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제 다시 삼농정책이다 ③

허훈 농협중앙회 구례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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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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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다산 정약용의 삼농정책중 세 번째인 ‘상농'(上農) 농업과 농사를 짓는 이들이 가치를 높이자는 주장이 있다.

농민들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켜 줌으로써 생산의욕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관하여 그는 여러 가지 방안을 내세우고 있었다. 우선 과거제를 개편해 유식사인(遊食士人)을 귀농시키도록 주장했다.

또한 억말정책(抑末政策)을 통해 상공업의 성행을 일정한 정도로 억제해 모든 농민들이 ‘농업보다 상공업이 먹고살기에 더 좋으니 그 쪽으로 빠져나가자’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하였다.

동시에 농업과 농민의 지위를 높이는 방법으로 양역(良役) 즉 요역과 군역을 호포제(戶布制)로 바꾸어 각 호(戶)마다 포(包)를 일정하게 걷고 동시에 이 제도를 양반에게 적용하도록 개정해서 농민들이 스스로를 천시하지 않게 할 것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호포제의 경우 26대 왕 고종 때가 되어서야 흥선대원군이 실시했고, 이때에도 양반층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오늘날에는 다른 무엇보다 이 상농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 그리고 전국적으로 농사가 망하면 나라까지 휘청거리고 왕이 나서서 기우제를 지낼 정도로 농사가 가장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에는 농사가 기피직업이고 심하면 천한 직업의 하나로 여겨진다.

3D직업, 즉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직업의 하나로 여겨지다보니 이미 몇십 년 전부터 이촌향도가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정부 차원에서 귀농·귀촌을 지원하거나 농가에 혜택을 주거나 대학에 농어촌 전형을 마련하도록 하는 등 많은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그 혜택을 얻기 위해서 농촌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애초에 농업과 농사에 대한 인식이 바닥을 치는데 누가 굳이 농촌으로 돌아가 그 힘들고 인정받지 못하는 일을 하려고 할까? 아무리 그렇게 해택과 이익을 주더라도 ‘농촌은 타지인들에게 배척이 심하고 농업은 얻는 것 없어 힘들기만 하다’라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정책들은 효과가 없을 것이다.

농촌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정책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 발전이라고 해봤자 관광 자원의 개발이지 그게 농업의 발전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작물만으로는 이 나라의 사람들을 모두 먹여 살 릴 수 없으니 수입을 하고 있지만 그 정책이 역으로 국내의 농업을 죽이고 있는 실정이다.

다산이 약 200년 전부터 상농을 부르짖었지만 결국 우리는 변하지 않았다.

다산의 농업에 대한 생각은 유배 이후 백성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 3농정책을 주장하던 당시의 다산은 젊고 정부의 관리인데다 스스로도 농업에 관하여 어둡다고 생각했다. 또한 정조 역시 농업 자체에 대한 개혁을 바라는 거은 아니었다.

그저 농민 반란 등으로 혼란해진 나라를 안정시킬 방법을 원했고 다산 역시 그런 방법 중 하나로 농업 개혁에 대해 얘기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는 농업개혁이라는 문제를 사회개혁의 문제와 관련시키지 못했다. 그런점에서 그의 초기 농업론은 당대의 다른 농정 학자들의 농업론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 정책은 오늘날 절실히 필요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편리한 농법, 농민들이 일한 만큼 부유해지는 농사,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 농민 이 모든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여겨진다.

과거에도 그리고 오늘날에도 이것들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아무리 식량재원이 다양해졌다고 해도 우리 모두는 농산물을 필요로 하고, 또한 우리의 농업은 국가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측면에서 농업과 농민의 존재는 우리 사회의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개발도상국의 지위 폐지, 갈수록 어려워지고 늙어가는 농촌 등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제대로 하지못했던 다산의 삼농정책이 이 시점에 절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