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개인적인 큰 수확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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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
노병하 기자 [email protected]

벌써 11월이다. 한해가 이리 빨리 가나하고 한탄하면서 올해와 지난해 다이어리를 훑어 보니, 지난해 11월 1일자에도 똑같은 말이 적혀져 있더라.

11월이면 슬슬 정리를 할 때긴 하다. 아직 12월이 남았지만, 어차피 마지막 달이야 한해 못만난 사람들 만나고, 또 실컷 부대껴 온 이들끼리 술 한잔 나누는 시간들이 빼곡해질 터. 그러니 이번 달부터 2019년의 나와 우리를 돌아봐야 늦지 않을 듯 하다.

꼼꼼히 2019년 취재수첩을 펴보니, 2월까지 유독 수첩에 많았던 단어는 ‘성인지 감수성’이다. 잠깐 국회의원 소환제 이야기도 나왔지만 3월부터는 압도적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수첩을 빼곡이 채웠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뿌듯함이 있다. 사라진 전국 1호 안중근 공적비를 추적했고 결국은 찾아냈다. 물론 전남일보가 그랬고, 그 중에서도 필자가 맡았던 사회부가 큰 역할을 했었다. 나아가 광주 지역 친일 작곡가의 교가 교체도 이뤄냈다. 이 파장은 광주를 넘어 서울까지 퍼졌다.

‘토착왜구’라는 재밌는 단어가 세상에 나왔고 곧 바로 특정 집단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이기도 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도 이슈였다. 종교적 이유로 집총을 거부하는 이들에 대한 징병제가 위헌으로 결정되면서 도입될 대체복무 기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내신의 공정성에 의심을 품은 학부모들의 심증을 굳게 만든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도 눈길을 끌었다. 미친 듯이 치솟는 광주지역 집값도 난리였고 크고 작은 일들이 날마다 우리를 찾아왔다가 사라져갔다.

깜짝 놀랄만한 범죄도 일어났고 화성 연쇄살인사건 범인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래, 아등바등하다보니 한해가 가고 또 다른 한해가 온다. 필자는 또 다른 기자수첩을 빼낼 것이고 또 그 수첩을 채워야 할 터다.

다만 바라건데,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정의로워지는 해가 됐으면 하고 나아가 언론 역시 덜 욕먹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올해 얻은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라면, 다른 것은 잘 모르겠고(또 사생활이니 밝힐 마음도 없지만) 지난 2017년 봄부터 마음 한 켠에 뿌리를 내렸던 ‘우리는 어제보다는 더 나은 세상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이 아직도 여전하다는 것.

이것이 2019년 필자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인 듯 하다.

노병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