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사회면으로 우리 삶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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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청계천 판잣집 테마존에서 열린 청계천 추억체험 한마당에서 어린이들이 뻥튀기가 튀겨지자 소리에 놀라 귀를 막고 구경 하고 있다. 편집에디터
서울 성동구 청계천 판잣집 테마존에서 열린 청계천 추억체험 한마당에서 어린이들이 뻥튀기가 튀겨지자 소리에 놀라 귀를 막고 구경 하고 있다. 편집에디터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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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사회면

손성진 | 이다북스 | 1만8000원

보리밥과 김치 반찬 한 가지라도 거르지 않고 먹을 수 있으면 다행이었던 그때가 있었다. 예닐곱 식구가 단칸방에서 살며, 겨울이면 연탄가스에 목숨을 잃기도 하고, 등록금을 제때 내지 못해 벌을 서기도 했다. 여공과 차장, 식모살이이라도 해서 시골에 있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억척스러워야 했고 삶을 악착같이 부여잡아야 했던 그때. 궁핍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버텼던 날들이었고, 돌아보면 모든 것이 버겁고 어설펐던 시간이기도 했다.

고통스러웠지만 돌아보면 절로 흐뭇해지는 삶이기도 했다. 모든 것이 모자라고 부족한 시대였고 각박했지만 그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고 낭만이 있었다. 함께 아파하고 함께 열광했던 시절이었다. 사람들은 힘겨운 시간을 견뎌내고 기어이 살아남았으며 그 시간들이 수십 년 전의 과거가 된 지금 이제 한창 주름이 드는 나이가 되었다. 기억이란 배고프고 힘든 시절의 것일수록 선명하게 남는다.

이다북스에서 펴낸 신간 ‘그때 사회면’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정이 넘쳤던 날들, 그런 시간들을 그때의 신문 사회면 기사들을 통해 되살려낸다.

이 책을 읽고있으면 현 세대는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 하며 생소하고 신기할 것이고, 기성세대는 ‘그땐 그랬지’ 하며 추억에 젖을 것이다. 모바일과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신문 지면은 다소 낯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모바일과 인터넷으로는 담을 수 없는 온기가 담겨 있다. 신문 사회면은 한 시대의 생활을 가장 가까이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저자는 이 책으로 기억의 저편 너머로 사라지고 있던 그때 그 시절을 돌아보고, 젊은 세대에게 이전 세대의 삶을 있는 그대로 알려준다. 전 세대에게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추억에 잠겨보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질곡진 시간들을 건너온 전 세대를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그 시대의 문제들도 들춰낸다. 그때 그 시절의 잘못과 병폐들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버려야 할 것들과 그래도 잃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알려준다. 이를 통해 지난 세대가 저지른 잘못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다만, 이 책은 근래 문제가 되고 있는 세대 갈등, 이념 갈등은 논외로 배제했다. 저자의 의도는 단지 그 시절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알려주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돼 있다. 식수난과 연탄가스중독은 흔했던 당시 복권이 열풍을 일으킨 이면과 매혈 현장을 1장에서 살펴본다. 이어 2장에서는 궁핍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절실했던 교육 문제와 마주한다. 콩나물 교실 안에서 치맛바람과 촌지가 오고갔으며,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한 일류 중·고교 입시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3장에서는 교통과 주거 문화의 변천을 알아본다. 버스에 올라타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었던 그 시절, 귀성열차는 늘 사고를 안고 달렸으며, 판잣집이 헐린 자리는 불임시술까지 벌이며 아파트 공화국이 들어섰다. 한편, 가짜 양담배와 외제 화장품, 낮과 밤을 가리지 않던 싹쓸이 쇼핑과 유흥과 선거 혼탁상을 비롯해 지금과 다르지 않지만 그때 유독 심했던 ‘불량’한 사회를 4장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나친 열광으로 물의를 빚은 팝스타 내한공연, 한여름이면 불야성을 이룬 피서지는 물론 프로야구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 고교야구, 한때 예술가들의 공간이었던 명동과 무교동을 비롯해 그 시절 열광했거나 함께한 문화를 5장에서 들여다본다. 이어 6장에서는 그 시절 모두를 놀라게 한 사건들을 살펴본다. 슈퍼마켓 감시원, 남성 미용사 등 이색 직업에서 여성 노출과 혐연권에 대한 여론, 지금은 스마트폰에 밀려난 공중전화와 유선전화에 관한 뒷이야기를 다룬 7장도 흥미롭다.

물론 신문기사가 모두 진실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역사적 자료로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사회면은 삶의 역사와 현장을 가장 풍부하게 담고 있는 ‘생활사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그때 사회면’을 통해 20세기 중·후반 신문 사회면으로 우리 삶을 들여다보고 우리가 잊고 있던 것들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박상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