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재심 청구 장경자씨 “무죄, 평생 한을 푼 기쁜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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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열린 여순사건 재심 재판에서 순천역 철도기관사 고 장환봉 씨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후 고 장환봉 씨의 아내 진점순(97·오른쪽)씨와 딸 장경자(75)씨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20일 열린 여순사건 재심 재판에서 순천역 철도기관사 고 장환봉 씨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후 고 장환봉 씨의 아내 진점순(97·오른쪽)씨와 딸 장경자(75)씨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오늘은 아버지와 우리 가족의 한을 푼 기쁜날 입니다. 이제 여순사건 특벌법이 제정돼 당시 억울하게 죽은 희생자들의 한이 풀리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70년전 여순사건 당시 내란죄로 처형된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기위해 국가를 상대로 재심을 청구한 장경자(75·여)씨는 20일 여순사건 재심재판에서 아버지에 대한 무죄가 선고되자 감격의 눈시울을 붉혔다.

장씨는 “여순사건 당시 철도기관사의 어린 딸인 제가 그동안 아버지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했는데, 그토록 원했던 무죄라는 좋은 결과가 나와서 매우 기쁘다”면서 “국가가 과거의 잘못에 대해 무죄판결을 비롯해 진정한 사과를 처음으로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장씨는 다른 유가족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재심재판을 청구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의 사과 및 여순사건 재심 청구인에 대한 재판이 보다 일찍 열렸어야 했다”면서 “10여년전만 해도 유가족과 증인이 많이 살아계셨지만 지금은 유가족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장씨는 이와 함께 “저 개인적인 재심재판에서 아버지의 내란죄가 무죄가 됐지만, 이를 기점으로 정부 입법이 진행돼 모든 분들이 무죄가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대통령과 여당이 손을 잡고 하루빨리 여순사건특별법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씨와 함께 선고 공판을 지켜본 고 장환봉씨의 아내 진점순(97·여)씨는 “큰딸이 세살이고 작은딸이 한살인 아이들을 두고 티끌만큼도 잘못이 없는 착한 사람을 데려다가 죽여 버렸다”면서 “착한 남편은 아이들에게 어서 커라 전주여중도 보내주고 미국유학도 보내 준다고 했었는데 어느날 직장에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울먹였다.

1948년 10월 여수시 신월리 주둔 14연대 소속 군인들이 제주도 4·3사건 파병반대를 외치며 장교를 사살하는 등 군대 내 반란을 일으킨 후 순천으로 향했다.

진압에 나선 계엄군은 순천을 점령한 후 철도기관사 고 장환봉씨 등을 내란 및 국권문란혐의로 체포해 22일만에 군사법원에서 사형선고(호남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 명령 제3호)를 하고 처형했다.

고 장환봉씨의 딸 장경자씨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며 재심 청구 7년여 만인 지난 2019년 3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재심청구사건에 대해 재심개시를 결정해 순천지원서 20일까지 7차에 걸친 재판이 진행됐다.

순천=박기현 kh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