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향기>”둥지가 필요해요”

이미경 동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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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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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소속의 욕구’가 가장 강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사람만 모여도 모임을 결성하려고 한다. 모임 특성도 가지가지 인데 학연, 지연, 혈연을 무시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중·고교 동문은 마치 피를 나눈 그 무엇보처럼 강하게 작용한다. 지난 1월17일 맥지청소년사회교육원 홈커밍데이를 가졌다. 미인가 대안학교인 도시속참사람학교와 여성중장기쉼터, 동구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등을 통해 인연을 맺은 아이들을 위한 자리다. 20여 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아이들과 함께 했는데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른채 지나가는 시간들이 안타까웠다. 새롭게 만나는 아이들도 중요하지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을 돌아보고 언제든 찾아와 쉴 수 있는 둥지를 만들어 주고 싶다. 지나간 시간만큼이나 훌쩍 성장한 아이들이 아이의 엄마로, 전문직을 가진 사회인으로, 학업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학생으로, 군인아저씨가 돼 자기 자리에서 잘 해내고 있는 아이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가장 힘들었던 청소년 시기에 함께 마음을 나누고 용기를 주던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눈시울을 붉히고 가슴으로 정을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조금은 다른 시간들을 보낸 친구들이 며칠밤을 설치면서 기다려 왔다는 만남의 시간은 떠들썩한 웃음소리와 정겨움으로 넘쳐났다.

용기를 못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친구들을 찾아보고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친구들을 위해 노력하자는 마음이 모아지면서 총동문회도 결성됐다. 홈커밍데이를 기점으로 아이들을 지켜주는 지킴이로서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기댈 곳없이 자립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아이들이 제대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전문 솔루션팀이 가동돼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켜내야겠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Keeper 둥지’를 만들고자 한다. 생활시설이나 쉼터, 학교밖센터 등지에서 더 이상 지원 받을 수 없는 상황인 친구들 중 아직 도움이 필요한 친구들이 부지기수다. 제도권 안에서 수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자립의 길을 가야하는 아이들을 위해 키퍼들은 마음을 모아야 겠다.

15년 인연을 맺고 지내는 결혼이주여성이 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남편이 간경화진단을 받고 간이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처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3이던 딸이 자신의 간의 60%를 아빠에게 이식해 줬다.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 사회복지학과 입학을 앞둔 딸은 ‘딸로서 당연한 일을 했다’ 면서 칭찬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무색하게 했다. 많은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구청과 행정복지센터,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도움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당당하게 도움을 받고 다시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건강한 사람이 될 것으로 믿는다. 요즘 청소년들에 대해 회의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오히려 더 열정적으로 자신을 위하고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아이들이 더 많음을 금방 알 수있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을 수밖에 없다고 확신하는 이유다.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한 ‘둥지’가 더더욱 필요한 이유다. 둥지를 만들어 따뜻한 부모의 품을 느끼게 해줘야 겠다. 매서운 칼바람도 두렵지 않는 그런 둥지는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그 사랑이 또 사랑을 낳게 될 터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천사가 돼 활동하고 있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나눔을 실천하는 기부천사들이 있어서 힘든 세상살이에도 희망이 있음을 느낄 수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온 세상이 혼란과 절망에 빠져 있지만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은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 전화위복으로 삼아 건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아이들을 위해 힘차게 뛰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