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독립기구… 학교·학생 소통 창구로 거듭나야

갈 길 잃은 대학인권센터 <하>
전담인력 확충·내실 운영 급선무… “학교 의지 우선”
강제력 있는 결정·권고 장치 마련… 위상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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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뉴시스 편집에디터
국가인권위원회. 뉴시스 편집에디터

학내 성추행, 교수 갑질 등 인권문제가 끊이질 않으면서 대학 인권센터 설치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대학 인권센터 설치를 아예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설치 의무화 뿐만 아니라 내실있는 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 마련도 시급한 과제라는 목소리다. 센터의 권한을 대폭 늘리고, ‘소통 창구 역할’이라는 정체성 확립, 전담 인력 확보, 독립기구로서의 위상 정립 등의 필요성이다.

●부실한 운영… 결국 의지문제

‘부실한 운영’은 현재 운영 중인 대학 인권센터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예산 부족이 표면상 이유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전담 인력 대신 다른 센터 직원이 겸임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대학 인권센터를 바라보는 인식이라는 시각도 있다.

수도권 모 대학 기획처 예산팀 관계자는 “결국 학교가 생각하는 우선순위의 문제”라며 “학교 본부에서 인권 센터의 중요성을 인식하면 예산 규모도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의 ‘의지 부족’도 문제다.

모 대학 인권센터 관계자는 “인권센터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도권 중심의 인권 교육 이수가 활발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인권 교육 의무화 지침을 마련하는 등 대학이 의지를 가지고 인권센터를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권센터 목소리에 힘 실어야

대학인권센터의 위상강화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인권센터의 결정과 권고에 강제력이 없다. 학내에서 인권 문제가 발생하면 인권센터는 조사를 수행하고 조사 결과가 나오면 당사자 혹은 해당 기관에 알림과 동시에 적절한 처분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센터의 처분 요청은 그야말로 강제력 없는 ‘권고사항’일 뿐이다.

강제력이 없다보니 가해자 혹은 그가 속한 공동체의 신뢰도나 위상이 관련된 경우라면 인권센터의 권고 사항은 무시되기 쉽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전남대 인권센터가 그 좋은 예다. 전남대학교 인권센터가 학교 측에 보낸 가해자의 징계요청 결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다. 되레 피해 학생은 로스쿨 교수로부터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는 사뭇 다르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인권위법에는 권고 불이행시 강제적 언론 공표 등이 명시돼 있지만, 인권센터의 경우 이렇다할 규정이나 지침들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일부 학교에서 인권센터 권고 불이행을 징계 사유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소수 사례일 뿐”이라고 했다.

지난 3월 인권위가 마련한 ‘대학 인권센터 역량강화 워크숍’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당시 인권센터의 표준화된 매뉴얼과 위상강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인권위는 대학 인권센터협의회를 구축해 세부 지침들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도적 독립성 보장 절실

독립기구로서 대학 인권센터 설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해관계를 떠나 소신껏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관련 업무가 비슷하다.

지난해 교육부는 권고안을 통해 ‘대학은 성희롱·성폭력 관련 업무 전담조직을 총장 직속 독립기구로 설치하고, 상담·조사 등을 위한 정규직 전담인력을 확보하여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대학인권센터도 별반 다르지 않을 터다.

전북대가 좋은 예다.

최근 무용학과 교수 갑질, 자녀 논문 공동 저자로 끼워 넣기, 보직교수의 음주운전 사고 등 교수들의 잇단 범죄로 홍역을 치른 전북대는 학생처 소속의 인권센터를 별도 기구로 독립시켰다. 별도 센터장도 임명하고, 전문 상담사와 행정인력을 충원하는 등 뒤늦게나마 인권센터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힘쓰고 있다.

지역 대학 인권센터 관계자는 “인권센터가 학교와 학생 간 소통 창구로 기능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인권센터의 독립성이 중요하다”며 “특정 집단이나 성별에 치중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됨과 동시에 그 위상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교육부의 꾸준한 모니터링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