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바꾸어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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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곽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전 세계 곳곳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11월25일, UN이 정한 ‘국제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프랑스 파리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시민들은 이른바 ‘페미사이드(Femicide·여성 살해)’ 희생자들을 기리는 보라색 푯말과 깃발을 들고 행진을 벌였다.

국제 여성폭력 추방의 날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세 자매가 독재에 항거하다 숨진 사건을 시초로 라틴 아메리카 여성 협회가 지정, 이후 세계 각국에서 이를 기념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매년 11월25일부터 12월1일까지를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여성 폭력 예방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광주시 역시 이번 주간 ‘스쿨 미투는 졸업하지 않았다! 학교 성폭력 아웃(OUT)’이라는 슬로건으로 공모전과 퀴즈대회 등 캠페인을 펼친다.

이런 여성폭력 추방 주간을 하루 앞두고 지난 24일 가수 구하라가 세상을 떠났다.

현시대에 여성 폭력은 물리적인 폭행만으로 한정되고 있지 않다. 스토킹, 데이트폭력, 사이버 성폭력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24일 제정 이후 시행까지 한 달을 남겨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그동안 가정 내의 문제라고 치부했던 부부폭력, 연인 간의 사랑싸움으로 여겼던 데이트폭력, 성매매, 성희롱, 지속적 괴롭힘 등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와 피해자 보호에 대한 국가적 책임·개입에 대해 규정한 법안이다.

또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겪는 사후 피해와 집단 따돌림, 불이익 등을 2차 피해로 정의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법안 제정은 여성 폭력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지만, 동시에 남성과 성 소수자 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을 들끓게 했다.

물론 남성에 대한 성폭력과 성 소수자들을 위한 보다 포괄적인 내용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하지만 여성만을 위하기 때문에 법안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주장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나 ‘여순사건특별법’ 등이 특정 지역에 국한된 사안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어떤 이들의 논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여성폭력 방지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개념이 확장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아동, 노동자, 이주민, 장애인 등 수많은 사회 구성원들의 인권을 개선시키고 또 앞으로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바꾸어나갈 것인가’

미투운동 당시 끊임없이 던져졌던 질문이다. 우리 사회는 현재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라는 고민의 한가운데 서 있다. 과정을 역행해 ‘무엇이 문제인지’ 그 본질을 흐릴 이유는 없다.

곽지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