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베에 한올한올 엮은 고향의 기억

서강석 작가, 10년만에 개인전
21일부터 27일까지 무등현대갤러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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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개관한 광주 동구 운림동 지유명차 2층에 위치한 여송갤러리.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지난 7월 개관한 광주 동구 운림동 지유명차 2층에 위치한 여송갤러리. 박상지 기자 [email protected]

광주 전남지역 고등학교에서 39년간 미술교사로 재직했던 서강석 작가는 퇴직 후 두가지 바람이 있었다. 하나는 미술관을 운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약하게나마 작업에 대한 고민에 매듭을 짓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7월 첫번째 꿈을 이뤘다. 20년 전 미술관과 작업실 부지로 마련해뒀던 광주 동구 운림동에 작은 갤러리를 오픈하게 된 것이다. 퇴직 후 5년만에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2년 전 중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정년퇴임을 한 아내 이희경씨의 적극적인 내조 덕이었다.

“아내 내조 덕에 갤러리 오픈이라는 소망을 이뤘습니다. 오픈을 앞두고 아내에게 감사의 말을 처음으로 전했죠. 서로 같은 생각으로 추진했지만 옆에서 돕고 밀어주지 않았으면 이룰 수 없었습니다. 갤러리로써 여러가지 조건들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힘든 일이었죠. 시작을 했으니 좋은 공간으로 하나씩 하나씩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서강석 작가가 운영하는 여송갤러리는 보이차 전문점으로 유명한 지유명차 광주점 2층에 자리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건물 1층에 있는 지유명차에서 식사나 차를 마신 뒤 2층 여송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갤러리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비치돼 있어 차와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여송갤러리에는 개관기념전으로 지역 중견작가 박동신, 유태환, 정미희, 정성복, 최재영 등 5명이 참여한 작품 20여점이 전시중이다.

갤러리 이름 ‘여송’에 ‘받들고 칭송한다’라는 의미를 담은 까닭은 작가에 대한 존중과 무한한 존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사이기 전에 작가로서 평생을 살아온 그는 작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왔다고 한다.

“작가라면 ‘작가의 역할’에 대해 고민 할 수 밖에 없어요. 고민에 대한 답은 작품을 통해 표현되죠. 갤러리의 이름에 ‘존경과 존중’의 의미를 담은 까닭은 동료작가로서 그들의 고민과 노고를 깊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 작가의 경우 젊은 시절엔 남들과 다른 기법에 대해 고민했고, 60살이 넘은 지금은 작품이 담고 있는 내용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늘 어릴적 기억에서부터 시작한다.

“내 작품 속 이야기의 근간이 되는 원천은 유년의 기억이었어요. 어린시절 잠깐 들렀던 외가댁 여행을 통해 얻어진 이미지들이죠. 기억은 짧았지만, 강렬하게 각인돼 확대되고 증폭돼 화폭에 담겨져 왔죠. 특히 삼베짜던 할머니가 인상적이었어요. 그려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죠.”

‘삼베’라는 옷감에 천착하게 된 연유다.

그의 작품속에는 한결같이 삼베가 등장한다. 어떤 작품은 삼베를 캔버스 삼아 그림을 완성했고, 어떤 작품은 완성된 그림 위에 삼베조각을 붙이기도 했지만, 삼베 특유의 질감을 완벽하게 표현할 순 없었다. 화폭 안에 한올한올 직접 삼베를 직조하게 된 이유다.

아크릴 물감과 유화물감을 적절하게 사용해 그린 삼베는 진짜보다 더 진짜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가 직조한 삼베는 마당가 봉숭아 꽃이 만발한 장광의 항아리, 가늘날 길게 줄을 맞춰 날아가는 기러기, 은은한 달빛이 고요하게 내려앉은 달동네와 조화를 이룬다. 서양화이지만 한국화보다 더 한국적인 정서를 내뿜는다. ‘남들과 다른 기법’ ‘담고있는 내용의 정체성’ 등 그동안의 고민에 어느정도 답을 내어놓게됐다.

4년을 꼬박 밤을 새었다. 비로소 숙제를 다 풀었다는 개운함도 맛보고 있는 중이다.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광주 동구 운림동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둥지를 품다’전은 10년만에 마련된 서강석 작가의 네번째 개인전이자 지난 4년간의 노력들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지난 4년간 작품과 대화하듯 작업을 했어요. 내 작품을 통해 스스로 위로받았던 시간이기도 했고요.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어느정도 해방감을 맛보고 있네요. 나를 품었던 둥지를 형상화한 작품들이에요.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박상지 기자 [email protected]
서강석 작 '향-둥지의 기원'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서강석 작 '향-둥지의 기원' 박상지 기자 [email protected]

박상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