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델루나·’1987’의 배경… 목포에 다 있다

낭만 항구·근대문화 1번지 등 여행자들 애정하는 곳
노벨평화상 기념관 등 다채로운 목포 이야기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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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편집에디터
목포. 편집에디터

목포 | 최성환 | 21세기북스 | 1만7000원

기록되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기 마련이다. 정규 교과에서 다루지 않은 1970년 대 이후의 한국의 땅과 사람, 문화에 대한 인문지리서인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는 각 지역의 고유한 특징을 깊이 있게 담아내기 위해 독립된 시군 단위를 한 권의 책으로 기획한 시리즈물이다.

오래된 문화유산, 뺴어난 자연환경, 유동 인구가 많아져 가장 활발하게 발전하고 있는 구석구석까지. 지역의 모든 것을 담기 위해 해당 지역에 거주하거나, 지역에 깊은 연고가 있는 시민들이 도슨트가 됐다. 해당 지역에 관심있는 여행자 혹은 지역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 싶은 지역민들에겐 이 책의 탐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시리즈의 세 번째인 ‘목포’는 낭만 항구, 섬들의 수도, 예향, 맛의 도시, 전남 근대문화 1번지 등 다양한 별칭을 갖고 있는 도시다. 목포 토박이인 저자는 현재 목포대학교에서 지방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로서 목포의 모습을 찍고 기록했다. 조선 시대에 세종이 설치한 수군의 진영이었던 목포진에서부터 자연 훼손과 지역 개발이라는 30년간의 논쟁 끝에 2019년 개통된 해상케이블카까지, 목포라는 도시가 쌓아온 시간과 문화를 총 31개의 공간을 통해 소개한다.

1897년 개항한 목포는 쌀과 면화 같은 한국의 특산물을 일본으로 옮겨 가기 위한 수탈의 창구로 이용됐다. 반면 근대의 바람이 불어와 새로운 물결이 시작된 곳이기도 했다.

목포는 당시 흔적들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때문에 드라마·영화의 배경으로 각광받고 있다. 인기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 고풍스럽고 이국적인 매력을 자랑하던 건물도 목포의 근대 유산이다. 이 건물은 120년 전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구 일본영사관이다.

영화 ‘1987’ 속에 등장한 추억의 장소 연희네슈퍼, 1세대 모던보이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김우진 거리 또한 근대문화의 상징이자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최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창성장도 근대 유산의 일부다. 창성장이 가진 근대 유산으로서의 가치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목포에 위치한 노벨평화상 기념관에 대한 설명도 눈길을 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는 그의 족적을 밟을 수 있는 의미있는 곳이 많다. 저자는 “소년 김대중은 목포진 일대를 이순신의 정신이 담긴 의미 있는 장소로 인식하였다. 현재 목포시에서는 김대중 관련 옛터를 중심으로 김대중 이야기 공원을 꾸미고 있다”며 설명한 뒤 “목포진에서 항동시장으로 연결되는 계단 길도 여기 속한다. 목포진 역사공원 관람을 마치고 내려갈 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았던 항동시장 계단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여행 루트를 추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근대문화를 공부하고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목포는 반드시 거쳐야 할 여행지다. 그리고 근대문화도시 목포를 왜곡 없이 가장 잘 안내할 가이드가 바로 대한민국 도슨트 ‘목포’다.

‘목포’ 하면 많은 사람들이 바로 떠올리는 것은 아마 ‘목포의 눈물’이다. 이난영이 부른 이 노래는 일제강점기 개항장으로써 목포의 슬픔을 담고 있는 곡이다. 하지만 목포의 현재 모습을 보면 ‘목포의 눈물’이라는 말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오늘의 목포는 일제강점기의 수탈과 산업화 시기의 소외로 인한 오랜 침묵을 깨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잘 보존하고 지켜온 옛 건물들은 가치 있는 근대 유산으로 목포의 자산이 됐고 목포에서 활동한 예쑬가들은 목포를 예향의 도시로 발전시켰다. 여기에 남도 음식의 절정을 선보이는 항구의 맛까지 더해져 지금의 목포는 전국 각지에서 여행자를 사로잡고 있다.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