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의 새해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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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세상의 모든 만물에 신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고대 로마인들에겐 출입문에도 신이 있었다. 야누스다.

문 밖에선 문의 안을 볼 수 없고, 문 안에선 문 밖을 볼 수 없는 문의 특징은 야누스의 생김새에 반영됐다. 문의 안과 밖처럼 야누스가 두개의 얼굴을 가지게 된 배경이다.

야누스는 집과 도시의 온갖 출입문을 주관하는 신으로 추앙받게됐다. 당시 로마인들은 한 해가 시작되는 것을 ‘새로운 문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간주하고 문 너머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다고 믿어, 그는 ‘문의 신’과 동시에 ‘시작의 신’으로도 불리우기도 했다.

문제는 두 얼굴은 서로 자신의 방향으로만 가려고 해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런 야누스에게 하루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토스가 찾아왔다. 둘은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게 된다. 야누스는 두 얼굴 때문에 제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애로사항 정도였지만, 헤파이토스는 아내 ‘미의 신’ 비너스가 누군가와 밀통을 하고 있다는 머리아픈 내용이었다.

상심한 헤파이토스에게 야누스는 아내 몰래 침대에 ‘보이지 않는 그물’을 설치할 것을 조언했다. 그의 계책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얼마 후 밀통을 나누던 비너스와 전쟁의 신 ‘마르스’가 그물에 갇힌채 발견돼 모든 신들로부터 조롱과 비난을 받게됐던 것.

고민을 속 시원하게 해결한 헤파이토스는 야누스에게 보답으로 ‘얼굴을 가리는 투구’를 만들어줬다. 이 투구를 평소는 머리 위에 얹어놓고 있다가 경우에 따라 한쪽 얼굴을 가리게 되면 나머지 얼굴의 방향으로 걸음을 옮길 수 있어서 야누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었다.

가벼운 에피소드에 불과하지만 야누스의 투구가 주는 교훈은 묵직하다.

어두운 과거가 괴로울때면 과거의 얼굴을 닫아버리고 밝은 미래를 향해 묵묵히 전진하라는 것, 반대로 위기의 앞날이 걱정되면 미래의 얼굴을 잠시 닫아두고 과거로 돌아가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2019년의 끝을 잡고, 다른 쪽에는 2020년의 시작을 잡고있는 지금, 야누스가 건네는 새해 덕담을 되새기며 회고와 반성, 그리고 기대와 소망의 시간을 가져보는건 어떨까.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