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아파트 경비노동자 단기계약문제와 일자리 안정자금

정찬호 광주시비정규직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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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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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업체가 3개월 계약기간이 끝났다고 나가라 하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요?” 아파트 경비노동자들로부터 심심찮게 접수되는 상담내용이다. 60~70대에 갈데도 없고 이거라도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는데 참 너무 한다며 긴 한숨들이다. 법률적으로는 경비노동자의 고용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기간제법에 의해 2년 이상 고용 시 정규직 고용의무를 지우는 정도이며 노조가 있는 경우 단체협약을 통해 고용기간을 따로 정하기도 한다. 허나 아파트 경비노동자 노조 조직률이 사실상 0%대인 점을 감안하면 고용기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오로지 고용주인 용역업체나 입주자대표자회의 결정에 달렸다. 정부가 경비노동자 고용과 관련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자리 안정을 목적으로 한 것이기에 자금지원을 받은 고용주는 일자리를 안정시켜야 하며 일하는 노동자는 고용불안이 완화돼야 한다. 만약 그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 정책은 폐기되거나 수정·보완됨이 마땅하다. 올해 최초 실시된 일자리안정자금(노동자 1인당 월 13만원 지급), 그 종합평가는 별도로 해야 겠지만 이 자금으로 경비노동자의 일자리는 안정됐을까.

지난 7월 광주시비정규직지원센터가 실시한 ‘광주지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3개월 또는 6개월’의 단기계약을 맺는 경우가 전체 조사대상자 303명 중에서 96명(31.6%)으로 10명 중, 3명꼴이다. 3년전 조사에 비해 고작 1.3% 증가한 수치다. 단기계약은 말 그대로 1년 이하 단기간 고용계약을 목적으로 하기에 고용불안과 직결될 수 밖에 없다. 초단기간 업무인 일용일당직 고용불안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아파트 경비직종이 상시지속업무인 점을 감안 하면 30%가 넘는 단기계약은 심각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아파트경비직종은 고용된 인원 규모와 상관없이 정부의 일자리안정자금 지급 대상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비노동자 해고 사태로 아파트 입주민의 부담을 줄여주고 경비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정책이다. 그러나 3~6개월 단기계약자가 3년전에 비해 1.3%가 증가한 것은 일자리안정자금으로 인해 오히려 일자리가 안정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 지 반문케 한다. 이는 무언가 정부 정책의 수정·보완이 필요함을 웅변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기준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은 세계 1위다. 사회복지와 노후보장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여건에서 다수 노인들에게 일자리는 생과 사를 가르는 심각한 문제다. 노인 일자리가 부족한 마당에 아파트 경비직종이 60~70대 노인 일자리 창출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은 부인하지 못한다. 건강상태에 맞춰 이 일자리가 안정적으로 보장되도록 하는 것 또한 정부나 지자체의 중요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떻게 해야 될까. 애초 취지대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기간이 1년 단위인 점을 감안, 최소 1년 이상의 일자리가 보장되는 고용계약을 전제로 지원 했더라면 3~6개월의 단기계약은 한자리 수로 떨어지거나 제로상태에 이르렀을 터다. 입주민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일자리안정자금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누군가 경비노동자가 상시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면 1년 이상 계약한다고 해서 손해 볼 일은 없다. 내년 일자리 안정자금 집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전국 비정규노동단체들의 조사에서도 경비노동자 단기계약 문제가 이 지역과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것저것 재고 말 것도 없다. 2020년 일자리안정자금 ‘경비노동자 1년 이상 고용계약을 전제’로 지원하겠다고 발표만 하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