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학생의 목소리는 누가 감추었는가?

배이상헌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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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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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언론으로 많은 독자를 거느리는 이선옥닷컴이 최근 광주 D여고의 스쿨미투에 관한 특집 기획기사가 연재되고 있다. 2회차 기사의 제목은 ‘신고자를 알 수 없는 스쿨미투’이다.(http://leesunok.com/archives/1397) 19명의 교사가 하루 아침에 직위해제 되고 학교 밖으로 쫒겨났다. 학생들 사이에서 성추행이 널리 알려진 2명의 교사는 구속 이후 실형을 받았다. 하지만 남은 17명의 교사 중 10명의 교사는 무혐의로 불기소 되고, 2명의 교사는 무죄 판결이 났으며, 5명의 교사는 벌금형에 처해졌다.

이선옥닷컴이 D여고 사건에 주목하는 것은 광주광역시교육청이 사건처리를 하는 방식이라면 공교육의 안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교사의 신분이나 학생의 수업권 그 모든 것이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학교장이나 교육청이 익명의 제보를 사실로 인정해버린 채 교사의 수업을 박탈하고 수사기관에 넘기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허위신고의 가능성은 고려하지도 않으며, 원한을 가진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순간의 감정적 배설 도구로 신고를 할지라도 해당 교사는 심각한 신분상의 침해와 재산상의 피해, 명예훼손과 정신적 상처로 내몰리게 되는데 이것이 너무도 간편하고 수월하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라면 학교장이나 권력자의 의도에 따라 기획된 미투도 가능하다.

광주 D여고 사건은 발생한 지 1년6개월이 지나 햇수로 3년째이나 17명의 교사는 아직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 채 무죄가 입증된 교사를 다시 해임시키는 상상초월의 징계가 자행되고 있으며, 여전히 지루하게 진행되는 법정 소송은 지역사회의 상처가 되어 ‘스쿨미투 과연 이렇게 진행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광주를 압박하고 있다.

2018년 최초 스쿨미투로 언론에 주목받았던 서울 Y여고의 경우나 최근 대전광역시의 S여중고의 경우는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자신들의 상처와 고통을 교내에 스티커나 포스트잇으로 알리고, 또는 교실창밖에 종이현수막을 게시하거나 외부 단체에 이를 공식적으로 신고하고 언론에 인터뷰하는 방법 등을 통해 지역사회가 해당 학교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학생들은 가능한 수준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광주D여고의 경우는 학교장이 익명의 제보를 정리하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감추었으며, 설문신고에 대한 학생들의 반대의견과 수정의사조차도 철저히 억압하고 배제하였다. 학생의 목소리는 D여고 내부의 학생사회 안에서도 당당한 시민권을 갖지 못한 채 학생집단은 상처받았으며 내부적으로 서로를 원망하고 경원시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렸다. 그 아픔은 현재진행형이며, 졸업생들에게도 오래오래 기억될 상처이다.

작년 7월에 발생한 광주 남구 H중학교 도덕교과 성윤리·성평등수업을 광주시교육청이 성비위로 신고 받고 어떠한 사실확인도 없이 수업을 박탈하고 수사의뢰한 사건도 결국은 학생의 목소리를 철저히 감춘 채로 진행되었다. 이 사건은 해당 교사가 자신의 억울함을 항변하고 최소한의 사실확인 절차를 요구했으나 광주시교육청은 이미 수사의뢰를 끝낸 상태였다. 또 해당 학교의 성고충심사위원회는 외부의 여성운동가들이 참여한 심의과정을 통해 ‘성희롱 아님’을 만장일치로 결정하였음에도 광주시교육청은 교육부 사건처리 매뉴얼을 무시하고 학교장의 판단이나 학교심의기구의 판단을 ‘참고사항일 뿐’이라고 규정하면서 학교결정 하루 전에 해당 교사를 직위해제 처분하였다. 그리고 이제 7개월이 다 되어 간다.

해당 학교의 심의위원회가 익명의 제보 학생들과 접촉하지 못한 채로(시교육청이 감추었기에) 해당 교사의 수업이 성희롱 아님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학생들의 신고내용이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즉 학생 개개인이 당한 특별한 상황이 아닌 모든 학생들이 보고 듣고 확인한 수업이 신고내용이었기에 객관적인 사실확인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시교육청이나 일부 여성단체들은 교사가 자신의 억울함을 SNS를 통해 알리는 것이 학생의 목소리를 가리우고 학생에 대한 2차 가해라고 주장한다. 교사의 항변은 전체 학생에 대한 수업내용을 설명하는 것이기에 제보 학생의 신원을 알지도 못하거니와 제보 학생의 신원을 들추거나 불편하게 하는 그 어떤 가해를 입히지 못함이 분명한데도 이렇듯 형식적이고 도식적인 주장을 펼치며 마구 연결시키는 것은 결국 자신의 폭력적인 행정행위를 방어하기 위한 궁색한 이야기가 아닐지 싶다.

H중에서도 마찬가지로 수상한 제보자들에 대한 학생들의 흉흉한 소문과 불쾌함이 학교분위기를 힘들게 한다. 학생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교사의 잘못된 그 무엇을 확증하지도 못하면서 학생들은 해당 교사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하고 해당 교사에 대한 불편하고 미안한 상처를 떠안게 되었다. 이쯤 되면 더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스쿨미투인가? 학생의 목소리도 없고, 객관적 진실도 없는 그곳에서 광주시교육청은 무엇을 개혁하고 무엇을 혁신하겠다고 하는 것인가? 학생이 사사로운 마음으로 불편하다는 이야기만 하면 해당 교사를 자르겠다는 것인가? 점수가 나오지 않아 그 과목이 불편하면, 교사의 수업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불편해하는 학생그룹이 있으면 그 어떤 타당한 이유도 없이 그 모든 것을 ‘성’이라는 것을 앞세워 해결해주겠다는 것인가?

다시금 묻고 싶다. 광주시교육청의 스쿨미투 행정은 매우 위험하고 스쿨미투의 절실한 대의마저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익명의 제보로 교사를 마구 자르는 망나니 칼을 휘두르는 것보다 진정 학생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성평등 학교문화를 위해 학교안에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어떤 노력과 협조를 할 것인지 명쾌하게 제시하는 진정성을 보여주기를 요청한다. 2020년에도 수상한 망나니칼만 휘두를 것인가?

※외부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