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이 던져준 희망

428
 박수진 기자 sujin.park@jnilbo.com
박수진 기자 [email protected]

“지영아, 너 하고픈 거 다 해~”

영화 ’82년생 김지영’ 속 대목이다. 꿈 많던 어린 시절, 자신감 넘치던 직장생활을 뒤로한 채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엄마로 묵묵히 살아가는 김지영. 그런 그녀가 이상증세를 보이자, 친정엄마가 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하는 대사다.

지난 2016년 베스트셀러로 주목 받았던 동명소설은 영화로 상영되면서 다시금 이슈되고 있다. 기자 또한 3년 전 책으로 먼저 접했는데, 영화는 보다 희망적으로 풀어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과 결말이 다른 탓이다. 소설 속 지영은 미로 한 가운데 선 채로 끝이 나지만, 영화는 꿈을 향해 한 발 내딛으며 마무리된다. 지영의 딸이 살아갈 세상은 좀 더 따뜻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던져준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며 위로를 받았다는 이들이 많다.

’82년생 김지영’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내가 겪지 않았더라도 내 가족이, 친구가, 내 주위 누군가 겪은, 그런 평범한 이야기다. 기자 또한 비슷한 경험의 에피소드 하나가 떠올랐다. 4살 무렵, 남동생이 태어나자 한 살 터울인 여동생과 함께 “우리집도 아들이 생겼다”며 기뻐했던 모습, 엄마가 더이상 “아들 낳게 해달라”는 새벽기도를 하지 않아도 됐다는 기억이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그 당시는 그랬다. 중·고등학교 시절도 ’82년생 김지영’의 모습과 대체로 비슷했던 것 같다.

그런데, ’82년생 김지영’을 두고 젠더 갈등으로 번지고있다. 남성도 여성 못지않은 차별을 받았다고 항변하는 ’82년생 김철수’라는 글도 등장했다. “왜 김지영만 힘들 거라 생각하냐, 남자들의 고통은 무시하는 것이냐”는 댓글도 달렸다. 이를두고 전문가는 “사회가 양성평등으로 향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는데, 이같은 분석이 맞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미국 저명한 문화비평가 글로리아 왓킨스는 “페미니즘은 우리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의 삶을 의미있게 변혁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미니즘은 남녀간의 대결이 아닌 것이다. 다만, 남성 중심적 사회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이다. 서로 간의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다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그 첫걸음은 서로에 대한 공감과 존중, 배려로부터 시작된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며, 서로에게 용기와 위로가 돼 줄 수는 없을까. 성별과 세대, 이런 것들을 모두 내던져 두고서 말이다.

박수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