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 우리 지역 시 문학상에 대한 딴지 걸기

이창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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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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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일 시인에 대한 추억 대부분은 술에 관련한 것들이다.

그는 생맥주 예찬론자로 생맥주 사랑을 아침저녁으로 실천하였고 사비를 털어 제자들에게 술을 가르쳤다. 강의실을 맥주가게로 바꿔 진행한 경험도 많았다. 요즘 대학은 어떤지 몰라도 그 당시엔 그런 풍속이 있었고 타 학과 학생들에게 이런 수업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시를 쓰든 그렇지 않든 문학에 관심이 있든 없든 조태일 시인은 술을 두고 사람을 차별하지 않았다. 누구나 그에게서 술 한 잔은 얻어먹은 기억이 있다.

조태일 시인은 1999년 9월 간암으로 죽었다. 조태일 시인의 장례를 치르는 동안 조문객에게 줄 술이 떨어졌다. 삼성병원 개원 이래 장례식장에서 술이 떨어진 것은 처음이라 했다. 조태일은 생전에 월급 대부분을 가난한 학생들에게 술과 밥을 사는데 지출한 것처럼 마지막으로 지인들을 불러 원 없이 술을 사고 떠났다.

조태일 시인은 학생들에게 십년만 시를 쓰면 먹고 사는 게 저절로 해결된다고 큰소리 치곤 했다. 아이엠에프 이후라 직장이 귀했던 시절이었다. 조태일 시인은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시를 잘 쓰면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고 가르쳤다.

조태일 시인이 작고한지 20년이 된 작년 가을 곡성군 문예회관에서 조태일문학상이 열렸다. 그의 이름을 딴 조태일문학상 1회 수상자는 이대흠 시인이었다. 이대흠 시인은 고향 장흥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시인과 공무원을 겸하고 있다. 그의 시는 고향풍경을 소재로 작고 소박한 것들에 대한 노래로 시집을 꾸몄다. 실험이라는 명목으로 시를 어렵게 만들거나 난해한 문장으로 독자들을 미혹하지 않는 시집이었다. 그런 면이 조태일의 시세계와 닮았다. 닮았지만 서로 같지 않고 조태일을 흉내 내지도 않았다. 이대흠 시인의 조태일문학상 수상식장에서 나는 박수를 쳐주고 뒤풀이 장소에서 술을 한잔 마셨다.

몇 년 전 해남 어느 문학상 시상식에 갔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였고 떠들썩한 자리에 술잔이 오고갔다. 그렇지만 누가 어떤 방식으로 심사해 누구에게 상을 주는 지 잘 몰랐다. 잔칫상에서 술 잘 마시고 밥 잘 먹고 놀다오면 그 뿐이었지만 앉지 말아야할 자리에 있었다는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몇 년 전 고위공무원 출신이 받은 박용철문학상도 그렇다. 수상자가 훌륭한 시인이라는 건 누구나 알지만 그가 꼭 그 상을 받아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인터넷을 통해 본 강진 어느 문학상 수상작을 읽어보고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도 했다.

몇 년 전 돌아가신 유명 시인의 이름을 딴 문학상도 이런저런 뒷소문이 무성했다. 이보다 앞서 미당문학상은 지금도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미당의 친일행적은 차치하더라도 미당의 시세계와 미당문학상 수상자들 작품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5·18문학상도 수상자가 상의 취지에 맞는지에 대해 한동안 시끄러웠다고 들었다. 문학상 수상에 반드시 모두의 동의를 구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수상작을 읽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아무리 좋은 작품일지라도 상의 취지와 관계가 멀다면 다시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끼리끼리 문학상 돌려먹는 문학상의 책임은 무엇보다 문인들에게 있다. 상의 권위를 지키고 공정해야할 심사위원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하겠다.

이익이 생기는 곳 여기저기 기웃대고 사람 사이를 이간질 하고 이미 발간한 시집과 차별성 없이 시집을 남발하며 은유나 상징에 대한 고민 없이 시를 쓰는 시인은 상 받을 자격이 없다. 자신은 어렵지만 지갑을 털어 후배들 밥과 술을 사는 아량이 넓은 시인, 시를 읽고 새롭게 형식을 다듬는 노력이 돋보이는 시인, 먹고 사는 일보다 시의 궁극에 대해 고민하며, 시대를 이해하며 극복하려는 시인이 문학상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드물지만 잘 찾아보면 그런 시인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좋은 시는 누가 읽어도 좋다

광주시 남구에서 다형 김현승문학상을 만든다고 한다. 다형은 광주문단을 이야기할 때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시인이다. 다형의 시세계를 잘 이해하는 사람들로 심사위원을 구성해 취지에 맞는 시인에게 문학상을 주었으면 좋겠다. 시문학상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고 하지만 좋은 시는 누가 읽어도 좋다. 좋은 시는 사람의 마음을 맑게 하고 오랫동안 침묵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