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욱의 도자이야기>남도에서 도자의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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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목포생활도자박물관 편집에디터
01-목포생활도자박물관 편집에디터

사람들은 심신의 재충전을 위해 다양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배움을 찾고자 여행을 떠난다. 자연 풍광이 좋거나 역사와 문화가 깃들여 있는 유적 등을 찾아 마음의 위안을 삼고 있는 것이다. 여행은 한 곳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기도 하지만 여러 곳을 탐방하기도 한다. 여러 곳을 여행할 때는 특별한 주제 없이 이동의 편리성에 의해 다니기도 하지만 특별한 주제를 정하여 찾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전라남도 남해안은 도자라는 특정 주제로 여행하기 아주 좋은 지역이다. 전남지역은 우리나라 도자 발전에 있어 유일하게 특징적인 부분을 모두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고대의 독창적인 무덤인 대형의 옹관묘가 영산강을 중심으로 발전하였으며, 옹관의 뒤를 이은 전통 도기문화가 고려 청자의 탄생과 발전을 이끌고 있다. 또한, 청자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는 조선 분장청자도 지역적 특성과 함께 어느 지역에 뒤지지 않은 뛰어난 조형미를 보이고 있다. 백자의 생산도 분원이 설치된 경기도 광주로 중심이 옮겨가지만 여전히 왕성하게 운영되었음은 다양한 문헌 기록과 유적 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다. 또한, 청자와 백자의 빈자리를 채워주었던 옹기는 독특한 제작 기법과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조형성을 유지하면서 현재까지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도자의 한 갈래인 기와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통 제작기법을 인정받은 제와장이 활동하고 있는 곳이다.

도자는 한줌의 흙에 장인의 정성과 혼을 담아 무한의 가치를 지니는 예술로 재탄생한다. 또한, 점력을 지닌 흙이 높은 열을 견디고 단단한 그릇으로 변화되어 인류 발전의 한 도구가 되었다. 높은 열에 터지거나 찌그러지지 않고 전혀 다른 성질의 온전한 그릇으로 탄생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사람에게 가장 강조되는 덕목 가운데 하나인 “인격도야(人格陶冶)”라는 단어에 “도”와 “야”가 쓰이는 이유이다. “야” 역시 광석에 높은 열을 가해 철이라는 새로운 물성을 만드는 과정이므로 도자와 비슷하다. 그만큼 그릇 만들기가 인격도야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자문화의 순례는 도자가 지니는 조형적 아름다움과 역사와 지리, 경제적 배움도 중요하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조상들의 열과 혼을 느끼고 도자의 탄생에 “도야”라는 깊은 뜻이 있음을 되새긴다면 더욱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산이나 계곡, 바다 등에 있는 다양한 길을 연결하여 올레길로 부르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따라서 전남의 남해안을 따라 남아 있는 도자문화를 “도자 올레길”로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 시작을 목포에서 시작하고자 한다. 목포는 도자 발전에서 가장 늦은 현대 생활 도자가 중심인 곳이지만 남해안의 시작점에 있어 출발지로 선정하였다. 목포는 새로운 근대 문화가 일찍부터 유입되었던 개항 도시로 1942년 순수한 민족자본에 의한 최초의 생활 도자 공장인 행남사(현재 행남자기)가 설립된 곳이다. 즉, 남도 곳곳에 축적되어 있던 도자문화의 전통이 개항 도시 목포에서 생활문화로 재탄생된 것으로 2006년 목포생활도자박물관이 개관되어 이를 기념하고 있다. 이외에도 목포에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해양유물전시관이 있어 해저유적에서 출수된 청자를 비롯한 도자기를 전시하고 있어 한국 도자사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찾아야 하는 곳이다. 그리고 인근의 무안은 일찍부터 분장청자 가운데 귀얄분청이 유명한 곳으로 곳곳에 가마터가 분포하고 있으며, 2016년 분청사기명장전시관이 개관되어 무안 분청의 독창성을 알리고 있다.

목포와 인접한 지역은 해남과 영암이 있으나 해남을 먼저 찾아본다. 해남은 이웃 강진과 함께 고려 청자를 가꾸고 발전시킨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해남 청자는 강진과는 다른 조형미를 갖춘 곳으로 규모면에서도 강진과 비견될 정도로 중요한 곳이다. 강진은 고려 500여년간 200여기의 요장이 운영되었으나 해남은 고려 중기까지 300여년간 200여기가 운영되어 짧은 기간에 대단위로 운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초기 청자요장이 집중 분포하고 있는 곳은 전국에서 해남 신덕리(전라남도 기념물 제220호)가 유일하여 전남지역 청자 발전의 배경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해남 진산리(사적 제310호)로 대표되는 해남유형의 청자는 중앙과 최상류층보다는 지방과 중간 계층을 위해 대량 생산되어 전국에 유통되었지만 투박하면서 거친 맛이 있으며, 철화 무늬는 단순하면서 간략한 멋을 지니고 있어 해남만의 전통을 엿 볼 수 있다. 해남은 청자의 가장 큰 쓰임새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다도문화(茶道文化)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 즉, 다성(茶聖)으로 추앙받고 있는 초의선사(草衣禪師; 1786∼1866)께서 대흥사 일지암에서 다도문화를 확립하여 현재까지 그 맥을 잇고 있다. 따라서 해남의 청자 문화유산과 초의선사의 거처였던 일지암을 연계하여 탐방할 필요가 있다.

