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야심의 심장’, 대만 대표 문화지구되다

대만 문화현장을 가다<3·끝> 송창문창원구
1937년 대만 최초 전문화된 담배공장으로 건축
독립후 대만경제 중심에서 문화유산지구로 변모
2011년 리노베이션 통해 대만창조허브로 탈바꿈

152
송산문창원구 내 디자인상품을 판매하는 공간. 타이베이 SNS 캡쳐 편집에디터
송산문창원구 내 디자인상품을 판매하는 공간. 타이베이 SNS 캡쳐 편집에디터

타이베이 중심에 위치한 송산문창원구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이 높은 빌딩숲으로 채워져 있는 탓인지, 탁 트인 광활한 마당을 가지고 있는 이곳의 첫 모습은 왠지 어색하다는 느낌이었다. 입구 주변의 백화점과 호텔로 꾸며진 현대식 고층 빌딩을 지나자 1930년대 대만의 풍경이 펼쳐졌다. 칙칙한 시멘트와 푸른 식물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대만 특유의 멋이라고 한다면, 송산문창원구는 이러한 대만만의 정체성을 완성시켜 주는 곳이었다. 1900년대 초의 건축양식을 유지하고 있는 건물들은 수백년은 족히 돼 보일법한 울창한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푸른 이끼가 덕지덕지 묻어있는 회색 시멘트엔 세월의 흔적이 엿보였다. 어디까지가 근대건축양식이고 어디서부터 리뉴얼한 공간인지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했다.

복도식으로 길게 뻗어있는 공간엔 커피향이 진동했다. 디자인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 사이사이 근대 커피문화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카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기자가 송산을 방문한 날엔 10~20대 청년들이 복도를 따라 긴 줄을 서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대만에서 활동중인 젊은 작가들이 참여하는 일종의 플리마켓이었는데, 작가들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상품을 판매하거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플리마켓은 건물과 건물 사이의 작은 정원 곳곳에서 자유롭게 열리는 모습이었다. 송산문창원구의 특징은 이색적인 디자인상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문구에서부터 생활용품까지 일상에서 쓰여지는 모든 상품이 독창적인 디자인을 입고 이곳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특히 현대식 고층건물은 에슬라이트스토어(Eslite Spectrum)로 백화점에서부터 호텔까지 다양한 기능을 갖춘 곳이다. 백화점에서는 대중적인 브랜드 뿐 아니라 독창적인 수공예품을 총 망라했다. 근대건축에서 판매되는 디자인상품에 비해 더 정교하고 고급스러운 상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문화명소로 알려져 있는 곳이지만, 사실 송산문창원구는 국가적인 비극에서 시작됐다. 청일전쟁 결과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할양받은 일본총독부는 1911년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담배전매공장인 마츠야마 공장을 설립, 1937년에 준공했다. 대만 근대산업 건축물의 선구적 건물로 최초의 전문화된 담배공장이었던 이곳은 당시 공업마을의 개념을 도입해 공업단지 내 기숙사와 의료시설, 탁아소와 함께 직원들의 활동센터를 함께 건설했다.

대만 독립 후에는 대만 담배주류전매국 송산공장으로 명칭이 변경됐고, 1987년에는 최고 생산량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후 담배시장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1998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공장굴뚝에서는 더 이상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았으나, 한때 대만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이곳을 타이베이 시정부는 그냥두지 않았다. 2001년 타이베이 시정부는 송산담배공장을 타이베이시의 99번째 문화유산지구로 지정하고, 문화 및 창조공원이라는 이름의 송산문창원구로 명명했다.

보다 효과적인 공간재활용을 위해 6.6헥타르에 달하는 이곳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하고 2011년 11월 15일 대중에게 개방했다. 운영은 타이베이문화재단과 타이베이 뉴호라이준, 그리고 대만디자인센터 등 세 개의 기관이 맡고 있다. 2012년 타이베이시의 창조허브로 지정된 이곳은 상업적인 목적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창의성과 혁신을 활성화하고, 융합학문적인 개발의 경향에 최적화 하기 위함에 목적이 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다양한 예술과 문화, 창의적 이벤트 조직이 구축돼 있으며 디자인, 시각 등을 포함한 융합적 이벤트가 이루어지고 있다. 영화촬영, 출판 컨퍼런스, 장단기 전시, 심포지엄, 세미나, 패션쇼 등 다양한 형식의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변길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공업단지 대부분을 아파트나 상업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볼 때, 개발 잠재력이 높은 도심지역의 산업단지를 보존하고 문화적 용도로 재활용하고 있는 타이베이시의 결단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면서 “송산문창원구는 산업문화유산을 활용한 도심재생의 중요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송산문창원구 내 바로크양식의 정원 중 일부.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송산문창원구 내 바로크양식의 정원 중 일부. 박상지 기자 [email protected]
근대건축양식이 그대로 보존된 송산문창원구 내 카페공간.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근대건축양식이 그대로 보존된 송산문창원구 내 카페공간. 박상지 기자 [email protected]
송산문창원구 내 바로크양식 정원에서 열리고 있는 플리마켓.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송산문창원구 내 바로크양식 정원에서 열리고 있는 플리마켓. 박상지 기자 [email protected]
송산문창원구 내 상점에서 판매중인 상품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
송산문창원구 내 상점에서 판매중인 상품들. 박상지 기자 [email protected]

박상지 기자 [email protected]