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없는 모진 정책에 내몰린 암환자들

김진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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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

요양병원이 들썩인다. 암환자들이 거리로 나왔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무전퇴원, 유전입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건강보험 요양급여 규칙 개정이 원인이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 환자가 진료비를 전부내면 심사 후 몇 달 뒤에나 돌려주겠다는 모진 제도 탓이다.

월 30만원씩 하던 항암 치료비가 하루아침에 600만원이 됐다. 돌려받는데 세달 씩이나 걸린다고 하니 1800여만원을 걸어둬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차라리 요양병원을 떠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돈 없는 암환자들을 보호하겠다며 만든 정책이 거꾸로 암환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고민 없는 정책이 만들어낸 결과다. 잘못 놀린 펜대의 힘이 이렇게 무섭다.

복지부는 제도를 바꾼 이유에 대해 “일부 요양병원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고혈압·당뇨 등 질환을 직접 진료하지 않고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건보 재정 낭비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의 고민 속에 현장의 목소리는 없었다. 정책을 만들기 전에 단 하루만 요양병원을 찾아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어도 암 환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게 되는 결과가 나왔을까?

고민의 방향도 문제다.

요양병원이 수가를 아끼기 위해 환자들을 다른 병원에 외래 진료를 내보내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환자가 요양병원 안에서도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면 된다. 그런데 요양병원을 제어하겠다며 환자들에게 관리 책임을 떠넘기는 셈이다.

정부에서도 뒤늦게 잘못을 인정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암 치료와 같이 특수한 경우에는 정산 절차를 간소화해 진료비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말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 지 어렴풋이 짐작될 따름이다. 그동안 암 환자들이 받아야 할 고통은 헤아릴 수조차 없다. 목돈이 없는 서민들은 요양병원에서 내쫓겨야 하는 처지다. 가족이 밥을 챙겨주고 돌봐줄 형편이 안 되는 암 환자도 많다. 이들은 모텔이나 원룸을 전전하며 항암치료를 받기도 한다.

뒤늦게라도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부랴부랴 만든 제도는 또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모른다. 다음에는 부디 현장의 이야기를 듣기 바란다. 현장의 고민이 빠진 정책은 현실을 담지 못한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