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인문도시 조성과 평생학습

심명자<대한독서문화예술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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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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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만큼 인문학의 종류도 많고, 인문학의 정의도 다양하게 규정하고 있다. 최근 본 협회에서는 광주시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민주·인권 시민대학의 프로젝트로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인문학’ 강연을 마무리했다.

첫 번째 콘텐츠인 프레젠테이션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 들어있다. 말하기와 듣기는 소통 기술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더구나 설득적으로 남에게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행위는 직관적으로 언어를 선택하고, 동시에 합리적으로 말을 하는 능력을 요구한다. PPT를 구성하는 동안 디자인과 배치를 판단하면서 창의력을 키운다. 또한 배경지식을 동원해서 자신이 발표할 내용을 정리하며 상상력을 발휘한다. 초지능·초연결·자동화 세상이 될 미래에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일 중 하나는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이다. 그것을 키워주는 독서프레젠테이션 지도 방법을 배우는 성인학습자들은 시종 적극적이고 자기주도적으로 과정을 이수했다.

두 번째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지도이다. 현재 광주광역시에서는 인문도시 기반조성을 위해 예산을 편성해서 시행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인문학 강연을 개최하고 유명인이 와서 강연을 한다. 이 시간에 많은 시민들이 경청하며 지적욕구를 충족한다. 인문도시 기반은 특정인의 강연으로 인문학의 문을 여는 것과 함께 세부적인 구조가 필요하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역사회에 배출되어 있고 그들의 축적된 견해와 철학을 펼치며 시민들이 손쉽게 인문학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개개인의 인권이 존중되고, 행복을 추구하며 평화로운 사회가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인문도시 조성의 열쇠는 무엇보다도 풀뿌리 인문학도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있다고 본다. 마을마다 인문학을 위한 동아리가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어린이청소년들도 합류하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공감하는 장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지도자들의 활약이 필요하며, 각 기관에서 인문학 활동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예비 활동가들에게 ‘예술가들이 아트에 구현한 세상’, ‘전쟁사로 만나는 인류’, ‘세상을 바꾼 인물들’, ‘경제 인문학’,’ 4차 산업시대의 인간은 어떻게 살 것인가?’, ‘사상가가 제언하는 삶’, ‘고전읽기를 통한 과거와 현재 탐색’ 등 다양한 장르의 인문학을 안내했다. 학습자들 대부분 학창시절에 이런 공부를 경험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소감을 밝혔다. 그 때 공부에 열중하지 않은 것은 지식교육과 암기능력 위주의 평가로 일관한 교육 정책과 교육 방향에 1차적인 원인이 있다.

문학을 통한 세상을 탐색하는 장르에서 러시아 문학을 다뤘다. 100여 년 전에 활약한 톨스토이는 당대에는 환영받지 못했다. 과격한 평화주의, 반정부, 납세거부, 군대거부, 반종교 등 시대의 정서에 거스르는 주장을 달가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쓴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 ‘참회록’ 등 유수한 작품들은 지금 이 시대의 명상과 힐링의 키워드가 되어 있다. 그는 ‘안나 카레니나’의 주인공 레빈을 통해 ‘살아있는 동안 선하게 살라’는 것과 ‘죽음’에 대해 전한다.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에서 죽음은 아직 다가오지 않았고 기억은 과거에 해당되는 것의 모순어법이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알고 살아갈 때 한 시도 소중하지 않을 수 없으며, 양적 시간이 아닌 자신의 만족스런 삶의 영원을 얻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또한 성장을 해야 하는 이유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것은 순간적인 기쁨이 아니고 지속가능한 것으로서 삶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고, 살아갈 활력을 얻는 일이며, 죽을 때까지 성장을 해야 하는 이유임을 말했다. 톨스토이는 레빈을 통해 ‘몰입’의 중요성을 나타냈다. 어떤 일에 몰입하는 것이야말로 내면의 자아와 만나는 일이고,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는 것이다. 소통에 대해서는 인간에게 가장 기쁜 일이며, 이승에서 얻는 최고의 행복은 사람들과의 융합과 일치라고 했다. 등장인물의 이름이 길고, 소설의 분량과 등장인물 수가 너무 많아서 톨스토이의 작품을 멀리하던 학습자들은 이제부터라도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비로소 문학으로써의 공감과 사유를 실감한 모습이다.

여러 장르 중 학습자들의 관심이 집중 된 것은 ‘여행 인문학’이었다. ‘그랜드 투어’의 송동훈 저자는 강연에서 여행으로 세상을 읽은 사람으로 존F.케네디를 소개했다. 재벌이고 대통령의 친구인 케네디의 아버지는 문란한 생활을 일삼고 있는 케네디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그랜드 투어를 보냈다. 당시 영미권에서는 역사와 전통 속에 문화가 발전한 유럽으로 많은 비용을 들여서 여행을 보내고 세상의 변화를 배우게 하는 그랜드 투어가 유행이었다. 케네디는 유럽에 가서 히틀러의 존재를 알게 되고, 세계가 침략주의로 변해가는 것을 한눈에 파악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전쟁에 대한 어떠한 대비도 하지 않을 때 케네디는 책에 돌아가는 상황을 쓴 것이다. 이렇듯 여행은 단순히 풍광을 즐기는 것을 넘어 세상을 통찰하는 힘을 키워주고 이것을 인문학으로 연결하여 살아가는 힘을 기르게 한다.

모든 정보를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얻는 세상이다. 사고력과 통찰력을 키우지 않는다면 인간의 뇌는 점점 퇴회되어 간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토니 스타크는 인공지능 때문에 인간은 파멸할 것이라고 말했고, 페이스북 CEO인 마크 주커버그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더 낫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주장이 상반되게 보이지만 본질은 비슷하다. 인공지능 시대에 유토피아가 될 것인지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지는 인간 스스로의 노력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미이다. 인간의 기능을 상실하지 않고, 기계 덕분에 주어지는 여가를 잘 누리기 위해서는 삶의 질을 높이는 평생학습과 풀뿌리 인문학이 이뤄져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