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사회적 고립… 외롭게 생 마감하는 청년 는다

비자발적 고독 내몰리는 청년들 <상> 실태와 원인
최근 5년새 무연고 사망자 중 40세 미만 107%↑
“정책적·문화적 접근… 근본적 대책 마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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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 '하늘119특수청소' 업체는 거의 매일 청년 고독사 현장을 방문했다. 사진은 업체 직원이 광주 산월동 한 원룸에서 영양부족으로 고독사 한 30대 청년의 유품을 정리하는 모습. 하늘119 제공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지난 해 12월 '하늘119특수청소' 업체는 거의 매일 청년 고독사 현장을 방문했다. 사진은 업체 직원이 광주 산월동 한 원룸에서 영양부족으로 고독사 한 30대 청년의 유품을 정리하는 모습. 하늘119 제공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청년 고독사가 늘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청년 실업률도 높아지는 현실이 원인이다.

● 고독사로 이어지는 고독생

고독사 현장을 청소하는 업체인 ‘하늘119특수청소’ 대표 박봉철씨.

그는 지난해 12월 거의 매일 청년 고독사 현장을 찾았다. 냉기 가득한 방 안에서 많은 청춘들의 삶이 스러졌다. 생수로만 연명하던 한 청년은 영양 결핍으로 숨을 거뒀고, 명문대를 졸업한 다른 청년은 구직 활동에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들이 죽음에 이르는 방법은 달랐지만, 삶의 끝자락에서 발버둥치던 몸짓은 같았다. ‘고독사’로 이름 불리지만, 방 안에서 발견된 수많은 이력서는 그들이 비자발적인 고독에 시달렸음을 말해줬다.

박봉철 대표는 “고독사는 고독생의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죽음 만큼이나 그들의 삶 역시 외롭고 힘들었다는 뜻이다. 그들은 단절된 관계 속에서 고통을 오롯이 혼자 짊어지다 세상을 떠났다.

고독사(孤獨死)는 일반적으로 ‘가족, 이웃 등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홀로 사는 사람이 혼자 임종을 맞이하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경과한 뒤에야 발견되는 죽음’으로 정의된다.

일본에서는 고독사를 ‘사회적 관계 속에서 고립된 사람의 죽음’이라는 의미에서 고립사(孤立死)로 표현한다. 우리나라는 고독사의 유사개념 중 하나로 고립사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간적인 의미를 가진 고독사보다는 관계적인 의미가 담긴 고립사라는 용어를 쓰는 게 현실에 맞다는 주장도 나온다.

● 낮아지는 고독사 연령대

최근 고독사의 특징은 ‘연소화(年少化)’다.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청년층까지 고독사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무연고 사망자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2018년 무연고 사망자는 총 2549명이다. 2017년 무연고 사망자 2008명에 비해 27.5%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70세 이상이 838명(32.8%), 60~69세 무연고 사망자가 701명(27.5%)이었다. 50~59세는 576명(22.5%), 40~49세 190명(7.4%)였다. 40세 미만 무연고 사망자는 87명(3.4%)이나 됐다.

40세 미만 무연고 사망자는 2017년에도 63명에 달했다. 2013년에 비하면 증가세는 가파르다. 2013년 대비 2018년 40세 미만 무연고 사망자는 두 배(증가율 107.1%)가량 늘었다.

전문가들은 고독사 연령대가 낮아지는 이유 중 하나로 ‘1인 가구의 연령 다양화’를 들었다.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회적 고립의 전연령화’로도 이어질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광주은행은 2018년 발표한 ‘광주시 청년층 1인 가구의 주거 현황 및 시사점’ 연구 자료에서 광주지역 1인 가구가 임시·일용직 비율이 높아 직업안정성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청년층 1인 가구는 비자발적 만혼 심화 등 사회재생산 능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복지재단 관계자는 “1인 가구의 죽음이 모두 고독사는 아니지만, 고독사의 주된 대상은 1인 가구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 실업률도 고독사 부추겨

낮아질 줄 모르는 청년실업률도 청년 고독사를 부추기고 있다. 청년 고독사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이력서가 그 증거다.

광주고용청이 밝힌 지난해 광주·전남지역 청년실업률은 20년 만에 최악이었다. 광주 지역의 2019년 2분기 15~29세 청년실업률은 12.9%를 기록, 전 분기(11.1%)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00년 2분기 12.9%와 같은 수치로, 국가통계포털에 등재된 1999년 3분기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직 활동이 길어질수록 생활고에 시달리고 자존감도 하락해 청년들이 죽음으로 내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회적 고립이 고독사 낳는다

청년 고독사는 ‘자기방임형 고독사’로 특징지을 수 있다.

자기방임형 고독사는 경제적 궁핍과 사회적 고립으로 기본적인 의식주를 포기한 상태에서 발생한다. ‘N포 세대’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 무기력 속에 자신을 방치시킨 많은 청년들이 건강 악화와 죽음에 이르고 있다.

고독사 현장 청소업체 관계자는 “노년층은 정부나 지자체, 이웃의 도움으로 세상 밖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청년층은 스스로 담을 쌓고 주변에서 내미는 손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구직 실패로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인 만큼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이 끌어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주위의 연대와 위로마저 꺼리는 만큼 청년층 고독사는 다른 연령대 고독사와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복지재단 관계자는 “청년 고독사 문제는 정책적·문화적 접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