영암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도기 생산지 가운데 한 곳인 구림리 도기 요장(사적 제338호)이 있는 곳이다. 구림리 요장은 신라 하대에 운영된 대단위 도기 산업단지로 남도 청자 발생의 시원적 역할을 하였던 곳이다. 즉, 전남지역 청자는 전통 도기 제작기술에 중국의 신기술을 받아들여 발생하였는데, 그 핵심적 역할을 구림리 요장이 담당하였던 것이다. 특히, 구림리 도기는 신라 하대에 유행하였던 다도문화에서 중국 자기가 주로 쓰였던 다완 이외의 찻물을 운반하거나 담았던 용기로 사용되었다. 다도문화에서 다완 이외의 역할을 보완하여 다도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하였던 것이다. 한편, 영암은 영산강을 끼고 있는 고대 문화의 핵심 지역으로 독창적 무덤 구조인 옹관묘가 성행 발전하였던 곳으로 일찍부터 도자 생산의 역사 문화적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어 이를 쉽게 전승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러므로 영암의 도자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암도기박물관뿐만 아니라 반드시 영산강 유역 옹관 고분을 함께 살펴보아야 하겠다.

고려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청자를 생산한 세계 도자사에서 기념비적 업적을 이루었으며, 비색의 완성과 상감청자의 독보적 발전을 이루어 인류 도자문화를 풍성하게 하였다. 그 중심에 강진 청자 요장(사적 제68호)이 있음은 심척동자도 아는 상식일 것이다. 강진에는 고려청자박물관을 비롯한 다양한 시설이 있다. 그러나 유적에 대한 정비가 단순한 보존과 보호에 그치고 있어 가마터에서 느낄 수 있는 역사 문화적 감흥이 부족하다. 위치별로 대표적 요장을 발굴조사하여 강진 청자의 성격을 밝히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이를 가시적으로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통해 청자 요장 전체를 역사와 자연의 숨결을 만끽할 수 있는 올레길로 완성하여 탐방객들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여야 하겠다. 또한, 고려 장인들의 정신적 위안처였을 정수사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며, 완성된 청자를 바닷길로 운반하기 위해 운영되었던 사당리 미산 포구도 역사적 고고학적 성격을 규명하여 재현할 필요성이 있다. 강진은 이외에도 도자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봉황리 옹기 요장(정윤석, 국가무형문화재 제96호)은 해안에 위치하여 바닷길로 옹기를 운반한 인문지리 조건을 잘 보존하고 있어 전통 환경을 복원하여 청자문화와 적극 연계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병영성에서 생활하였던 하멜의 직장인 동인도회사는 최대의 동양도자 수입 회사였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월출산을 중심으로 성행하였던 다문화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차밭을 강진의 도자문화에 함께 반영한다면 강진의 청자가 훨씬 빛나리라 생각된다.

