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 범벅된 ‘슬라임’… 무분별 유통 여전

국가표준원, 붕소 등 검출 100개 제품 판매 중단 조치
학교 앞 문구점은 안전 사각지대… 지자체는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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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문구점에 진열된 슬라임 제품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
학교 앞 문구점에 진열된 슬라임 제품들. 김진영 기자 [email protected]

‘액체괴물’로 불리는 장난감 ‘슬라임’에서 또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돼 회수와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졌던 슬라임이다.

이번에는 시중에 판매 중인 제품에서 유해물질인 ‘붕소’와 방부제(CMIT·MIT), 프탈레이트 가소제 등이 검출됐다. 당국은 이들 제품에 대해서는 ‘수거명령’을 내렸지만, 슬라임이 가장 잘 팔리는 학교 앞 문구점은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다.

다행히 문구점에서는 수거명령이 내려진 제품이 판매되고 있지는 않았지만, 문제의 제품을 만든 제조사의 또 다른 슬라임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그 뿐만 아니다. 검증되지 않은 슬라임도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

21일 오전 광주의 한 초등학교 앞 문구점.

입구 앞 매대에는 형형색색 슬라임이 종류별로 진열돼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KC인증 마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며, 대부분 중국에서 제조된 슬라임 제품이었다.

진열된 슬라임 중 몇몇은 아예 ‘회수 명령’과 ‘판매 중지’ 조치를 받았던 제품의 제조사가 만든 또 다른 제품이었다.

‘판매 중지’ 조치가 내려진 제품은 최근 국가표준기술원의 조사 결과 붕소와 프탈레이트 가소제 등 유해물질이 발견된 100개 슬라임 제품이다.

붕소는 눈과 피부에 자극을 일으키며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생식이나 발달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해물질이다.

프탈레이트 가소제는 간·신장 손상을 유발할 수는 발암물질로 현재는 세계 각국에서 사용이 금지된 상태다.

국가표준원은 지난해에도 2차례에 걸쳐 슬라임 238개 제품 중 90개 제품을 리콜 조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당국의 조치와는 달리 시중에는 여전히 검증되지 않는 슬라임들이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는 현실인 셈이다.

최소한의 검증 절차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 학교 앞에서 만난 대부분의 문구점 주인은 이번 ‘리콜 조치’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눈치다.

그는 “주로 구매자의 대다수가 초등학생이기 때문에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산을 판매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만 했다.

다른 문구점 업주 역시 “도매상에서 주는 제품들을 그대로 판매할 뿐 슬라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며 “제조사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면 판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성분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것은 제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한 슬라임 제조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직접 슬라임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 물건을 구매해 판매하고 있다”며 “업체가 영세해서 따로 성분검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검증되지 않는 슬라임의 무분별한 유통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슬라임 카페’로 떠넘겨졌다.

광주에서 슬라임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슬라임 유해성 보도 이후 매출이 30% 넘게 뚝 떨어졌다”며 “우리 카페에서는 KC인증 마크를 받은 슬라임을 직접 제조해 판매하고 있는데, 요즘은 주말이 돼도 손님이 없어 폐업을 고민해야 할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검증되지 않는 슬라임 제품들의 ‘묻지마 유통’에 소비자들의 불안과 아이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지만 정작 광주시에서는 인력이 부족해 단속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내놨다.

광주시 관계자는 “유해 슬라임에 대한 논란 이후 광주시에서 따로 단속을 한 사례는 없다”며 “지자체에 단속 권한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력 부족 문제로 인해 이를 계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