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이야기 담긴 ‘광주판 레미제라블’ 만드는 게 꿈”

해남 출신 황지우 시인, 서구청서 인문학 특강
"광주는 마음의 고향…부채의식 덜어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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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우 시인이 19일 광주 서구청에서 '누구에게나 시적 순간은 있다'를 주제로 인문학강연을 진행했다. 광주 서구 제공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황지우 시인이 19일 광주 서구청에서 '누구에게나 시적 순간은 있다'를 주제로 인문학강연을 진행했다. 광주 서구 제공 양가람 기자 [email protected]

황지우 시인이 80년 광주가 지닌 의미와 거기에 영향받은 시세계를 얘기했다. 그러면서 이기홍 변호사에 대한 재조명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9일 오후 광주 서구청에서 황지우 시인 초청 인문학특강이 열렸다. 황지우 시인은 이날 ‘누구에게나 시적 순간은 있다’를 주제로 본인 삶의 이력과 당시 썼던 시들을 소개했다.

해남에서 태어났지만 4살때 광주로 이사 온 황 시인은 광주를 ‘마음의 고향’이라 표현했다. 광주 서중 3학년 시절, ‘시가 문득 나를 찾아왔다’는 시인은 대학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창작 활동을 시작한다.

대학교 2학년이던 1973년 10월, ‘민주주의를 압사시킨’ 유신헌법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다. 시 ‘활엽수림에서’에는 당시의 상황과 감정이 잘 드러나 있다.

이후 겪은 ’80년 5월 광주’는 청년 황지우를 시대 정신 속으로 소환시킨다.

“저의 시 세계는, 특히 초기시는 ‘광주 체험’의 뒤틀린 음화였어요. 당시 프랑스 유학을 준비 중이었는데, (광주 소식을 듣고) 곧바로 광주의 비극을 알리는 유인물을 만들어 종로 3가로 달려갔죠.”

당시 한국 문단에는 광주의 그림자가 기다랗게 드리워져 있었다. 광주의 진실이 알려지자 많은 작가들은 ‘나는 거기 없었다’는 부채의식에 짓눌렸다. 황지우 시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도청 앞 분수대에서 진행된 광주시민궐기대회 사진을 ‘한국 민주주의의 눈동자’라고 표현했다. 그에게 5월 광주는, 상호 신뢰와 이타심으로 동심원을 이룬, 인류사에 유례없던 이상향이었다.

이날 황지우 시인은 5·18민주화운동의 위대함이 시민들에 있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5·18을 지역 감정의 소산인 것처럼 조장하는 일부 세력과 언론들을 비판했다.

“80년 5월 최후 항전을 앞두고 ‘처자식 있는 사람은 들어가라’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인류사에 남을 드라마의 한 장면입니다.”

그는 5·18 당시 시민 대책위 편에 서서 활동했던 이기홍 변호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동안 운동권 세력 중심으로 5·18 영웅화가 이뤄졌던 경향을 지적하며, 운동권이 아닌 일반 시민의 위대함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지우 시인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지만, 광주에 대한 애정을 담은 예술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5·18 항쟁 20주년이던 지난 2000년엔 80년 광주를 그린 희곡 ‘오월의 신부’를 서울 예술의극장 무대에 올렸다. 지난 2013년엔 옛 전남도청 5·18민주평화관 디자인 총책임을 맡아 항쟁과정을 그린 콘텐츠 ‘열흘간의 나비떼’를 구축하기도 했다. 그는 광주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걸 꿈꾸고 있다.

“저의 꿈이 있다면 광주판 ‘레이제라블’ 같은, 광주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만드는 거에요. 희극이든 뮤지컬이든 형식은 상관없어요. 그 작업이 제게 남은 광주에 대한 부채의식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것 같습니다.”

양가람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