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위험 내몰린 배달 라이더… 안전 장치 필요

'플랫폼 노동' 시대의 그림자 - (하)위험한 노동자들
'빨리빨리'가 낳는 이륜차 교통사고... 별점 통제에 고객 눈치
노동부, 사고 위험 알람 서비스 도입... "노동자성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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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라이더 김진씨가 앱을 통해 콜(주문)을 확인하고 있다. 양가람 기자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배달 라이더 김진씨가 앱을 통해 콜(주문)을 확인하고 있다. 양가람 기자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배달 라이더’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대표적 플랫폼 노동자다. 배달 라이더는 플랫폼 서비스의 상품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이다. 그들은 인권은 물론 안전마저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처한 교통사고 위험이 대표적이다.

●위험에도 일해야 하는 그들

지난해 11월 광주의 한 배달 라이더 A(18)씨가 음식 배달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갑작스레 차선을 변경하려던 자동차를 피하려다 중심을 잃은 오토바이가 쓰러졌다. 사고로 A씨는 다리에 큰 골절을 입었지만, 산재 처리를 받지 못했다. 라이더로 등록한 지 며칠 되지 않은 A씨는 보상을 받기는커녕 오토바이 수리비도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비단 A씨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광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58건이던 이륜차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17년 87건, 2018년 120건 등으로 해마다 급증세다.

사고가 늘어남에 따라 2015년 1명 사망·76명 부상에서 2017년 5명 사망·132명 부상, 2018년 5명 사망·158명 부상 등 사고 사상자도 증가하고 있다.

이륜차 교통사고 증가의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배달 라이더의 급증이다.

하지만 그들을 보호할 ‘법’은 미흡한 실정이다. 그들은 ‘개인 사업자’ 신분이라 산재 등을 적용받는 게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일부 플랫폼 업체가 라이더에 사고 지원금을 지급하고는 있지만, 개인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하다.

●눈·비 내리면 미끄럼 사고 더 많아

배달 라이더들의 목소리는 절박함 그자체다.

배달 라이더 B씨는 “비 올 때 특히 오토바이 운전을 조심한다고 하지만 브레이크를 밟으면 거의 항상 미끄러진다”면서 “고객들도 열에 두 명은 음식 포장이 젖었다며 화를 내고 도로 가져가라고 한다”고 했다. 배달 라이더들이 교통사고 위험에도 ‘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다.

사고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그들 몫이다. 한 번 사고가 나면 병원비, 수리비는 물론 주문 취소액 보상까지 그 날 번 돈은 다 날리는 셈이다.

그들이 질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고객 서비스 평점이나 리뷰 시스템’이다. 배달 지연으로 평점이 낮아질 걸 두려워하는 라이더들은 비오는 날에도 신속 배달의 압박감을 받는다. 결국 라이더들은 ‘고객에 의한 통제’를 받는 셈이다.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각 배달앱 회사는 라이더들에게 사전 교육을 통해 안전 준수 의무를 주지시킨다. 하지만 배달이 지연되면 항의를 하거나 별점을 낮게 주는 고객들이 많아 대다수 라이더들은 무리하게라도 빨리 운전한다.

●정부의 교통사고 줄이기 해법…근시안적

대책은 마련되고 있지만 ‘근시안’적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달 16일부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이륜차 안전 점검 등 사업주의 안전관리 의무가 강화됐다. 물건의 수거나 배달에 소요되는 시간 제한 금지가 주요 골자다. 앞으로 ’30분 내 배송’ 등 문구는 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콜(주문) 건수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배달 라이더에게는 시간이 곧 돈이다. 본인의 수입이 달린 문제인 만큼 시간 제한 금지가 배달 노동자들의 ‘빨리빨리’ 문화를 근본적으로 고치지 못할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부터 5대 배달 앱 업체들과 협의해 배달 종사자 앱에 이륜차 사고 사망 지점(2012년~2018년, 6003건)을 탑재해 배달 종사자가 해당 지점에 근접할 경우 알람이 울리도록 하는 ‘이륜차 사고 위험 지역 알리미’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달앱 ‘바로고’의 라이더 김진씨는 “분초를 다투는 업무이다 보니 알람이 울려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고 다발 지역 인근에서야 알람이 울리는 것보다는 목적지 설정 시 지도에 (사고 다발 지역 알림이) 뜬다면 좀 나을 것 같다. 현재는 오히려 단톡방에서 공유되는 (사고 다발 지역이나 단속 지역에 대한 정보가) 더 신뢰간다”고 말했다.

●’노동자성 인정’이 해법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근시안적 해법 대신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현 정부 정책은 비정규직이나 장기 근로자의 복지 제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시장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배려, 보호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난폭운전 같이 시민들이 라이더에 대해 갖는 부정적 인식도 노동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부분에서 비롯됐다”며 “노동자성 인정을 통한 4대보험 가입, 최저임금 보장 등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