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허술해서’ 대통령 명의 공문 위조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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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로 인한 단축수업을 건의했으나 거부당하자, 대통령 명의의 수업단축 공문을 전국 시·도 교육청에 보내 재판에 넘겨진 대학생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문서가 너무 허술해 공문서 위조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광주지법 형사6단독(재판장 황성욱)은 공문서위조와 위조공문서행사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3월 8일 광주의 한 대학교 우편물취급소에서 교육부와 17개 시·도 교육청에 자신이 위조한 문서를 발송했다.

A씨는 같은 해 3월7일 자신이 다니는 대학 교학처에 전화해 미세먼지로 인한 단축 수업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신의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대통령 명의의 공문서를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발송한 A4용지 2장 분량의 문서에는 ‘기밀문서’ 표시와 함께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고 있다. 미세먼지 관련 학부모·학생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각급 학교는 단축 수업 또는 휴업을 실시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대학·인문계 고등학교별 단축 수업시간과 차량운행 제한조치, 흡연금지 등도 포함됐다.

경찰은 광주시교육청으로부터 ‘청와대 사칭 문서가 배달됐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서 A씨를 붙잡았다.

재판부는 박씨가 보낸 공문은 일반인이 쉽게 믿을 정도로 형식과 외관을 따라한 문서가 아니고 내용도 허술해 공문서위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서에 표제나 목차도 없고 청와대 로고 상·하단이 잘린 점, ‘대통령 문재인’이라는 문자의 크기나 글꼴이 서로 다른 점, 대통령 명의의 공문서라고 보기 어려운 유치하거나 허황한 내용이 담긴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박씨가 작성한 문서는 평균적인 사리 분별능력이 있는 사람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면 공공기관이나 공무원이 작성한 것이 아님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공문서로서 형식과 외관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공문서 작성 명의자의 직인이나 서명, 기관의 관인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