넙치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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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편집에디터
이기수 편집에디터

‘톰과 제리’. 고양이 톰(Tom Cat)과 쥐 제리(Jerry Mouse)를 주인공으로 한 미국의 애니메이션으로 1980년대 국내 수입 방영돼 인기를 끈 작품이다. 특히 제리는 금방이라도 잡아먹힐 것 같지만 언제나 고도의 전략과 재빠른 몸놀림으로 번번이 톰을 골탕먹인다. 톰은 극중에서 여러 차례 몸 전체가 납작해진다. 코가 납작해졌음을 만화적으로 표현했음이리라. 느닷없이 톰과 제리를 언급한 것은 요즘 국민횟감 넙치가 마치 톰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몸이 납작해 광어(廣魚)로 불리기도 하는 넙치는 ‘넙치가 되도록 맞다’라는 말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몸이 넓적해질 때까지) 죽도록 맞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육질이 쫄깃하고 맛이 담백해 오랜동안 횟감으로 인기를 끌었던 넙치가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감소와 수출 부진으로 가격 급락을 겪고 있다. 지난 5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 11월 완도산 활광어 산지 가격은 kg당 1만 567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1만 2650원 보다 16.5% 떨어졌다. 이는 광어의 국내 소비량이 2017년 3만 7584톤에서 지난해 3만 3060톤으로 10% 이상 줄어든데다, 지난해 1월 ~11월 까지 넙치류 수출액 (3088만 7000달러)도 전년 동기보다 13% 감소한 결과라는 게 관련 기관의 분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넙치의 굴욕’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활어회보다 선어회를 선호하는 소비 패턴 변화도 지적했다. 또한 방어가 많이 잡혀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데다 노르웨이산 수입 연어가 넙치와 같은 가격대에 시장에 공급된 것도 광어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한다.

가격 하락은 활어회를 즐기는 이에게는 호재일 수 있다. 넙치는 혈관계에 좋다는 오메가3계 지방산이 풍부하고 무기질과 수용성 비타민이 많아 간장 질환자나 당뇨병 환자, 어린이와 노인에게 좋은 식품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이달의 수산물’로 선정해 소비를 권장하기도 했다. 넙치의 제철은 10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이고, 당분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만큼 간과 눈 건강에 좋은 타우린과 피부 조직을 구성하는 콜라겐이 풍부한 광어를 소비해 자신의 건강도 챙기고 가격 하락에 시름하는 양식어가도 돕기를 기대한다. 이기수 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