강진과 인접한 장흥은 청자가 발생하던 시기의 풍길리 청자요장(전라남도 기념물 제221호)부터 근대의 월송리 백자요장(전라남도기념물 제30호)까지 시대별 가마터가 고루 분포하고 있으나 무엇보다 국내 유일의 제와장(김창대, 국가무형문화재 제91호)이 전통 기와를 생산하고 있는 곳이다. 기와는 흙을 불에 구워 만드는 것으로 도자의 한 종류이지만 기능이 대부분 건축재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즉, 단단하고 쉽게 침식되지 않는 성질이 있어 건축재로도 적극 활용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시멘트를 이용한 연립주택의 난립으로 기와를 생산하는 공방을 주변에서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전통기법으로 기와를 제작하는 장흥 제와장은 전통과 현대를 잇는 고단한 사명을 수행하고 있는 이 시대의 고독한 장인으로 우리에게 전통의 의미가 무엇인지 무언으로 알려주고 있다. 무엇보다 기와의 역사와 전통 계승, 제작 과정 등을 알릴 수 있는 박물관이 빨리 건립되어 제와장을 찾는 이들의 배움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야 하겠다. 그리고 장흥 월송리 백자 요장은 가마를 비롯하여 공방과 원료를 채취하였던 장소까지 모두 남아 있는 유일한 곳으로 도자사 연구에서 매우 핵심적인 유적이다. 또한, 장흥에는 다문화을 받아들여 도자문화의 확산을 가져왔던 구산선문(九山禪門)의 으뜸 사찰인 보림사가 있으며, 보림사를 중심으로 성행하였던 전통 떡차의 하나인 청태전(국가중요농업유산 제12호)의 제다법이 전승되고 있다. 또한, 장흥은 차를 전문적으로 생산하였던 다소(茶所)가 13곳에 분포할 정도로 차 생산이 많았던 고을이다. 이들 도자와 다도 문화를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보성은 도자 발전을 견인하였던 차문화에 있어서는 수도(首都)와 같은 곳이다. 또한, 내륙 유통이 특징인 도개리 옹기 요장(이학수,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37호)이 일찍부터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활발하게 운영되어 보성의 도자문화를 대표하고 있다. 옹기는 신석기시대부터 꾸준히 발전해 온 도자의 일종으로 우리 민족의 정서와 조형미를 가장 잘 담고 있는 그릇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전라도 옹기는 독특한 제작기법인 “체바퀴타래” 기법을 사용하여 특유의 풍만한 곡선미를 갖추고 있어 남도 사람들의 넉넉하고 후덕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옹기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흔히 볼 수 있는 용기였으나 현재는 쓰임새가 줄어 기와처럼 전통 계승의 어려움을 격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오래된 옹기는 민속품이나 생활용품이 아닌 전통미를 갖춘 공예미술로 재인식되고 있는데, 이런 특징을 담아내고 옹기의 제작과 전승 등을 담아낼 박물관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녹차수도 보성에는 국내 최대의 풍광 좋은 차밭이 운영되고 있으며, 매년 다향제(茶香祭)가 열리고 있으나 도자문화와의 연계성을 찾기는 쉽지 않다. 다향제와 한국차박물관을 적극 활용하여 차뿐만 아니라 옹기 등 보성 도자문화를 적극 홍보하였으면 한다. 특히, 옹기를 찻그릇으로 변신시키는 등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옹기장과의 연계를 강화하였으면 한다.

남해안 도자길은 고흥에서 마무리하려고 한다. 고흥 역시 마무리에 손색이 없는 도자문화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고흥 운대리는 국내 최대의 분장청자 요장(사적 제519호, 전라남도 기념물 제80호)이 분포하고 있어 우리나라 분장분청의 변화 과정을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특히, 운대리 요장은 분장청자의 모든 기법이 확인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라도를 대표하는 덤벙분청의 핵심적 생산지로 국내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한 곳이다. 덤벙분청은 백토가 차분히 씌워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쾌한 귀얄문과는 달리 정적(靜的)인 느낌을 주며 덤벙 담근 백토의 흐름과 번조 과정에서 계속 변화하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그릇을 사용하면서 찻물 등이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새로운 멋을 갖추어 가는 특징이 있다. 한편, 오늘날의 도자는 산업과 연계된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조각과 회화 등의 예술적 소재로 활용되고 있으며, 자동차와 의료 등의 최첨단 산업에도 응용되고 있어 그 가치는 무궁하다. 특히, 우주선이 대기권으로 진입할 때 고열을 견딜 수 있는 가장 필수적인 기술이 도자이다. 따라서 우주수도 고흥에서는 나로우주센터와 우주항공축제 등과 연계하여 미래의 첨단산업과 관련된 도자 전시와 상품을 개발하고 연구하였으면 한다.

남도의 도자길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조상들의 뜨거운 장인 정신과 시대에 맞추어 새로움을 창조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힘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필요함을 절감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들과 함께 이 길을 걸어야 하겠으며, 박물관이 없는 해남과 장흥, 보성은 교육 시설로 인식하고 하루 빨리 이를 갖추었으면 건의한다. 그리고 도자문화를 간직하고 전승하고 있는 곳을 자연과 어우러진 전통이 살아 있는 우리 마을로 지속적으로 가꾸었으면 한다.

02-해남 진산리 17호 청자요장(목포대학교박물관) 편집에디터
02-해남 진산리 17호 청자요장(목포대학교박물관) 편집에디터
03-영암도기박물관 편집에디터
03-영암도기박물관 편집에디터
04-강진 사당리 청자촌 편집에디터
04-강진 사당리 청자촌 편집에디터
05-장흥 제와장 옛 공방 편집에디터
05-장흥 제와장 옛 공방 편집에디터
06-보성 도개리 옹기 공방 편집에디터
06-보성 도개리 옹기 공방 편집에디터
07-고흥분청문화박물관 편집에디터
07-고흥분청문화박물관 편집에디터
08-보성 차밭 편집에디터
08-보성 차밭 편집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