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간산’ 비엔날레 회전교차로… 일부 반발에 제동

사전 의견 수렴 미비… 시공 전 주민·운수업체 잡음
"불법 주정차 만연에 반경도 좁아 사고 가능성 다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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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전시관 입구 오거리에 회전교차로 설치를 위한 흰색 선이 그어져 있다. 이 구역은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지 않은 데다 불법 주정차 차량도 많아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
광주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전시관 입구 오거리에 회전교차로 설치를 위한 흰색 선이 그어져 있다. 이 구역은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지 않은 데다 불법 주정차 차량도 많아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

광주비엔날레 정문 앞에 설치 예정인 ‘회전교차로’가 본격적인 공사를 앞두고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회전교차로를 설치하기엔 도로 폭이 충분하지 않은 탓에 설계대로 설치됐을 경우 우려되는 사고 위험성 때문이다. 인근 주민들로부터 충분한 의견 수렴도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16일 찾은 광주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전시관 정문 오거리.

흰색 선의 커다란 원과 그 안에 파란색 선으로 또 하나의 원이 그려져 있다. 광주 북구청으로부터 사업발주를 받은 시공업체가 회전교차로를 설치하기 위해 지난 14일 그은 선이다.

회전교차로는 중앙에 있는 원형 교통섬을 중심으로 차량이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통과하는 교차로다.

회전교차로 설치를 놓고 인근 주민과 해당 지역을 운행하는 노선버스 운수업체 등의 반발이 생각보다 크다.

북구 관계자는 “사전에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으며, 미리 버스 운행 등의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을 수차례 거쳐 회전교차로 설치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들 입장은 달랐다.

넓지도 않은 도로에 회전 교차로를 설치해 공간을 좁게 만들고, 차선까지 줄어들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신호등도 없이 운전자의 양보와 배려에만 교통의 흐름을 맡겼다간 자칫 보행자 안전 등 각종 사고 위험성도 다분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해당 오거리는 신호등·횡단보도가 설치돼 있지 않아 예전부터 교통 관련 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해 왔던 곳이기도 하다.

인근 아파트 주민 A씨는 “신호등과 횡단보도를 설치해 달라고 예전부터 얘기해도 경찰청 소관이라느니 설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느니 미뤄졌던 곳”이라며 “밤이나 새벽에 누군가 음주운전이라도 한다면 신호등도 없는 좁은 도로에서 사고가 줄어들지 의문”이라고 했다.

오는 9월 개최될 광주비엔날레 행사에 맞춰 진행되는 정부의 ‘국제문화예술행사 개최도시 시각이미지 개선’ 사업에 등 떠밀렸다는 시각도 있다.

해당 사업은 국비·지방비 등 총 52억원을 들여 비엔날레전시관 일원의 시각적 도심 경관개선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중 회전교차로 내 비엔날레를 상징하는 조형물 설치 공사에 2억원이 책정됐다.

이 탓에 주변 환경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조형물 설치라는 정부 사업에 매몰돼 필요 없는 회전교차로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근 점주 B씨는 “올해 비엔날레를 앞두고 특히 이 근방이 이런저런 공사로 시끄러운 것 같다”며 “윗선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발맞춰 실효성 없는 ‘치적쌓기’식 공사를 진행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북구 교통과 관계자는 “이미 지난 2018년 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비엔날레 앞 오거리가 회전교차로 설치 대상으로 지정돼 공사 예정이었다”며 “예산 확보 등으로 인해 시일이 걸린 것일 뿐, 지난해 11월 설계 용역을 마쳐 본격적인 공사를 앞둔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운수업체도 이의를 제기했다.

한 운수업체 관계자는 “비엔날레 앞 오거리는 폭이 좁아 회전교차로를 설치할 경우 시내버스나 24톤급의 대형 트럭이 운행할 때 상당한 불편함이 예상된다”고 했다. “불법 주정차 차량도 많아 충돌 등 사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도 했다.

일례로 2013년 영주시의 경우 최소 회전 반경에 대한 잘못된 설계·시공으로 대형차량의 통행이 불가능해져 관련 공무원이 징계를 받은 적도 있다.

당시 감사원 관계자는 “영주시가 설치한 4개의 회전교차로는 내접원 지름이 19~28m로 1차로형 회전교차로 설계기준 30m에 충족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현재 비엔날레 앞 설치 예정인 회전교차로 내접원 지름은 27m다. 1차로형 회전교차로를 설치할 경우 도로 폭이 좁아 대형버스나 24톤급 트럭 등의 특수차량을 운행하기에 충분히 무리가 생길 수 있는 수치다.

북구 교통과 관계자는 “회전교차로는 기준이 수치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 교통 상황 등을 고려해 설계한다. 설계 도면과 시뮬레이션 확인 결과 대형차량 통행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구는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17일 오전 구청 교통과 관계자, 운수업체 관계자, 현장 시공업체 관계자 등이 모인 가운데 직접 시내버스를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등 문제점을 확인하고 개선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