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장 개최 횟수 놓고 예술인과 상인들 ‘충돌’

야시장, 매달 1회서 2015년부터 매주 한번으로 확대
예술가 “야시장 기능 축소” 주장 불구 합의점 못 찾아
상인 “야시장 횟수 줄이면 손님 줄어 상가 활성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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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예술시장에 구헌주 작가의 작품 선동열 벽화는 많은 시민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이다. 지난 2016년, 벽화 앞에 펜스가 설치됐다.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
대인예술시장에 구헌주 작가의 작품 선동열 벽화는 많은 시민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이다. 지난 2016년, 벽화 앞에 펜스가 설치됐다. 최황지 기자 [email protected]

 야시장이 열리는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대지만 평일엔 썰렁하다. 한때 평일에도 예술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창작에 열을 올렸지만 그런 모습을 요즘엔 보기 힘들다. 문화를 입혀 전통시장 활성화에 성공한 대표 사례로 꼽히는 광주 대인예술시장의 ‘속살’이다.

 특히 예술인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문화와 예술로 소비자들을 유인했던 대인예술시장이 다시 침체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가 도입됐던 지난 2008년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대인예술시장의 최대 전성기는 2014년이다. 매달 1차례씩 대인예술시장에선 예술과 문화가 어우러진 야시장이 열렸고 청년상인들을 지원하는 문화관광형 시장 사업도 추진됐다.

 이 사업을 통해 25명의 청년 상인들이 대인 시장에 입주해 장사를 했다. 당시엔 야시장이 열리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청년 상인과 예술가들이 시장에 상주해 ‘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시장엔 활력이 돌았다.

 대인시장 상인회 문병남 회장은 “2014년엔 예술시장으로서 규모를 갖출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청년들도 많고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관광형 시장 사업이 2015년 끝나면서 청년들의 모습이 사라졌고 대인예술시장엔 군데군데 빈 점포가 많아졌다. 현재 청년 상인이 운영하는 가게 6곳 가운데 평일에도 상시 운영되고 있는 곳은 1곳에 불과하다. 이들 청년상인 또한 예술인과 함께 대인예술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준 역할을 했었다.

 이런 가운데 2015년 3월부터 광주시가 한달에 한번씩 열리던 대인 야시장을 한달에 4번으로 늘렸다. 상인들은 주말에 ‘반짝 흥행’을 기대하며 야시장 개최 횟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예술인들은 야시장 개최 횟수를 늘린 게 되레 대인예술시장엔 ‘독’이 됐다고 주장한다.

 대인 야시장이 매월 1회 개최됐을 땐 야시장을 찾는 소비자는 8000~1만명에 달했다. 매주 1차례씩 열리면서 대인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1000~2000명선으로 감소했다. 야시장에 참여해 창작물을 파는 작가들도 감소했다.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 사업단 측도 은연중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광주시가 하달한 ‘연간 40회 야시장 개최’라는 과업을 수행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매주 동일한 형태의 야시장이 열리고 있다.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 사업단을 총괄한 경험이 있는 광주지역 한 작가는 “야시장 프로그램 하나를 진행하면 리서치나 레지던스 사업 등 다른 프로그램을 신경 쓸 수가 전혀 없다”며 “대인시장에서 펼쳐지는 프로그램이 12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는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에 참여해온 예술인 등이 ‘야시장 규모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작가들을 시장에 상주시켜 프로그램 개발에 도움을 주고 그들에게 연구와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야시장 개최 횟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문병남 상인회 회장은 “야시장 횟수 줄이는 건 절대 반대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호황이 돼야 마이너스가 된 것을 채울 수 있다”며 “평일에 비하면 80%가 불어난다. 야시장을 줄이면 상인들이 힘들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시장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도 “일주일에 한 차례 야시장이 열리는 날에만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많다”고 했다.

 시장 주변에선 작가와 상인들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인시장 프로젝트 사업단과 상인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횟수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시장에 감돌던 활기는 사라지고 각자 독립돼 존재하는 탓이다.

 문 회장은 “사업팀하고 상인들하고 의견차이는 있지만 매달 하기로 했던 회의가 잘 운영이 안 되고 있다”며 “올해도 2번인가 회의했다.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했다.

 젊음과 활력은 예전 이야기가 됐다. 예술가들이 빠져나간 대인예술시장이 예술이 접목되기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다시 쇠락의 길을 걷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시장 주변에서 감돌고 있다.

최황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