바이러스창궐은천재가아닌인재 #인간독존은패망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