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전환의 법칙

박간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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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년 2월10일. 고부군수 조병갑의 가렴주구에 항거하는 농민층의 분노가 마침내 폭발했다. 동학농민운동의 시작점이었다. 가난한 농민들을 상대로 각종 세금을 징수하며 배를 불리던 탐관오리들을 향한 민중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1960년 4월19일. 자유당 정권의 불법·부정 선거에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반정부 민주주의 혁명이다.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항의하며 민주적 절차에 의한 정권 교체를 요구했다. 이승만은 총칼로 민중을 위협했지만 끝내 도망치듯 하와이로 망명을 떠났고 다시는 한국땅을 밟지 못했다.

 #1980년 5월18일. 광주·전남에서 대학생들과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 나왔다. 계엄령 철폐와 전두환 보안사령관 등 신군부 인사 퇴진, 김대중 석방 등을 외치며 항거했다. 많은 인명 피해를 입었지만 그 날의 정신과 역사는 아직도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우리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한 사건의 공통점은 폭정에 억눌린 민중의 분노의 게이지가 용암 폭발하듯 터져나왔다는 점이다.

 물리학에 ‘양질 전환의 법칙’이라는게 있다. 일정한 양이 무수히 축척된 뒤에라야 비로소 질적인 도약을 이룰 수 있다는 이론이다. 자연의 법칙이지만 마르크스는 정치경제학에, 헤겔은 변증법에 적용하며 이론으로 정립했다. 현재는 각종 사회이론에도 응용되며 활용되고 있다.

 민심의 분노도 역시 99도에 다다를 때까지는 잠잠한 법이다. 거기서 1도가 추가되며 100도 임계점에 오른 뒤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압력으로 폭발하게 된다.

 어디 동학농민운동과 4·19, 5·18만 그랬을까. 지난 1987년 6월항쟁 역시 부글부글 끓던 민심이 터져나왔던 사건이다.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을 한방에 무너뜨린 것도 국민들이었다. 지난 2017년 박근혜 탄핵 촛불사태 역시 물리학 이론인 ‘양질 전환의 법칙’을 충실히 따랐던 사례다. 박근혜 정권의 무능에 국민들은 촛불로 응답 했으며 그를 권좌에서 끌어 내리는 데 성공했다.

 최근 ‘양질전환의 법칙’이 또한번 요동칠 기세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민심의 분노가 그렇고, 지소미아 종료 유예에 따른 일본의 헛발질이 그렇고, 주한미군 주둔비 5배 인상을 요구하는 트럼프의 몰상식이 국민의 분노 게이지를 높이고 있다. 분노의 임계점을 낮추는 방법은 하나다. 상식에 준하는 길을 따라가는 것 뿐이다. 박간재 경제부장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
박간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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