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내모는 직업계고 현장실습 중단하라”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대책마련 요구
"여전히 비윤리적·비교육적…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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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민호군 2주기를 맞아 안전장치 없이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현장실습’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땜질 처방’에 그치는 교육 당국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이군은 2017년 11월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단지 내 음료 제조회사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숨졌다. 19일은 이군이 숨진 지 2년이 되던 날이다.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이군이 우리 곁을 떠난 지 2년이 흘렀지만, 현장실습의 비윤리적이고 비교육적인 문제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소년 노동자는 여전히 ‘현장실습’을 핑계로 정신적, 육체적 건강이 훼손되고 고립감으로 죽음에 내몰리고 있다”며 “그러나 교육청은 이러한 사고가 생길 때마다 땜질식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군의 죽음 이후 직업계고 현장실습은 ‘취업형태’에서 ‘학습중심’으로 변경됐다. 그러다 다시 ‘취업률 달성’ 위주로 변했고, 이제는 ‘산학일체형 도제교육’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8월엔 ‘일·학습 병행’이라는 도제학교의 법적 근거까지 마련됐다.

기존의 현장실습제도는 실습 나간 학생의 지위를 ‘학생’으로 못박아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실습비를 지급해 왔다. 도제학교는 실습 나간 학생의 지위를 ‘노동자’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현장실습제도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취업과 연계되는 도제학교 제도는 학생들이 부당대우에 맞서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들이 지난 18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현장실습 제도를 중단하라”고 기자회견까지 한 이유다. 현장실습 제도를 중단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더 나쁜 도제학교 제도를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단체는 교육부에 취업률 중심 현장실습 제도 중단을 요구했고, 광주시교육청에는 현장실습과 도제학교에 대한 실태조사 실시 및 학습권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는 대안적 직업교육 마련을 촉구했다.

윤혜경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사무국장은 “교육의 의미가 상실된 현장실습은 학생들을 산업체에 제공하는 값싼 노동력으로 전락시켰다”며 “정부와 교육청은 취업률이 아니라 학생들이 어떤 일자리에 취업했느냐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19일엔 제주학생문화원서 ‘고 이민호 군 추모조형물 제막식 및 추모제’가 열렸다. 행사에는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도 참석했다.

이날 학생문화원 ‘미래의 자리’에는 이군을 추모하고, 현장실습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자 추모조형물이 세워졌다.

이군의 생전 모습을 형상화한 조형물은 무표정한 얼굴로 오른손을 내밀고 있다. 학생으로서 장시간의 현장실습을 겪어야 했던 고됨과 다시는 그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함께 해달라는 뜻이 담겼다.

양가람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