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 징역 2년 “악의적 왜곡과 폄훼 종식시키는 첫 신호탄 의미”

▶'5·18 북한군 침투설' 지만원 실형선고 의미
재판부 “명예훼손 관련, 여러 처벌 전력에도 또 범행”
5월단체 "법정구속 시키지 않아 의미 퇴색"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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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 씨에 대한 1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5.18 단체 관계자들이 지 씨를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 씨에 대한 1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5.18 단체 관계자들이 지 씨를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군 침투설’ 등 5·18민주화운동을 지속적으로 왜곡·폄훼해 온 보수논객 지만원(78)씨가 13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이 5·18 왜곡·폄훼를 종식하는 첫 신호탄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해석과 동시에, 적은 형량과 법정구속을 면한 점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도 잇따라 나왔다.

● 허위사실 적시 등 명예훼손 인정

이날 재판부는 지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의평화위원회와 관련해 피고인이 한 세가지 표현 중 ‘신부를 가장한 공산주의자’ 등 두가지 표현은 허위 사실 적시로, 지씨가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고 비방 목적도 있었으니 유죄”라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일명 ‘광수’라고 지적한 사진 속 인물들은 북한 특수군 내지 고위층 인물이 아닌 피해자들”이라며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법정 진술을 뒤집을 만한 신빙성 주장을 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는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5·18의 역사적 의의와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북한에서 망명한 인터넷 매체 대표이사에 대한 명예훼손과 고 김사복씨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씨가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인 김사복씨에 대해서도 별다른 근거 없이 피해자들의 명예를 현저하게 훼손하는 내용의 악의적인 글을 게시했다”고 강조했다.

5·18 단체 관련자들에 대한 상해 혐의와 관련해 정당방위라는 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북한 특수군이라고 피의자가 주장하는 근거가 된 얼굴 비교 분석 결과는 건전한 상식과 경험칙을 가진 일반인이 (근거로 삼기에) 상당히 부족하다”며 “의도가 악의적으로 보여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명예훼손 관련 범행으로 여러 처벌 전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의 횟수가 적지 않고 피해자들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법적, 역사적 평가가 이미 확립된 상태여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5·18과 참가자들에 대한 기존 사회적 평가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유리한 양형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지씨에게 실형을 선고 하면서도 “고령이고 장기간 재판에 성실하게 출석하는 등 증거인멸 혹은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아 법정 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5·18단체 “불구속 판결 충격”

5·18단체는 지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았는데도 불구속 판결을 내린 재판부의 결정에 일제히 법정구속 등 엄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지씨를 옹호하는 보수단체 관계자들 역시 이에 맞서 구호를 외쳤으며, 이내 욕설과 몸싸움이 오가며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문흥식 5·18 구속부상자회 회장은 “지씨를 유죄라고 인정하면서도 법정구속을 시키지 않아 그 의미가 퇴색되고 말았다. 지씨와 추종 세력이 앞으로도 5·18을 계속 왜곡·폄훼할 기회를 준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단체는 “역사부정과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심각한 명예훼손을 사법부가 단죄하지 못했다. 더 명백한 증거를 확인해 상응하는 죄를 치르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 앞서 단체는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민주화운동의 악의적 왜곡과 폄훼는 역사부정과 법치질서의 부정을 넘어 국민을 분열시키고 민주공화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만원을 법정 구속 시킴으로써 더 이상 5·18을 비롯한 역사 정의를 훼손하는 왜곡과 악의적 폄훼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법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곡·폄훼 종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이번 판결이 악의적으로 5·18을 왜곡·폄훼해 온 세력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그들이 반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5·18에 대한 바람직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인 김사복씨의 아들 승필(62)씨는 “지만원씨 같은 몇몇 사람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잘못된 역사를 접해 맹목적으로 5·18을 비판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번 선고를 통해 지씨가 반성했으면 하고, 앞으로 민주화운동에 몸 바쳤던 분들이나 유족들이 상처받는 일도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김희송 전남대학교 5·18 연구소 연구교수는 “이번 선고로 5·18에 대한 무분별한 왜곡·폄훼가 종식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5·18을 바르게 이해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장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씨가 법정구속을 면한 것에 대해서도 5·18을 통해 성숙된 민주주의 수준을 엿볼 수 있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뚜렷한 범죄 혐의에도 불구하고 법정구속을 면한 것은 지만원씨 역시 민주주의 혜택을 받은 것”이라며 “잘못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리되, 기본적인 권리를 존중하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행함으로써 성숙한 민주주의의 산물을 그들이 직접 느꼈으면 한다”고 했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