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악몽’ 재현되나… ‘신종 코로나’에 뒤바뀐 일상

“감염 막자” 너도 나도 마스크·외출도 자제
모임·행사·여행 연기…펜션 예약 취소 급증
“지역에 확진환자 발생” 가짜뉴스·루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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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광주 서구 광천터미널에서 이용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
29일 광주 서구 광천터미널에서 이용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

중국 우한지역에서 촉발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이 수그러들기는커녕 국내에서도 4명의 확진자가 나타나면서 지역민들의 불안이 커져가고 있다. 마스크는 외출 필수품이 됐으며 각종 실외 행사가 취소되는 것은 물론 가짜뉴스까지 나돌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10명 중 4명 마스크…인파도 줄어

29일 오후 2시께 찾은 광주 서구 광천터미널. 입구에서부터 마스크를 착용한 이용객들이 수두룩했다. 어림잡아 절반 정도가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쓴 채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이용객 104명을 대상으로 마스크 착용 여부를 확인한 결과, 마스크를 착용한 이는 47명으로 45.2%에 달했다. 어린이와 나이 지긋한 노년층의 경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비율이 더욱 높았다.

정연수(32·여·서구 화정동)씨는 “5살 딸과 함께 친정에 일이 있어 화순으로 가려고 나왔다. 아이가 혹여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될까 걱정스럽지만 안 갈 수도 없는 지라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을 단단히 챙겼다”고 했다.

버스 탑승 외에도 각종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광천터미널은 만남의 광장과도 같은 곳이다. 겨울방학을 맞은 이맘 때면 항상 청소년, 청년들로 북적였지만 이날은 눈에 띄게 한산했다.

김선호(17)군은 “친구들과 만나서 놀기로 했는데 친구 한 명이 독감에 걸려 못 나왔다. 방학인 데도 집에만 있기 갑갑해 어머니 핀잔을 들어가며 나왔지만 막상 나오니 불안하다”고 했다.

터미널 측은 공기정화 시스템을 가동하고 손 세정제를 비치해 이용객들의 안전을 챙기고 있다. 주기적인 안내방송으로 주의도 환기시키고 있다. 터미널 관계자는 “어제 서구보건소 직원들이 직접 나와 전체 소독을 진행하는 등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터미널과 연결돼 있는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큰 폭은 아니지만 이용객이 감소했으며 식품 코너는 물론이고 고객을 대응하는 직원들은 빠짐없이 마스크를 모두 착용하고 있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많은 손님들이 모여 이용하는 곳인 만큼 위생에 더욱 신경 써 안심하고 쇼핑을 즐기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 모임·행사·여행 줄줄이 취소

함평에서 한옥 펜션을 운영하는 A(52)씨는 요즘 속이 쓰리다. 작지 않은 규모에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로 입소문이 퍼져 손님이 줄을 이었으나, 최근 신종 코로나 여파로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A씨는 바이러스 소식을 듣자마자 발 빠르게 건물 전체를 소독하고 공기청정기와 손 세정제 등을 비치하며 예약 손님들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취소를 막지는 못했다.

A씨는 “이미 예약 건수 중 30% 가까이 취소돼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필 공항이 있는 무안이 바로 옆 지역이라 손님들이 더욱 경계심을 가진 듯하다”고 토로했다.

광주·전남 지자체들의 행사도 연이어 취소됐다. 남구는 내달 7일부터 9일까지 고싸움놀이테마파크에서 열 예정이었던 고싸움놀이 행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광산구도 내달 8일 전후로 삼도·운남·쌍암동에서 개최하려던 정월대보름맞이 행사 취소를 검토 중이다. 역사관광코스 개발을 위해 31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발자취를 따라 상해·항저우·난징·충칭 등 방문 일정도 취소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정월대보름 행사도 중요하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부터 주민 안전을 지키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취소 여부를 두고 관련 단체들과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 확진자 루머에 김치·공기전파까지

신종 코로나는 가짜뉴스까지 대량으로 양산하기에 이르렀다. 광주·전남에 알려지지 않은 확진자가 존재한다는 둥, 중국산 김치를 먹거나 확진자의 눈만 쳐다봐도 감염이 된다는 식의 소문이 퍼지고 있다.

거짓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며 SNS에 업로드하거나 경찰·보건당국에 허위 신고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이날 오전 3시께 광주 북구에서는 ‘신종 코로나에 걸린 것 같다’며 112상황실에 허위 신고한 20대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당시 커뮤니티에 ‘메르스 탓에 병원 출입이 금지됐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40대 남성이 업무방해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근거 없는 가짜뉴스를 유포할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