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웠던 시절 마음의 빚 갚을 수 있어 행복”

□한상원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배고픈 새 위한 ‘까치밥 정신’으로 나눔 실천
“고액기부자 위한 명예의 전당·인재 양성 꿈”
부인 박일선씨와 7번째 광주부부 아너 가입
“힘 닿는데 까지 나눔 활동 멈추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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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원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김양배 기자 편집에디터
한상원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김양배 기자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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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배고픈 새를 배려해 감나무의 감을 모두 따지 않고 한 두개를 남겨뒀다. 함께 살아가자는 의미의 까치밥이다. 나의 기부도 선조들의 까치밥 정신과 비슷하다.”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한상원 회장의 말이다. 하찮은 미물의 삶에도 관심을 가졌던 조상들의 마음처럼 주위에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인간으로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나눔과 배려, 공존과 상생의 시작이라고도 했다.

한 회장이 평생 꿈꿔온 삶은 ‘사람의 도리와 분수를 지키는 것’과 ‘어려운 이웃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 두개다. 홀트아동복지회나 유니세프, 북한 결핵환자 치유를 위한 지원까지, 평생 수십여 곳의 복지단체에 오랫동안 기부를 해왔던 것도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지난 2018년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에 취임하면서도 ‘함께 사는 삶’을 강조했다. 오는 31일 2020희망나눔캠페인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그를 만나 나눔의 철학과 올해 광주모금회의 현안 등을 들어봤다.

-회장에 취임한지 2주년이 됐다.

△2016년 6월 아내와 함께 부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하고, 2018년 5월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에 취임했으니 모금회와는 정말 인연이 깊은 것 같다. 오는 5월이면 회장으로 취임한지 2주년이 된다. 지금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따뜻한 나눔의 문화를 활성화시켜 닫혀있는 영역과 고립된 소외계층들을 사회와 소통시키고 싶다. 지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해 균형있는 배분이 되도록 노력도 아끼지 않겠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1998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의해 설립된 법정기관으로 ‘사랑의 열매’를 상징으로 하고 있다. 공동모금을 통해 아동·청소년, 장애인, 노인, 여성, 가족, 지역사회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고루 지원해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국내 최대의 전문 모금 및 배분기관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올해로 창립 22주년을 맞았다. 지난 21년간 ‘나눔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왔듯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

-공동모금회장의 역할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고 본다.

△출범 22주년을 맞은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그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초창기 8억원이었던 모금액이 지난해 113억9800만여 원을 달성해 명실공히 우리사회를 대표하는 국내 최대의 전문 모금 및 배분기관으로 성장했다. 그간의 경험과 지혜를 교훈삼아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

-오랫동안 나눔실천에 앞장서 왔다. 한상원 회장에게 나눔은 무엇인가.

△기업이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일은 직원을 많이 고용해 여러 사람을 먹여 살리고 구성원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인재를 기르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힘닿는데 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사람들, 경제적 뒷받침이 안돼 병을 못 고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려운 이웃을 내 형제처럼 보살피고 나누며 함께 살아가고 싶다.

-광주모금회의 1년 모금액과 배분액은 얼마나 되는가.

△광주에서 모인 성금은 전액 광주지역 내 어려운 이웃과 사회복지시설에 지원 된다. 지난해 광주지역 시민, 기업, 단체 등 희망나눔캠페인에 참여하여 모아진 성금은 123억6600여 만원으로 중앙지원금을 포함해 모금액보다 더 많은 지원을 광주 지역 소외계층에 나누고 있다.

-복지를 사회적 지출로 인식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퍼주기’라는 혹평도 들린다.

△사회복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한 국가의 복지제도가 발전 할수록 이에 대한 혜택을 받는 개인들이 많아지고, 이들이 다시 더 높은 수준의 복지를 권리로서 요구해 복지제도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사회 구성원이 함께 누리는 복지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보편적 복지가 확산돼야 한다. 모든 국민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우리나라 복지가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길 소망한다.

-사회가 진화할수록 복지사각지대가 늘고 있다.

△얼마전 대구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김포에서도 일가족 3명이 숨졌다. 생활고를 비관한 극단적인 선택이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제외된 비수급 취약계층(가구 소득평가액이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을 자체적으로 발굴해 지원하는 2019년 광주형 기초보장제도가 시행중이다. 공동모금회에서도 긴급지원사업을 통해 생계·의료·주거지원 등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신속하게 지원해 가겠다. 그러기위해서는 재원확보가 필요하다. 도움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합한 대상자를 선별해내는 효율적인 복지전달체계 구축도 선행돼야 한다.

