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없으면 AI는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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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봉 김기봉 기자 gbkim@jnilbo.com
김기봉 김기봉 기자 [email protected]

저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언급하지만 누구나 그 실체를 알지는 못한다. 저 멀리 어둠을 헤치고 다가오는 물체가 내가 기르는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것처럼 막연한 기대와 불안감이 교차할 뿐이다. 그래도 거대한 전환이 급속하게 이뤄질 것이란 점은 누구나 느끼고 있다.

한국인인 킴 킴(62) 마이크로소프트사 수석그룹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변화의 속도를 이렇게 설명한다. 2003년 구글은 지난 3000년 동안 지구상에 쌓인 문서를 모두 디지털화했는데, 그 데이터가 미국 국회도서관 5000개 분량에 달했다. 2019년엔 그 정도 분량의 데이터를 생산하는데 1분밖에 안 걸리고 2020년에는 10초면 된다고 한다. (2019년 9월10일자 중앙일보 인터뷰) 10초마다 지난 3000년간 쌓인 분량만큼의 데이터가 축적되는 셈이다.

엄청난 속도로 쌓이고 있는 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시대의 경제원료이며, 인공지능을 가동하는 재료가 된다. 따라서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양질화해 인공지능(AI)으로 활용하느냐가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생존여부를 가름하게 된다. 한때 ‘짝퉁 대국’이라며 우리가 얕봤던 중국이 ‘AI대국’으로 부상하기 위해 무섭게 질주하고 있는 이유다. 중국은 2030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AI 중심 국가로 서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AI 강국’을 천명한 것은 4차 산업혁명시대 경제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당연한 결정이며, 자치단체들이 앞 다퉈 SOC(사회간접시설) 사업에 눈을 돌릴 때 ‘AI 선도 도시’를 추진하겠다고 나선 광주시의 선택은 ‘혜안’으로 평가받을 만 하다. 그런데 산업측면에서의 AI 생태계 구축만으론 AI 선도도시가 될 수 없다. 진정한 AI선도 도시란 ‘AI의 그늘’까지도 감싸 안을 수 있는 도시가 돼야 한다. 정부가 가장 큰 역할을 해야겠지만 지난 반세기 동안 ‘공동체와 인간성 회복’에 천착해온 광주는 AI의 부작용에 대한 창조적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세상을 유토피아의 지름길로 안내할 지, 디스토피아 문 앞에 이르게 할 지 의견이 분분하다. 그 논란의 와중에도 정부와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대처로 최소한 디스토피아가 열리게 해선 안 된다는 의견엔 모두 공감하고 있다. 미국 콜럼비아대 경제학과 제프리 삭스 교수는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젊은 세대가 대량 실업과 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행한 미래가 닥친다”고 경고할 정도다.

그렇다면 광주시는 뭘 해야 할까. ‘자기부정’부터 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행정조직은 수평적이고 유연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행정조직은 책임과 권한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어 조직간 협력이 되지 않는 ‘가두리양식장’처럼 닫힌 구조이다. 또 개별 조직의 평가 지표가 시민 삶의 질보다는 더 중요하게 취급받는 ‘본말전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광주시는 “이대론 안 된다”는 자기부정을 통해 혁신적인 조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행정 기구 혁신도 필요하다. 영국 정부는 ‘외로움’을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지난해 ‘외로움부 장관’을 내각에 신설했다. AI 시대엔 사회가 더욱 파편화되고 각 분야에서 갈등이 고조될 우려가 높다. 광주시도 ‘고독관리국’을 만들거나 분출하는 갈등을 통합 조정하는 ‘갈등관리국’ 등을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면 한다. 부서의 명칭을 바꾼다는 건 행정 행위의 방향과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직혁신과 동시에 ‘AI 소외층’을 껴안을 수 있는 창의적인 정책을 시행해야 하고 시민들이 그 성과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껏 정부나 자치단체는 특정 사업에 예산을 많이 투입했다고 홍보는 하지만, 일일이 그 성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공무원들도 성과에 둔감하게 됐다. 그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선 사회혁신채권(SIB·Social Impact Bond)과 같은 정책이 개발돼야 한다. 이는 자치단체가 민간 투자기관과 협약을 맺고 노인 자살률이나 청소년 재범률 등 특정 사회문제 해결 성과가 높으면 해당 기업에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정책이다. 영국과 미국의 일부 자치단체가 도입해 예산 절감과 사회 문제해결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광주시도 참고했으면 한다.

광주시가 이 같은 정책을 펼치려면 시민들의 신뢰와 자발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은 고용이 안정된 공무원과 공기업 쏠림 현상을 더욱 부채질 할 것이다. AI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광주시 공직자들이 고용이 안정된 성(城) 안에서 안주해 해고의 칼 바람을 맞을 지도 모를 저숙련 노동자들의 아픔을 외면한다면 광주는 결코 AI선도 도시란 타이틀을 얻을 수 없을 것이며. 시민들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방법은 있다. 소외 계층의 눈물을 닦아주고 아픔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AI는 시민들에겐 적이 될 수도 있다.

AI가 결코 인간을 닮을 수 없는 것을 꼽으라면 눈물이 아닌가 싶다. AI시대, 눈물은 인간성 회복의 상징이다. 고(故) 최인호 작가는 죽음의 문턱에서 ‘눈물’이란 유고집을 냈다. 인간에 대한 본질적 사유가 담겨 있다. 한 구절을 소개한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자기 자신의 영혼의 상처 때문만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도 슬퍼하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자비심 때문입니다.”

김기봉 디지털콘텐츠·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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