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을 불러줬을 때 내게 와서 꽃이 되었다

전민준 광주FC장내아나운서·전남홍보단 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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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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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태어나면서 자신의 이름을 갖고 살아간다.

스피치교육 강의를 할 때면 보이스나 발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가장 처음 시키는 게 있다. ‘안녕하세요. 전민준입니다’, ‘안녕하세요. 홍길동입니다’ 등 인사와 이름을 함께 말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사물과 구별하기 위해 부르는 말을 이름이라고 한다. 사람의 성 뒤에 붙여 다른 사람과 구별해 부르는 말인 이름. 평생동안 가장 많이 듣는것도 역시 이름이다.

정부 공공기관들이 이름을 바꾸는데 10년간 140억 원을 썼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아버지의 이름을 쓰는 연예인과 더 멋진 활동을 위해 3번의 개명을 한 사람, 다양한 이유로 더 좋은 삶을 위해 이름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삶에서 이름이 차지하는 중요도는 매우 크다.

3년 전 충남의 한 대학에서 레크레이션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이틀 동안 총 16시간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으로 60여 명의 학생과 함께 했다. 발성, 발음, 말하기 방법 등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 최대한 좋은 내용을 전달해 주려고 노력했다. 16시간 교육이 끝난 후 소감문을 작성해보라고 한 뒤 받았는데 필자가 갖고 있는 지식에 대한 소감보다 다른 내용의 소감이 더 많았다. 놀랍게도 90%이상이 “우리의 이름을 기억해주셔서 감사해요”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셔서 감사해요”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필자는 수업을 시작할 때 자기소개 하는 모습을 보고 이름을 하나하나 적는다. 매 시간마다 눈을 맞춰가며 출석을 불렀다. 스피치 실습을 할 때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불러주고 격려해주며 응원해 줬다. 16시간 중 마지막 시간에는 출석부를 보지 않고도 60여 명의 학생 이름을 불러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끝인사를 이렇게 마무리 했다.

“홍길동. 아무개. 이쁜이. 멋쟁이…. 레크레이션을 통해 서로의 벽을 허물고 즐겁게 지내는 것도 좋지만, 인간관계의 기본은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일입니다. 이틀 동안 함께 즐거웠습니다. 전민준이었습니다.”

이름을 불러주면서 필자 역시 학생들의 따뜻한 눈빛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강의 내용은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주고 기억해주는 것 위주로 진행하게 됐다.

축제 사회를 보다보면 어머니들이 무대 위에 올라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터뷰를 할 때 “누구신가요”라고 물으면 “00이 엄마입니다”라고 인사한다. 이렇게 인사 하는 어머니는 본인의 삶보다 아들, 딸의 엄마로서 삶을 더 중요시 생각하며 살아오셨을 터다.

우리가 ’00이의 엄마’로 부른다면 엄마로서 책임감으로 행동할 것이며 ’00여사님’으로 부른다면 ’00여사’로서 삶을 보여줄 것이다.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나의 이름을 부르는 친구에게는 친구로 행동할 것이고, 누구의 아들, 딸로 불리면 자식으로서 행동 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불리는 대로 행동하며 그에 따른 책임감을 갖는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거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 이름을 예쁘게 불러주면 어떨까. “안녕하세요”가 아닌 “00씨 안녕하세요”‘라고 말이다. 기억해 줬다는 행복에 상대방도 나를 조금 더 가까이 생각해 주지 않을까. 당장 많은 사람에게 컨트롤 C 컨트롤 V수준의 인가가 아닌 “00씨” “00야”로 시작되는 문자를 보내면 더 많은 사람이 따뜻하게 맞아줄 것 이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다. 이름은 내가 남기는 것이 아닌 나 이외의 사람들이 남겨주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사랑을 담아서 ‘야’, ‘너’가 아닌 “00야”로 불러주자. 독자 제군들께서도 자신의 이름을 넣어 마지막 문구를 읽어주면 좋겠다. “00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