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울고, 초조하고’… 2020학년도 수능 현장

밤잠 못 자고 새벽부터 정성껏 도시락 준비
애타는 목마름으로… 지각생 특급 수송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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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4일 광주·전남지역 84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이날 수험장 곳곳에서는 응원열기가 뜨거웠고, 수험생 학부모들은 인근 성당 등을 찾아 자녀들이 노력의 결실을 거두기를 기원했다.

●시험장 응원전으로 북적

이날 오전 7시30분 광주 수완고 정문은 핫팩과 초콜릿 등을 나눠주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을 격려하러 나온 교사들, 1·2학년 재학생들로 북적였다.

학생들은 시험장 안으로 들어가는 선배들에게 사탕·초콜릿·핫팩을 나눠줬다. 교사와 학부모는 수험생을 안아주며 “마지막까지 힘내라”고 성원했다.

숭덕고 1학년 박진호(17)군은 “학교 선배님들 힘내셔서 수능 잘 보시라고 응원 나왔다”며 “비타500 젤리와 우렁찬 목소리를 준비해 왔다”고 했다.

학부모들의 애타는 마음도 묻어났다.

수험생 아들을 배웅한 박우준(49)씨는 고사장으로 들여보낸 뒤 “아들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든든하다”며 “집에서 기다리다 시험 마칠 시간에 학교 앞에 다시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잠시 고사장 앞을 서성거린 뒤 “내가 시험을 보는 것처럼 떨린다”고 했다.

광덕고를 찾은 학부모 이명현(52)씨는 “고등학교 3년 동안 묵묵히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해준 아들에게 고맙다”며 “떨지 말고 차분하게 실력을 발휘하고 오길 바란다”고 했다.

교사들도 애가 타긴 마찬가지였다.

살레시오고 이창협(47) 교사는 “아빠 같은 심정으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며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한 만큼 후회없이 모든 것을 쏟아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실 마감 시간을 10분 앞둔 오전 8시가 되자 수험생들이 뛰기 시작했다. 경찰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한 학생들도 있었다. 박장천(42) 경위는 “백운고가에서 버스를 놓쳐 발을 동동 구르는 수험생을 발견해 데려왔다”고 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다른 수험생을 돕기 위해 빠르게 자리를 떴다.

문이 닫히자 초조함은 극에 달했다. 반 아이 한 명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정미(49)교사는 빠르게 전화를 돌렸다. 학생이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19분. 고사장 문은 닫혔지만, 아직 1교시가 시작되지 않아 간신히 입실에 성공했다.

● 성당 찾아 간절한 기도

시험이 시작되자 학부모들은 인근 성당으로 향했다. 자녀들이 노력의 결실을 거두기를 기원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오전 광주 봉선동 성당에는 기도하는 수험생 학부모가 많았다. 기도하는 이들의 표정은 온화했지만, 고요한 침묵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도 흘렀다.

김명옥(52)씨는 “새벽부터 벌떼같이 일어나 막내딸의 도시락을 싸고, 시험장까지 바래다주고, 짬짬이 시간을 내 기도하러 나왔다”고 했다.

외동아들 김민선(19·석산고)군을 배웅하고 성당을 찾았다는 양미란(51)씨 역시 긴장하면서도 후련한 기색이다.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아들을 위해 대신 수능을 쳐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 급박한 구출작전까지

다급한 상황도 벌어졌다.

이날 오전 7시19분께 광주시소방본부 119상황실에 “딸이 수능시험을 보러 가야 하는데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남구 진월동 한 아파트로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엘리베이터가 멈춘 16층까지 단숨에 올라갔다.

오전 7시27분 고장 난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대원들은 장비를 이용해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수험생과 어머니를 구했다. 7시33분 구조를 완료한 대원들은 입실 마감인 오전 8시10분 전까지 수험생을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에 태웠고 오전 7시50분께 시험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광주시소방본부는 이날 백혈병 투병 중인 수험생을 구급차로 시험장까지 데려다주는 등 수험생 3명의 이송을 지원했다.

오전 8시10분 목포 마리아회고에서는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전날 함께 공부하던 친구와 신분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친구의 수험장은 걸어서 1시간 거리인 목포 마리아회고. 8시13분 부모의 다급한 SOS 구조요청을 받고 출동한 목포 하당지구대 대원들은 19분 무사히 뒤바뀐 신분증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시각 광양읍 광영여고에서는 광양 중마고로 가야 할 수험생이 학교를 잘못 찾아가 경찰이 출동했다. 수험생은 경찰 오토바이의 에스코트로 입실 마감시간 15분 전에 간신히 도착 할 수 있었다.

이날 광주·전남에서는 22명의 수험생이 경찰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김진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