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 시·군 한데 묶여…인구 많은 지역 출신 유리 ‘부작용’

▶전남 ‘거대 선거구’ 개선책 마련 시급
인구수 기준 획정…모든 지역 민의 반영 어려워
‘장흥·보성·고흥·강진’ 2600㎢…광주 면적 5배
“면적·시군별 특성 등 고려한 선거구 획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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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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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인구 수 기준에 의해 3~4개의 시·군이 한데 묶인 전남지역 ‘거대 선거구’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면적이 광범위한 3~4개의 시·군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다보니 모든 지역의 민의가 반영되기 어려운 데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군(郡) 지역 주민들은 정치적 소외감을 호소하고 있다.

여러 시·군이 한데 묶이다 보니, 나와 같은 지역 후보에게 몰표를 주는 이른바 ‘소지역주의’가 발현될 경우 인구가 많은 지역 출신이 선거에서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거대 선거구에 출마해 드넓은 지역을 돌며 얼굴을 알리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는 총선 예비후보자들은 인구 수만이 아닌 지역의 특성이 반영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 광주 면적의 5배 ‘거대 선거구’

제20대 국회 기준으로 광주·전남은 총 18개의 선거구로 나뉘어 있다. 광주가 8곳, 전남이 10곳으로 이 중 △나주·화순 △광양·곡성·구례 △담양·함평·영광·장성 △고흥·보성·장흥·강진 △해남·완도·진도 △영암·무안·신안 등 6곳이 2개 이상의 행정단위가 묶인 선거구다.

인구 상·하한선 기준에 맞춰 선거구를 획정하다 보니 인구가 감소하는 농어촌지역의 경우 매 선거 때마다 3~4개 자치단체가 하나로 묶인 거대 선거구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서로 다른 생활권과 문화, 경제, 현안을 갖고 있음에도 인구 수라는 절대 기준에 의해 선거구가 병합되면서 면적도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전국 선거구 평균면적은 393㎢이다. 이는 총 면적 1395㎢인 나주·화순과 1454㎢인 광양·곡성·구례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담양·함평·영광·장성(약 1841㎢), 고흥·보성·장흥·강진(약 2594㎢), 해남·완도·진도(약 1868㎢), 영암·무안·신안(약 1710㎢)은 전국 평균 선거구 면적의 4배를 넘어선다.

전남에서 가장 넓은 고흥·보성·장흥·강진의 경우 8개의 선거구를 갖고 있는 광주 면적의 5배에 달한다. 광주에선 8명의 국회의원이 맡고 있는 면적을 한 명이 감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면적이 넓은 군 단위의 경우 지역 특성에 맞춘 독창적인 개발 수요 등이 존재하지만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독자적인 선거구로 인정받지 못하면서 성장동력을 얻지 못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 “산 넘고 물 건너 선거 운동”

선거 운동을 위해 지역을 발로 뛰어야 하는 예비후보자들에게도 거대 선거구는 힘겨울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인접한 시·군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인구 밀도가 낮고 교통 여건 등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하루 중 이동에만 반나절을 허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담양·함평·영광·장성 국회의원 예비후보 A씨는 “차로 이동하는 시간만 선거 운동 전체 시간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정치 신인들은 특히나 지역민들에게 얼굴을 자주 알려야하는데 거대 선거구 특성상 쉽지 않다”며 “요즘은 ‘코로나19’ 여파로 행사도 대부분 취소되고, 시장이나 거리에도 주민들이 많이 나오지 않아 선거 운동을 하기가 더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유권자들을 만나야하는 예비후보자의 입장에서는 사람이 많이 모일만한 행사장이나 읍·면 단위 등 중심지 위주의 선거 운동에 치중할 수 밖에 없어 주민 밀착형 선거운동을 벌이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영암·무안·신안 등 섬 지역을 포함한 선거구 후보자들은 고충이 더하다.

영암·무안·신안 국회의원 예비후보 B씨는 “아마 전국에서 영암·무안·신안이 가장 선거운동이 어려운 선거구가 아닐까 싶다”며 “도서지역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적어도 2박3일 일정은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구의 C 예비후보 역시 “섬에 들어가 있는 동안 배가 끊길 때면 어쩔 수 없이 집에 못 가고 섬에서 잠을 청해야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항상 침낭을 챙겨 다닌다”며 “언제나 즐겁게 지역구를 돌고 있지만 지역 특수성을 고려한 선거구 획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인구 외 면적·시군 특성 고려해야”

예비후보들이 선거 운동에 어려움을 겪는 것보다, 거대 선거구의 더욱 큰 문제는 국회의원 한 명이 3~4개의 시·군이 한데 묶여진 상황에서 해당 지역의 민원을 제대로 청취하고 여론을 수렴할 수 있냐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25조에 의하면 ‘국회의원 지역구는 시·도의 관할구역 안에서 인구, 행정, 지리적 여건, 교통, 생활, 문화권을 고려해 획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매 선거때마다 막판 시간에 쫓겨 인구 수 기준에만 의한 선거구 획정이 이어지며 거대 선거구 문제점 개선을 위한 노력은 후순위로 밀리는 상황이다.

유권자들 또한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후보들과의 접촉이 뜸하다보니 정치적 무관심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분석이다. 농어촌에서 후보의 자질을 꼼꼼히 살펴보기 보다는 무조건 정당이나 기호를 보고 투표하는 ‘묻지마 선거’가 자행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고흥·보성·장흥·강진 국회의원 예비후보 D씨는 “지역의 대표성과 지리적·행정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정한다면 지역 불균형은 계속해서 심해질 수 밖에 없다”며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인구 수 외에 면적과 각 시·군의 특성을 고려한 선거구 획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