-배분에도 원칙과 기준이 필요하고 지역별 특성을 무시할 수 없다.

△광주모금회는 빈곤, 질병, 소외 3대 어젠다를 중심으로 고른 영역에 균형 있는 배분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만의 특화된 배분사업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질병의 경우 긴급지원 등 의료비 지원으로 일정 부분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빈곤 영역에 대해서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 재활 등의 교육사업을 펼치고 소외영역에서는 사회복지 대상자 및 종사자들의 인권과 관련된 사업에 대해 사회복지 현장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

-희망2020나눔캠페인이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보여준 십시일반 작은 정성이 모여 희망이 가득한 아름다운 축제를 만들어냈다. 최근 우리 사회가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의 질을 함께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부문화가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희망2020나눔캠페인이 이제 14일 정도 남았다. 1월15일을 기준으로 50억8400여만원이 모아져 사랑의 온도는 95.1도다. 목표에는 부족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교하면 긍정적인 결과로 본다. 나눔은 어려운 이웃들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자기 자신에게는 더 큰 행복감을 준다. 올해 사랑의 행복온도가 100도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린다.

-1억원 이상 기부자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계속 늘고 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기부문화의 성숙을 이끌어 사회공동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모임으로써 1억원 이상을 일시 또는 5년 내 완납을 약정하면 회원자격이 주어진다. 광주지역에서는 2010년 1호 회원 가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107명이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특히 2019년에는 19명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였으며, 패밀리 아너 3호, 부부 아너 16호 회원이 광주지역의 나눔문화를 선도해가고 있다.

-기부해주신 분들의 면면도 다양하다고 들었다.

△정이완 기부자님과 고인이 된 아내 송영자님이 가장 기억에 남아있다.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아내와 좋은 일을 하자는 약속으로 가입한 10년만기 연금 1억원을 기부하고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는데 아내분이 갑작스럽게 병환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나누고 베풀기를 좋아했던 아내의 뜻을 기려 1억원의 성금을 기부한 남편의 사랑이 너무나 감동적이었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자신을 가정주부라고만 밝힌 한 여성도 만기가 다 된 적금 1000만원을 선뜻 기부하면서 ‘자신이 어려웠을 때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었고 이제야 마음의 빚을 갚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해 가슴이 뭉클했다. 매년 10㎏짜리 쌀 20포대를 두고 가시는 분도 편지에 ‘우리는 잘 살지도 못 살지도 않는 평범한 가족이지만 마음만은 부자이고 싶네요’라고 적었다. 감동이면서 감사한 일이다.

-모금과 배분과정의 투명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있는가.

△광주모금회는 경제·언론·복지·학계 등 사회 각계각층의 전문가로 구성된 배분분과실행위원회 심의와 운영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지원하고 있다. 조직 운영, 모금, 배분사업과 관련된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의 목소리에도 더 귀를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시민참여위원회를 구성해 모금·배분사업이 더욱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심의하고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모금회 내부에서도 조직운영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일 있도록 노력하겠다.

-새해가 시작됐다.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첫째는 광주시와 협의를 통해 광주시청에 고액 기부자를 위한 명예의 전당을 만들어 기부문화를 더욱 확산시키고 싶다. 기부는 스스로 좋아서 하는 것이지만 기부자가 명예와 자긍심을 갖도록 예우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시민의 감사와 진정성을 기부자에게 전하고 싶다. 두번째는 2018년 첫 발을 내디딘 홍인학원내 영산중·고등학교를 영국의 이튼스쿨처럼 명문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폭 넓은 장학제도와 우수 교사 확충, 기숙사 개선 등을 통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고 이들에게 옥스퍼드나 캠브리지 등 세계 유수의 대학이나 이튼스쿨·해로우스쿨 등 유명 학교와 경쟁하도록 만드는 게 꿈이다. 자원이나 자본이 뒤떨어지더라도 인재가 있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지역민에게 한마디 한다면.

△여러모로 지역이 어렵다. 그런 가운데서도 사랑의 행복 온도를 높여주신 광주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시민 한분 한분의 따뜻한 정성이 우리 이웃들에게 큰 희망과 용기가 되고 있다. 나눔을 통해 따뜻한 마음을 전함으로써 행복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믿는다. 어려운 이웃들은 1년 365일 도움이 필요하다. 시민의 지속적인 나눔 참여를 부탁드린다. 2020년 경자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기원한다.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