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장에 제시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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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봉 기자 gbkim@jnilbo.com
김기봉 기자 [email protected]

영화는 세상을 담아내고 관객은 스크린을 통해 그 세상을 응시한다.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 스카이 캐슬, 영화 기생충과 조커 등은 불공정한 세상을 소재로 삼았다. 소재가 익숙해 식상할 법 하지만 모두 관객몰이에 성공한 건 불공정이 사회 깊숙이 파고들어 고질병처럼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는 반증이다. 영화에 감동한 관객들은 때때로 스크린에 함축돼 있는 세상의 모순을 현실에서 드러내기도 한다.

영화 조커에선 젊은이들이 광대 마스크, 즉 조커 페이스로 분장하고 폭동을 일으킨다.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겨냥해 억눌린 분노를 쏟아낸 것이다. 영화의 픽션이 현실이 됐다. 소득불균형 등으로 격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칠레와 레바논 등지에선 ‘조커 페이스’로 분장하고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비슷한 유형의 시위는 유럽,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조커 페이스가 거리를 달구고 있다면, 영화 기생충에서 나온 ‘제시카 송’은 SNS에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기생충’에서 기정(박소담)은 박 사장(이선균) 집 초인종을 누르기 전에 ‘독도는 우리땅’의 멜로디에 맞춰 “제시카는 외동딸, 일리노이 시카고, 과 선배는 김진모, 그는 네 사촌~.”이라고 흥얼거린다. 박 사장의 아들 미술 가정교사를 맡게 된 기정은 미리 짜 놓은 가짜 스펙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제시카 송을 되뇌는데, 최근 기생충이 개봉된 북미 관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가사를 영어로 번역한 문구 “Jessica, only child, Illinois, Chicago”가 쓰인 티셔츠·머그컵 등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리기 시작했을 정도다.

영화 기생충은 한국 사회의 다층적 모순을 담아냈다. 그 중 제시카 송엔 교육기회 특권층과 학벌사회의 민낯이 스며있다. 기정이 제시카란 거짓 스펙으로 위장했기에 박 사장의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설정 자체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와 가진 사람의 교육기회 특혜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어느 교육자가 말했다.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고…. 그렇지 못한 사회에서 오늘 수많은 수험생들이 수능을 치른다.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에 곱은 손을 호호 불며 문제를 풀 우리 아이들, 짠하다. 수능이 끝난 뒤 우리 아이들이 제시카 송을 흥얼거리지나 않을지 궁금하다. 김기봉 디지털콘텐츠·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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