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없고 주먹구구 운영… 유명무실한 기구 전락

갈 길 잃은 대학인권센터 <상>
전국 47개 대학 설치… 광주·전남은 2곳에 그쳐
계약직·겸직 대부분… 인권교육 이수율도 낮아
의무화 목소리 커져도 관련 법안은 국회서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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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동기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전남대 로스쿨 재학생 A씨는 학교 내 인권센터를 찾았다. 센터의 도움으로 해당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고, 센터는 학교 측에 ‘가해 학생의 징계요청 결정’해 전달했다. 하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A씨는 교수로부터 “왜 인권센터에 알려 일을 크게 만들었느냐”는 질책을 들어야만 했다.

대학인권센터가 ‘있으나 마나한’ 기구로 전락하고 있다. 설치 의무도 없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서울대 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전국 47개 대학에 인권센터가 설립돼 있다.

이 중 광주와 전남은 2곳(전남대, 광주과학기술원)이 포함돼 있다.

인권센터는 학내 인권과 관련해 폭넓은 범위의 활동을 하는 기관이다. 학내 준사법기구의 성격으로,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상담과 조사 업무를 맡고 있다.

동시에 교내외 인권과 관련된 연구나 매년 성평등 및 인권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인권 교육 등이 주 업무다.

현실은 조금 다르다.

대부분 운영이 열악해 제대로 운영되는 대학인권센터를 찾아보기도 힘든 상황이다.

예산 등을 이유로 별도 사무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고, ‘인권센터’라는 간판을 달고 있지만 인권과 거리가 먼 업무를 하는 곳도 있다. 센터 직원의 고용 상태도 불안정하기 그지 없는 형편이다.

모 대학인권센터 직원 A씨는 “대학 별로 상황에 맞게 기관들을 분리하거나 합쳐서 운영하고 있다”며 “중요한 건 업무다. 직원들이 하나의 업무만을 전담할 수 있게 해주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권센터 직원의 상당수는 타 상담센터 업무를 겸직하고 있다. 채용 형태도 2년 계약직이 대부분이라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업무 과중에 시달리는 직원도 많다는 게 대학인권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권센터 직원의 인권교육 이수율도 높지 않다. 인권 문제를 예방하는 데 있어 교육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광주·전남지역 대학 인권센터 직원의 인권 교육 이수율은 타 시도에 비해 낮은 형편이다.

대부분의 교육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이뤄지는 탓이다. 대학은 직원들의 교육을 ‘출장’으로 인식하고 있어 보내기를 꺼려하고 있다.

낮은 인권 교육 이수율은 결국 대학 인권센터의 전문성 하락으로까지 연결된다.

수도권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인권센터 설립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나 대학 간 합의가 없다 보니 대학도 딱히 의지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인권센터를 설립하더라도 중심이 잡히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 운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학인권센터 설치를 의무화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7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대학인권센터 설치의무화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나도록 해당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양가람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