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요양병원 외래진료비 청구 서민에겐 부담

외래 진료 시 의료비는 모두 내고 나중에 돌려받아
정산까지 수개월…고액 치료비 당장 마련 힘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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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뉴시스 편집에디터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뉴시스 편집에디터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어머니의 암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을 찾은 A씨는 이달 초 황당한 경험을 했다. 그동안 30여만원에 불과했던 어머니 암 치료 진료비가 400여만원이 넘게 나왔기 때문이다.

이유를 따져 묻자 “요양병원 입원환자가 외래진료를 받을 경우 치료비를 전액 납부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만 “요양병원에서 정산할 때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일부터 국민건강보험 규정이 강화된 탓이다.

그동안에는 요양병원에 입원환자가 외래 진료 때 굳이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사실을 외래 병원에 알릴 필요도 없었고, 외래진료 시 곧바로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법규가 강화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12일 개정한 ‘국민건강보험 시행규칙’이 지난 1일부터 시행되면서다.

시행규칙은 요양 중인 병원의 ‘요양급여 의뢰서’가 없으면 외래 치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요양급여 의뢰서’는 상급 종합병원에서 진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요양 중인 병원에서 발급해주는 문서다.

다만 ‘요양급여 의뢰서’에 의해 외래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추후 요양병원 요양급여 정산을 통해 외래 치료비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적용분을 환자에게 돌려주도록 했다.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외래 진료비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혜택은 그대로지만, 혜택을 받기까지의 절차가 복잡해진 것이다.

문제는 외래 진료비 환급까지 너무 많은 시일이 걸린다는 점이다.

행정절차가 복잡해지면서 외래 병원 진료에서부터 요양병원 정산까지 빨라도 한달, 늦으면 두달까지 걸리기 때문이다.

소액 치료비는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암 치료와 같이 수백만원 이상의 막대한 치료비가 들 경우가 문제다. 나중에 돌려받을 수는 있기는 하지만,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고액 치료비를 당장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고스란히 환자가 떠안아야 하는 현실이다.

이 탓에 ‘편법’도 등장하고 있다. 요양병원에서 퇴원한 후 치료를 받고, 치료 후 다시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사례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요양병원 입원환자가 외래 진료를 받을 경우 절차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외래진료시마다 퇴원 후 다시 입원해달라고 설명하고 있다”며 “그러나 환자의 입·퇴원이 너무 잦으면 요양병원 입장에서도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A씨는 “아무리 돌려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액 치료비를 당장 마련해야 하는 서민들 처지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산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강보험 공단 관계자는 “관련 규정에 대한 피해사실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법을 제정한 보건복지부에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