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의 SRF 합의, 멀고 긴 터널 빠져나온 느낌”

▶광주·전남 현안점검=박병호 전남 행정부지사
나주SRF 민관 협력 거버넌스 공동위원장 맡아 합의 도출
신뢰 구축·대화·양보·타협 이끌어 첨예한 갈등 해소 성과
“환경분야 갈등 해소 모범사례 평가…후속조치 마련 속도”

703
나주SRF 민관 협력 거버넌스 공동위원장을 맡아 합의를 이끌어낸 박병호 전남도 행정부지사가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편집에디터
나주SRF 민관 협력 거버넌스 공동위원장을 맡아 합의를 이끌어낸 박병호 전남도 행정부지사가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편집에디터

 ”오랜 갈등을 빚어온 나주 고형폐기물연료열병합발전소(이하 나주 SRF) 현안문제 합의 도출 뒤, 멀고 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 협력 거버넌스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병호 전남도 행정부지사는 첨예한 갈등의 한복판에서 합의를 이끌어낸 주역이다.

 나주 SRF 가동을 둘러싸고 2년 넘게 극한 갈등양상을 보였던 주민들은 지역민 주축의 5개 단체로 꾸려진 민관 협력 거버넌스 구성 뒤 수많은 대화와 양보, 타협을 통해 시민 참여형 환경영항조사와 주민수용성 조사라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나주 SRF 민관 협력 거버넌스 공동위원장을 맡아 지역 최대 난제를 해결한 박 행정부지사를 만나 그간의 협의 과정과 소회를 들어봤다.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를 둘러싼 갈등의 원인은.

 △지난 2009년 나주 SRF 열병합발전소 가동을 위한 협약 당시 목포, 순천, 나주 등 전남 3개 권역에서 생산되는 성형 SRF(고형폐기물 연료)를 가지고 열병합 발전소를 가동키로 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2015년 SRF열병합발전소 건설공사에 착수, 공사 중 연료 부족분을 보충하기 위해 광주시 비성형 SRF를 반입해 2017년 9월20일 시험가동에 나섰다.

 그러던 중 나주 혁신도시 주민들이 ‘다이옥신 등 유해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SRF 사용반대’, ‘광주시 쓰레기로 만든 SRF 반입 반대’에 나서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당시 난방공사측이 광주에서 나온 SRF를 반입하면서 전남도와 나주시의 반입동의를 받지 않아 나주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결국 2017년 12월12일 SRF발전시설 가동이 중지됐다.

 -나주 SRF 문제 해결을 위해 민관 협력 거버넌스를 구성한 이유는.

 △나주혁신도시 주민과 한국지역난방공사간 갈등을 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으나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전남도는 나주 SRF 해결을 위해 동부지역본부장 및 나주시 부시장 등을 포함한 5인의 T/F팀을 구성, 총 5회에 걸쳐 협의를 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7개 관계기관이 7회에 걸쳐 정부차원의 대책회의를 했으나 이 또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2018년 6월 지방선거로 잠시 소강상태를 지낸 뒤, 민선 7기 출범 이후 협의체 구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김영록 전남지사 취임 한 달 만에 산자부와 나주시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공론화를 추진했고, 전남도에 주관을 요청했다.

 김영록 전남지사와 저는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난방공사와 나주 혁신도시 주민들이 주축이 된 범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와 수차례 의견을 나누면서 대화의 물꼬를 텄다.

 당시 김 지사는 혁신도시 주민들과 막걸리를 나누며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개진했고, 학부모들과도 식사를 하는 등 행정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을 깨는 데 주력했다.

 전남도는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공론화 대안으로 민관 협력 거버넌스를 제시했고, 2018년 12월 난방공사, 범대위, 산업부, 전남도, 나주시 5개 기관이 참여한 민관 거버넌스 위원회가 본격 가동됐다.

 -나주 SRF 합의안 도출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민관 거버넌스에서 총 14번에 걸친 논의가 이뤄진 끝에 나주 SRF 합의안이 도출됐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거버넌스 무용론’ 등 부정적인 여론도 있었지만 전남도는 이를 감수하고 묵묵히 원칙을 고수하며 거버넌스 위원회를 이끌었다.

 여러 차례 회의 동안 단 한번도 순조로운 적이 없었다. 논의를 거듭하면서 대안들이 하나둘 나왔고 결국 14번째 회의인 9월26일 민관 협력 거버넌스가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갈등’을 조정해 ‘합의’를 이끈 나주 SRF가 주는 의미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화는 ‘갈등’이라는 단단한 바위도 깨부술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2년째 이어진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가동 여부를 둘러싼 지역주민과 장기 갈등의 해법도 신뢰 구축에서 나왔다.

 수십 장의 문서가 오가는 것보다 주민과 끊임없이 스킨십과 대화를 하면서 갈등은 수그러들었고 대화의 문을 열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주민들과 대화의 물꼬를 트자 논의 창구인 민관 협력 거버넌스 구성도 손쉬웠다. 주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해 주민대표 참여를 대폭 늘렸다.

 사실 민관 협의체는 법적 근거가 없다. 순수한 자문기구의 성격이지만 결론을 도출하고 합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원칙을 정하다 보니 ‘합의안’이라는 결과물이 나왔다.

 산자부와 나주시가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정부도 5개 기관이 함께 이룬 합의안 도출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앞으로 환경분야 ‘님비현상’으로 인한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나주 SRF, 앞으로 전망은

 △갈등의 주체였던 난방공사와 주민 모두가 만족할만한 합의안이 나온 만큼 앞으로 큰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향후 시민 참여형 환경영항조사와 주민수용성 조사가 진행되며 이와 더불어 손실보전방안도 마련된다.

 기본합의서에 대한 후속조치를 위해 최근 후속대책 추진단을 구성·운영 중이다. 지난 6일 환경영향조사 전문위원회를 개최해 환경영향조사 범위, 측정횟수, 조사항목 등 세부상황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

 조만간 주민수용성조사 실무위원회 및 손실보전방안 대책반을 소집해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버넌스 정신으로 협의를 한다면 후속 조치도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

김성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