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동 크리스마스 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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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편집에디터
이기수 편집에디터

성탄 트리 없는 12월 세밑 정취는 얼마나 허허롭고 처연할까. 매년 성탄절(크리스마스)을 20여일 앞둔 즈음에 어김없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 5·18민주광장에는 빛고을 성탄 트리가 설치되고 점등식이 열린다. 화려한 빛으로 어두운 겨울밤을 아름답게 수놓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장식하는 나무를 말한다. 독일인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1483~1546)가 성탄절에 트리를 세우고 촛불로 장식하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12월의 상징인 성탄 트리는 교회뿐만 아니라 공공 장소, 가정 등에서 장식된다. 올해는 광주 양림동 일원에 성탄 트리가 180여 개 정도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설치 구간은 양림동 오거리를 중심으로 네 방면의 거리를 따라 도로 양쪽에 화분 형태로 세워졌다. 한 시중은행지점이 비용을 지원했고, 지역내 각 사회단체와 기관들이 참여해 트리를 제작했다. 이들 성탄 트리는 광주남구자원봉사센터가 주최하고 양림&크리스마스 문화축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해 연 ‘양림&크리스마스 문화축제(12월6일~31일)’의 한 프로그램인 트리 꾸미기 경연대회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이 축제는 양림동 주민들이 도심재생 문화마을로 뜨고 있는 양림동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축제 참가자들이 만든 트리가 이 축제의 주된 볼거리가 됐다. 이 곳 트리는 위압적이거나 튀지 않고 평범하고 아담한 크기의 가정용 트리여서 더 정감있게 다가온다. 특히 주변에 오웬기념각과 우일선(윌슨)선교사 사택 등 광주 선교 유적이 있는데다 양림교회와 기독간호대학교 등이 있는 것도 성탄 트리의 온전한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크리스마스날 밤에는 이 곳을 찾은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축제가 이달 말까지 열린다하니 방문할 기회는 남아 있다.

양림동 성탄 트리는 컨셉트면에서 적절해 보인다. 우선 양림동은 서양선교사들이 정착해 선교와 의료 활동을 벌인 유적지인데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는 마을이라는 장소적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성탄 트리에 불을 밝힘으로써 가라앉기 쉬운 연말 분위기를 띄워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과 온기를,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바람직하다. 단 대형 성탄트리가 설치된 5.18민주광장에서부터 양림동오거리까지를 연결하는 조형적 장치를 마련해 방문객을 자연스럽게 유도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기수 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