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무덤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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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편집에디터
이기수 편집에디터

경자년(庚子年) 새해에도 어김없이 해는 무등산 너머에서 고개를 내밀어 광주 시민의 하루를 열었을 것이다. 올해부터 국립공원 무등산 모습도 조금씩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산 등성이 곳곳에 분포된 무덤(묘지)들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출 것으로 기대돼서다. 국립공원공단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와 무등산공원동부사무소가 묘지로 인해 훼손된 무등산의 생태 및 경관 가치를 복원하기 위해 올해 공원 전 지역을 대상으로 묘지 이장 (移葬)사업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사무소에 따르면 위성사진을 통해 무등산에 산재한 묘지를 분석한 결과 , 5999기가 조성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재하는 묘지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무등산이 ‘무덤산’으로 구전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사무소는 묘지가 국립공원의 경관을 해칠 뿐더러 샛길 출입, 야생 생물 서식지 훼손, 성묘객 무질서 행위 등 공원 관리상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보고 지난 2018년부터 이장 사업 추진에 들어갔다. 무등산동부사무소는 2018년 10월 시범 사업에 나서 입석대 일원에 위치한 묘지 1기를 순천으로 옮겼다.

여기서 ‘시범 사업’이라 함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한 결과다. 오랜 동안 매장 장례 문화가 우리 삶 속에 깊게 박혀있는데다 현재 무등산 전체 면적 중 사유지가 70% 정도로 자신의 땅에 묘자리를 썼을 경우 이전을 강제할 법적·제도적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사무소는 본 사업 1년 차인 올해 관련 예산을 확보해 가족 등 연고가 있는 묘지만 이장을 추진한다. 국립공원 지정 전에 조성한 묘지를 공원구역 밖으로 이장하면 1기당 약 340만 원(지난해 기준)의 이장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묘지 이장은 유족이 관련 서류를 갖춰 공원 무등산 관할 사무소에 신청하면 현장 조사를 거쳐 추진된다. 벌써 신청 건수가 100여 건에 달할 정도로 호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 내 묘지를 이장할 때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은 2011년 사적형 국립공원인 경주국립공원에서 처음으로 시작했고, 산악형 공원으로는 무등산이 전국 최초다. 이것도 무등산이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위상이 업그레이된 결과다. 장례 문화와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바뀐 만큼 관심과 참여 의지만 있다면 묘지 조성으로 훼손된 무등산 자연과 경관을 빠르게 복원함으로써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후대에 물려줄 소중한 자연 유산이 될 것이다. 이기수 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