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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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편집에디터
이기수 편집에디터

농촌 출신 386세대들은 인근 대도시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진학하면 시외 버스로 통학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나 추억 한 개쯤은 모두 갖고 있을 것이다. 제 때 버스를 타지 못해 지각해 정문에서 생활 지도 교사에게 딱 걸려 벌을 받은 일도 그중 하나다. 등교 시간대에 시외버스터미널 대합실은 승차권(차표)을 줄지어 구매하려는 학생들로 장사진을 이뤘고, 하교 시간대에도 도착하는 버스마다 승객들이 밀물처럼 쏟아져 나와 북적였다.

광주로 통학하던 학생이 많았던 1970년대 중반부터 지역 상권의 거점 역할을 했던 전남지역 시외버스 터미널이 점점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아니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는 말이 더 현실에 가깝다. 전남 도내 버스 터미널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다가 운영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전남도에 따르면 도내 버스여객터미널은 총 48곳, 이 중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공용터미널’은 43곳,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공영터미널’도 5곳이다.

수십년간 잘 나가던 시외버스 터미널이 농촌 지역 인구 감소로 인한 이용자 격감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터미널은 민간업자가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5~10%대의 매표 수수료와 식당과 매점 등 상가 임대료가 주 수입원이었다. 하지만 인구 감소로 승객과 유동 인구가 줄어 수익이 급감하면서 터미널 운영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안 찾기도 쉽지 않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터미널 운영권을 사려는 사람이 없는 탓이다. 보증금과 노후 시설 개선에 투입된 금융권 부채 등을 합하면 최소 수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남지역 인구가 갑자기 크게 늘어날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시외버스 터미널 경영난 해소는 불가능해보인다. 주민 불편 해소를 위해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운영을 떠 안을 수밖에 없어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강진시외버스터미널은 운영업체의 적자 누적으로 2017년 말부터 강진군이 직접 운영을 맡고 있다. 장성군은 2013년부터 장성공영버스터미널, 구례군은 2008년부터 구례읍버스터미널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많은 이들의 추억이 깃든 장소가 또 역사 속으로 사라질 날이 멀지 않다고 생각하니 씁쓸할 뿐이다.

이기수 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