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어른들의 무관심 속 사라진 아이들의 놀 권리

김호중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남아동옹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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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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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현장에서 만난 한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반 학기 동안 단 한 번도 이야기 해보지 않았던 친구가 있다고 말해 “그게 가능하니?”라고 물었더니 아무렇지 않게 “네”라고 답하는 것을 보면서 이게 우리 아이들의 상황을 대표할 순 없겠지만, 일반화 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친구들과의 대화가 사라지고 있을 즘, 그 사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친구 미디어(SNS, 유튜브 등)가 그 사이를 대체하고 있고 어느덧 친구들과의 소통, 놀이보다도 이러한 매체 이용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팔로워 및 좋아요의 수에는 집착하지만 실제 가장 친한 친구의 수와 관심사에는 흥미가 없다.

실제 만남을 통해 상호교류를 하고 교류를 통해 마음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사람을 사귀고 의지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시기에 파란색화면 속 의미 없고 자극적인 영상만이 우리 아이들의 시간을 흐르게 할 뿐이다.

놀이의 공간이 주차공간이 되고, 놀이 시간이 학습시간으로 대체되면서 우리 아이들의 놀이터는 8인치의 좁은 화면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놀이에 대한 욕구가 있지 않을까? 이에 지역사회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놀고 싶지만 공간이 부족하고 실제로 놀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아 놀이에 대해 어른들보다도 더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지만, 지역사회의 무관심과 정책적 지원의 어려움으로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시간과 공간이 주어지면 아동성장과정 속 놀이부재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물음으로 시작된 ‘어디든 놀이터’ 는 하루 중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공간(놀이환경)의 변화를 통해 놀이의 중요성을 알리고, 아이들에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선물하고자 했다.

이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남아동옹호센터에서는 2017년부터 매년 한 지역의 학교를 공모, 선택해 주제별,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진행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단순히 어른들의 생각이 아닌 아이들의 의견청취와 활동참여를 통해 욕구에 맞는 놀이환경(놀이터)을 만들었다.

신기하게도 놀이공간이 마련되자 자연스럽게 교내 놀이 시간이 증가하고, 놀이를 중심으로 하는 연계수업 등이 만들어지면서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긍정적인 관계 형성에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실제 설치 사전, 사후 비교에서 교사와의 관계(긍정적 평가)가 7.8% 증가했으며, 놀이 후 아이들의 수업참여도 및 집중도가 높아 학업 만족도 역시 높아짐을 알 수 있었다.

또, 놀이공간 마련 후 친구들과 이야기 할 시간이 많아진 점,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점 등이 긍정적으로 표현되고 있어 사람과의 소통이 증가하고 교우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놀이를 통해 그동안 문제시 되던 것(개인주의, 경쟁위주의 학업, 미디어 이용률 증가 등)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놀이가 우리 아이들의 성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들에게는 놀이공간과 시간, 놀잇감이 부족한 실정이며, 정책이 마련되었다고 하나 어른들의 선심성 정책이거나 일회성 지원에 불가하고 특히 아이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정책과 제도들은 금세 사라져 버리기 일쑤이다.

이에, 아동들이 언제나, 어디서든 시간,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놀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되어야하며, 이와 더불어 의무이행자(교사, 학부모, 지자체 공무원 등)의 아동놀이 인식변화만이 아이들의 놀 권리를 지속적으로 보호받고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