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역사 유산으로 올곧이 후대에 전하자

민주주의 쟁취 혁명… 은폐·왜곡으로 얼룩진 현실
진상조사위 본격 활동 "역사적 사실 명확히 해야"
마케팅·다크투어리즘 등 활용… "시민 참여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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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올해 오월정신의 가치를 바로세우고 광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진상규명 작업이다. 그 중 최근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신원미상 유골이 발견된 것과 관련, 아직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행방불명자들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 경자년 새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행불자묘역에 아침햇살이 드리우고 있다. 김양배 기자 ybkim@jnilbo.com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올해 오월정신의 가치를 바로세우고 광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진상규명 작업이다. 그 중 최근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신원미상 유골이 발견된 것과 관련, 아직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행방불명자들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 경자년 새해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행불자묘역에 아침햇살이 드리우고 있다. 김양배 기자 ybkim@jnilbo.com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의 해가 밝았다.

5·18민주화운동의 가치와 정신이 광주만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세력들은 5·18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현실이다.

지난 2019년 헬기 사격 등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신군부의 만행이 새롭게 밝혀졌지만, 여전히 발포 명령자 등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은 더디기만 하다. 끊이질 않는 5·18폄훼와 왜곡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다.

그나마 2019년 12월 공식 출범한 ‘5·18진상규명 조사위원회’ 출범은 모든 이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제대로 된 진실’을 밝혀 5·18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왜곡·폄훼로 가려진 5·18

5·18이 갖는 역사적 가치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80년 5월, 광주시민들은 스스로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부당한 군부 독재를 타파하기 위해 민주화운동의 불꽃을 피워올렸다.

광주시민들은 불순분자·폭도로 매도되고 목숨을 잃어가면서도 비인간적 폭력에 저항함으로써 생존권을 지키고 정의를 수호했다.

광주에서 계엄군이 퇴각한 후 다시 진주할 때까지 6일 동안 보여준 시민군의 치안 체계 역시 오월정신에서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총기류가 시민군 수중에 있었지만 불상사는 일절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세계의 민주화운동 역사상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것으로, 광주시민들이 성숙한 민주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견지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5·18이 오로지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시민봉기’였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물리력을 앞세운 군부 진압에 의해 좌절됐지만, 실패한 역사로만 기억되지는 않았다. 지배구조에 억눌려 있던 시민들의 주인의식을 고양하고, 민주주의 사회로의 진전을 앞당긴 계기로 작용했다.

80년 5월 이후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은 오월정신을 중심으로 광주를 비롯해 전국에서 터져나왔다. 단순한 한 지역의 봉기가 아니라, 한국현대사의 흐름을 뒤바꾼 전 국민적 시민혁명이었다.

그러나 오월정신은 40년이 되도록 올곧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5·18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 알면서도 이익 관계와 정치·세력 다툼으로 의도적으로 은폐·왜곡하는 이들 때문이다.

최운용 5·18구속부상자회 고문은 “오월정신은 과거 임난으로부터 시작해 동학농민운동, 4·19 혁명으로부터 이어받은 민족과 호남의 얼”이라며 “불보듯 뻔한 사실을 아직도 감추려 드는 이들과 몇몇 언론들의 행보가 안타깝다”고 했다.

●진실규명 열쇠 쥔 진상조사위

은폐·왜곡으로 얼룩진 5·18에 대해 밝혀야 할 진실은 여전히 수두룩하다. 헬기 사격을 비롯해 계엄군의 무차별 진압과 성폭력 등 명확히해야 할 내용도 많다. 진상조사위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진상조사위가 앞으로 밝혀나가야할 진실은 도처에 산적해있다.

△80년 당시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암매장 사건과 인권침해 사건 및 조작 의혹 사건 △집단발포 책임자 및 헬기사격 경위와 사격명령자, 시민 피해 현황 △88년 청문회에 대비해 구성했던 ‘5·11 연구위원회’의 조직경위와 활동사항 및 진실왜곡·조작의혹 사건 △집단학살지, 암매장지의 소재 및 유해발굴 △행방불명자의 규모 및 소재 △북한군 개입 및 북한군 침투조작 사건 △그밖에 조사위원회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건 등이다.

진상조사위 활동의 근거가 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정한 진상규명의 범위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발포명령자, 암매장, 헬기 사격 등이다. 5·18 대학살의 총책임자인 전두환의 죄를 규명해 단죄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희생자들과 이들을 무참히 짓밟았던 수단 등을 밝혀야 한다는 게 5월단체 등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5월단체 관계자는 “강제력과 수사권 등을 가진 진상조사위가 올해 제대로 활동만 한다면 못 밝혀낼 것은 없을 것”이라며 “철저한 조사로 진실규명 궁극 목표인 국가보고서 작성을 통해 5·18의 가치와 정신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도 “이번 5·18 진상조사는 역사적 사실을 명확히 규명하고 재구성하는 것”이라며 “조사위원들이 사명감과 굳은 의지를 갖고 조사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치 정립 통해 광주 발전 이끌어야

5·18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바로 세우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또다른 과제가 있다. 후대에게 올곧이 전해줘야 하고, 광주만의 문화·역사유산으로 소중하게 지켜가야할 과제다.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5·18은 광주의 도시브랜드와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테마’가 될 수도 있고, 관련 문화·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다크투어리즘’으로서의 5·18도 한번쯤 고민할 가치가 크다.

현재 헬기 사격 흔적이 남아 있는 전일빌딩 리모델링 사업과 시민군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별관 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 밖에도 앞으로 발굴될 암매장지를 비롯해 각종 5·18 관련 사적지를 보존·복원해 광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민주주의 현장으로서 역할을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통해 5·18을 경험하지 않은 미래 세대들이 간접체험을 통해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열사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앞으로의 활용 방안을 고민해보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결국 또 우리의 몫이다.

5월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지자체는 물론 광주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5·18의 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옛날 시민열사들이 직접 나서 민주주의를 수호했던 것처럼, 이제 그 후예들이 나서 오월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역사적, 교육적, 경제적 가치를 모두 아우르는 5·18이라는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시민 집담회, 토론회 등을 통해 시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