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언제 터질지…” 20여년째 ‘위험천만’ 등하굣길

학교 설립 시 통학로 확보 안 돼 인근은 '무법지대'
차·인도 경계 없고 안전펜스도 반쪽 설치 '미봉책'
경찰 "예산 부족", 광산구 "기존 시설 최대한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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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마지초등학교·광주지방경찰청·광산구 교통지도과 관계자들이 문제의 사거리를 찾아 교통시설 설치 등 안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
19일 오후 마지초등학교·광주지방경찰청·광산구 교통지도과 관계자들이 문제의 사거리를 찾아 교통시설 설치 등 안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오선우 기자 [email protected]

개교한 지 20여년이 돼가는 초등학교 인근 도로·통학로가 뚜렷한 개선점 없이 주·정차, 과속 등으로 얼룩져 무법지대가 된 지 오래다. 비좁은 인도·도로와 부실한 교통안전 시설 때문에 학생들은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광주 광산구 운남동에 있는 마지초등학교 주변 도로 실태다.

●위험천만 등하굣길

19일 오후 찾은 마지초 인근 하굣길은 보기만 해도 위험하기 그지없다. 당장 사고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

일방통행로로 지정돼도 좁은 도로는 양방향 소통되고 있었으며, 사유지 때문에 충분히 넓히지도 못한 인도는 한쪽에만 개설돼 비좁았다. 반대쪽에는 인도나 안전펜스도 없이 불법 주·정차된 차량과 구조물들로 공간이 없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교사들은 물론 교장·교감까지 나서서 등하굣길 직접 교통지도를 하고 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유해경 마지초 교장은 “등굣길엔 교직원이 모두 나서 30분 이상 교통지도를 한다. 그러나 방과후학교로 인해 하굣길엔 학생들의 귀가 시간이 일정치 않아 몇 시간씩 보고 있을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정문쪽 도로만 문제가 아니다.

쪽문에 난 길은 통학로가 개설돼 있지도 않을뿐더러, 4차선 도로가 접해 있는 사유지 주차장으로 통한다. 마지초 학생들뿐만 아니라 인근 운남중학교 학생들까지 사유지와 도로를 부주의하게 넘나들어 사고 위험성이 높다.

인근에 거주하는 학부모 A씨는 “예전에 횡단보도 앞에서 내게 달려오던 딸이 차에 치일뻔한 적이 있었다. 사거리인 데도 신호등 하나 없어 아이들이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라고 우려했다.

마지초 반경 500m 이내에는 8개의 아파트 단지가 있고 운남중까지 근처에 위치해 등하굣길에 오가는 학생들만 1000여명이 훌쩍 넘는다. 하지만 인근은 모두 좁디좁은 골목길과 오르막길이 산재해 있으며, 사유지라는 이유로 인도나 도로 개설은 물론이고 교통안전 시설물 설치·관리도 어려운 실정이다.

학교 측이 몇 년 간 지속적으로 관할 구와 경찰, 구 의원에게까지 수차례 도로 개선과 교통안전 시설 설치 등을 건의했으나 묵묵부답. 그나마 주변에 듬성듬성 조성된 횡단보도·방지턱·오렌지 존은 모두 최근 2·3년 내 설치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 이전까지는 십수 년이 지나도록 학생들이 학교에 가기 위해 ‘외줄 타기’를 한 셈이다.

●’뒷북’ 대책 마련

이날 오후에는 광주지방경찰청·광산구 교통지도과 관계자들이 학교 관계자들과 함께 문제의 통학로의 한 구간인 사거리를 직접 둘러보고 교통시설 설치에 대해 의논했다.

해당 사거리는 도로에 횡단보도 표시만 돼 있을 뿐, 신호등이나 카메라 하나 설치돼 있지 않았다. 사거리는 마지초에서 운남중, 운남주공 1·2·3단지 아파트로 통하는 요충지여서 학생들의 통행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과속방지턱 하나 없어 소통하는 차량들은 쌩쌩 지나다녀, 등하굣길이 아니더라도 당장 사고가 날 환경이었다.

이런 점을 우려한 학교 관계자들이 각종 교통시설 설치, 도로 개선 등을 요청해도 경찰과 관할 구는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방지턱 설치로 차량 속도만 줄이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경찰은 현장을 직접 둘러본 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했다. 계획을 묻는 질문에 소통량이 많은 좌우측에 신호등 설치까지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과속 카메라 설치까지는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광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적이라 과속 카메라 등 각종 시설을 설치하기 어렵다. 방지턱과 신호등을 통해 최대한 학생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광산구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에 설치된 주·정차 카메라를 효과적으로 활용해보겠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광산구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카메라가 최대 200m까지 감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거리 전방 150m 지점에 설치된 카메라의 화질을 개선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 교장은 “사고날까봐 조마조마하다. 부디 아이들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큰 사고가 난 후 후회 말고 각종 교통안전 시설 설치·강화와 도로 정비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선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