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가로등, 시에서도 구에서도 ‘애물단지’ 전락

민선6기 주요시책… 치적쌓기 비판에 효율마저 '바닥'
'잔반처리는 구청 몫'… 설치비 아까워 현상 유지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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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구 봉선동 유안근린공원에 붙어 있는 스마트 가로등 안내 포스터. 서비스가 중지됐음에도 공원 등 곳곳에 포스터가 붙어 있어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최원우 수습기자 wonwoo.choi@jnilbo.co
광주 남구 봉선동 유안근린공원에 붙어 있는 스마트 가로등 안내 포스터. 서비스가 중지됐음에도 공원 등 곳곳에 포스터가 붙어 있어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최원우 수습기자 wonwoo.choi@jnilbo.co

학원에 갔다가 늦게 돌아오는 딸의 안전을 걱정하던 A(41)씨는 최근 광주 남구의 한 공원에 붙어 있는 ‘스마트 가로등’ 포스터를 발견했다. 스마트폰에 관련 앱을 내려받으면 위급상황 발생 시 가로등에 설치된 비콘이 보호자·경찰에게 자동 연락을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반색하던 A씨는 관련 앱을 찾아봤지만, 아무리 검색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남구청에도 문의해봤으나 서비스가 종료됐다는 답변만이 A씨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진행됐던 ‘스마트 가로등’ 사업이 현실과 괴리된 이상론에 그친 ‘빛 좋은 개살구’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스마트 가로등’ 사업은 윤장현 전 시장의 민선6기 공약이다. 가로등에 블랙박스나 비콘을 설치해 여성·아동·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시행됐다. 학교폭력·쓰레기투기·노상방뇨 등이 우려되는 골목길, 학교·원룸촌 주변, 공원 공중화장실 등에 주로 설치됐다.

광주시는 2015년부터 스마트 가로등 개발에 착수, 2016년 4월29일까지 스마트 가로등 1074개(블랙박스형 70개, 비콘형 1004개)를 설치한 후 가동을 시작했다.

블랙박스형은 가로등 주변 영상이 촬영돼 10일 이상 저장이 가능해짐으로써 쓰레기투기나 범죄 수사에 기여할 것으로 봤다. CCTV 설치가 어려운 우범지역에도 활용할 수 있으며 가격도 10%가량 저렴해 예산절감 효과도 기대됐다.

비콘형은 스마트폰에 연동 앱을 설치하면 반경 25m 내 위급상황 시 자동으로 보호자와 경찰에 구조가 요청되는 기능이 탑재돼 있어, 여성·아동 등 취약계층 보호에 효과적일 것으로 평가됐다.

2016년 4월에는 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 주관 ‘정부 3.0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시범 설치 운영 결과 범죄예방에 긍정적 평가를 받고 시민 호응까지 얻어 타 도시에서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업이 본격 시행되면서 기대됐던 장점은 사라지고, 생각지 못했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났다.

블랙박스형은 말 그대로 ‘블랙박스’일 뿐이었다. 영상은 차량 블랙박스 수준의 화질에 촬영 반경도 5m를 벗어나지 못했다. 빠르게 지나가거나 모자를 눌러쓰면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날이 갈수록 발전을 거듭해 가시거리가 200m에 달하는 CCTV에 밀려 의미가 더욱 퇴색됐다. 간혹 주취자 노상방뇨나 무방비한 쓰레기투기꾼 확인 수단에 그칠 뿐이었다.

비콘형은 더욱 처참했다. 2019년 기준 광주시 전역의 가로등·보안등 개수만 10만여 개에 달하는데, 고작 수천 개의 비콘형 가로등으로는 범죄 예방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경찰에 신고가 접수돼 출동해도 이미 늦거나 상황이 종료되기 일쑤였다. 설상가상 비콘 업체마저 부도가 나 사업 지속도 불가능해졌다.

배터리 수명도 1년으로 교체가 잦았고, 2년이 지나면 수명이 다해 비콘 자체를 재설치해야 했다. 짓궂은 날씨로 인한 고장도 잦았으며, 1년에 1000개씩만 유지·보수하더라도 예산이 7~8000만원 가량 소요됐다. 결국 광주시는 지난해 비콘형을 모두 철거했다.

블랙박스형은 2018년까지 광주시 내 총 520개(북구 131개, 광산구 116개, 서구 95개, 동구 90개, 남구 88개)가 설치됐다. 현재까지 유지되고는 있으나 광주시는 관할 구에 관리를 위임하고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구청만 할 일이 늘었다. 위임받은 사항이라 맡고는 있지만 일반 가로등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평가다.

북구 관계자는 “스마트 가로등 1개의 조달가가 120~130만원에 달하다 보니 효과가 없다고 철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불이라도 잘 들어오게 유지하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사건·사고 발생 빈도가 높은 광산구에서조차 효용성이 떨어진다.

광산구 관계자는 “경찰 수사 요청으로 블랙박스 영상을 제공하는 것도 1년에 많아야 10번이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화질이 나빠 수사에 도움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아픈 손가락’을 넘어 ‘애물단지’로 전락한 스마트 가로등. 수십억 혈세가 성과 없이 증발했지만 책임 주체가 없는 것도 문제다. 광주시도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인정하면서도 민선6기 정책이라 도리가 없다며, 지나간 사업에 미련을 남기기보다 현실적인 방안 도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불빛의 밝기를 키우는 것이 현실적인 시민 안전 대책”이라며 “광주시 내 총 3만9000여 개 보안등의 램프를 LED로 바꾸고 있다. 작년 12월 말 기준 31% 교체율을 기록 중이며 이른 시일 내 보급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
최원우 수습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