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표시제’ 농산물, 수급조절·품종개발로 경쟁력 높여야

장흥표고, 中배지버섯에 흔들…국산 종자개발 시급
수입산 맞서 전남도내 우수 농산물 발굴·육성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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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 표시제' 인증 농산물의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하락이 매년 반복되면서 재배농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해남군이 배추 수급안정을 위해 지난 2월 겨울배추 2만1000여톤을 산지 폐기했다. 한 농부가 농기계로 겨울배추를 갈아엎고 있다. 해남군 제공 편집에디터
'지리적 표시제' 인증 농산물의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하락이 매년 반복되면서 재배농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해남군이 배추 수급안정을 위해 지난 2월 겨울배추 2만1000여톤을 산지 폐기했다. 한 농부가 농기계로 겨울배추를 갈아엎고 있다. 해남군 제공 편집에디터

 우리나라가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함에 따라 곧 불어닥칠 값싼 수입농산물 공세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전남의 ‘지리적표시제’ 인증 농·수·임산물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전열 정비가 시급하다.

 소비부진을 겪고 있는 인증 농산물의 판로확대와 함께 고질적인 과잉생산을 막을 수급조절 정책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내에 새로운 지리적표시제 인증 농산물을 신규 발굴하고, 수입농산물에 대응할 수 있는 국산 종자개발과 생산비 절감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전남 도내 농산물 우수성 ‘입증’

 지리적 표시제는 농수산물 또는 농수산가공품의 명성, 품질 등이 본질적으로 특정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기인하는 경우 해당 상품이 그 지역에서 생산, 제조, 가공되었음을 나타내는 표시다.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은 상품에는 다른 곳에서 임의로 상표권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권리가 주어진다. 우리나라에는 지역특화산업 육성 및 소비자보호를 위해 1999년 7월에 도입됐으며, 1호인 보성 녹차를 비롯해 농·축·수산물과 임산물 등 총 185개의 품목이 지리적 표시를 인정받고 있다.

 지리적표시 상품으로 등록될 경우 시장 차별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또 배타적 사용권을 인정받아 판매 촉진을 통한 수익 증대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우수한 지리적 특성을 가진 지역 농산물 등의 보호와 브랜드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리적표시 등록을 적극 유도해왔다.

 지리적 표시 등록을 하게 되면 해당 품목의 대표 생산지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각인돼 수요가 증가한다. 전남지역 농특산품과 수산물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리적 표시’ 인증을 받아 인지도 상승에 따른 출하량 증대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실제 지리적 표시제 인증 1호인 보성 녹차의 경우 지리적 표시 등록 이후 ‘녹차=보성’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줬다. 완도 전복은 2008년 4300톤이던 생산량이 지리적 표시 등록 후 10년 만에 1만4100톤으로 늘어 전국 생산량의 73%를 차지하고 있다.

 광양 매실, 무안 양파 등도 브랜드 가치 상승과 더불어 재배면적이 30~40%씩 늘었다.

 ● 과잉생산 따른 가격하락 ‘악순환’

 전남 지리적 표시제 인증 농·수·임산물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범은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하락이다.

 ’돈이 된다’며 너도 나도 심다 보니 생산량이 크게 늘어 제값을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

 무안 양파, 고흥 마늘, 진도 대파, 해남 겨울배추 등은 수년째 ‘과잉생산→가격하락’이 일상이 됐다.

 결국 지리적 표시제 농산물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생산량 조절이 가장 시급한 선결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3년 새 계속된 양파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적절한 시장 격리정책을 내놓지 못한 것은 무안 양파 재배농민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노은준 (사)한국양파산업연합회장 겸 무안농협 조합장은 “정부는 양파 등을 8대 수급안정품목으로 정해 가격상승·하락 시 주의·경계·심각 단계로 나눠 수급대책에 들어간다”면서 “가격이 상승할 때는 즉각적으로 수입량을 늘려 초기에 가격을 안정시키지만 가격 하락 시에는 정부 정책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결국 농가는 가격상승 효과는 누려보지도 못하고 가격하락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리적표시등록 농·특산물 상당수 품종이 수입종자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기후와 병충해에 강한 국산 종자개발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생산성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배지버섯의 공세로 고전하고 있는 장흥 표고버섯의 경우 기후변화에 취약한 데다 노동력과 생산성이 떨어져 버섯농가들이 꺼려하는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기술로 만든 표고버섯 종균 개발에 빨리 나서야 한다는 게 농민들의 요구다.

 강경일 정남진장흥농협 조합장은 “배지버섯 등 국내 버섯시장에는 일본과 중국산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면서 “버섯 종균을 키워내는데 최소 10년 넘게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산 종균 배양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의 우위자산인 우수 농수산물에 대한 지리적 표시제 신규 발굴·인증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사단법인 한국지리적표시특산품 연합회 김영민 사무처장은 “유럽의 유명한 와인도 지리적표시 등록으로 육성되고 있다”면서 “전남에는 우수한 농산물이 산재해 있다. 이들 농산물을 적극 발굴·육성해 지리적 표시제 신규 등록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WTO 개도국 지위 상실에 따라 향후 무역관세 장벽이 낮아져 값싼 수입농산물이 들어올 때 국민들의 애국심에만 호소할 순 없다”며 “새로운 지리적 표시 등록 농산물을 육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